엄마는 다 슈퍼우먼 아니야?

엄마가 무력감을 느낄 때

by 달린다달린




우리 첫째 공주가 갑자기 목소리가 이상하고 평소였다면 안 그랬을 일로 떼를 쓰기 시작한다. 촉이 좋지 않다.

역시나, 그날 밤 열이 102.7(F)도 까지 올랐다.

미국에 살면 거의 저절로 의사가 되는데 특히 아이들은 병원 가도 딱히 해주는 처방이 없어서 더욱 그냥 집에서 관리를 하게 된다. 그래서 타이레놀을 먹였으나 시간이 지나도 열이 떨어지지 않아 5시간 후 모트린으로 교차복용. 이때 자다가 아파서 깬 후라 또 짜증을 내서 약 먹이는데 애를 좀 먹었다. 그리고 자고 일어났는데도 떨어지지 않는 열. 오전 8시쯤 타이레놀.

그리고 목이 많이 아프다고 해서 상태확인하러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오전 10시쯤 얼전케어를 갔다.

폐와 귀는 괜찮고 목은 빨갛고 패스트검사에선 감염여부가 안 나왔으며 열도 없었다며 그냥 돌아왔다.


그런데 집에 온 첫째 공주를 내가 안아보니 몸이 후끈.

열 재보니 열이 고열이다. 그래서 다시 약을 먹이려는데 어쩐 일인지 약을 엄청 거부하는 아이.

101-102.7(F) 도로 고열이 계속 왔다 갔다 하는데 아파하고 기력도 없으면서 계속 약을 거부한다.

난 열나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알기에 얼른 열을 떨어뜨리고 싶어서 권유, 회유, 협박, 부탁, 약 먹기 관련영상 보여주기, 약 먹기 관련 책 읽기 등을 해가며 어떻게든 약을 먹여보려 하는데 남편은 천하태평. 아이가 자고 싶어 하면 그냥 재우고, 징징거리면 하염없이 그냥 안아주고, 까까 달라하면 까까주고, 잠시 약 먹으라고 해보고 거부하면 포기하고... 나만 애가 탄다.


그렇게 아침부터 하루종일을 고작 8개월인 둘째 공주 봐가면서 끊임없이 첫째 공주 열을 재고 살피고 먹이고 권유, 회유, 협박, 부탁을 번갈아가며 약 먹이려고 애를 썼다. 강제로 먹여봐도 절대 안 삼키고 뱉는 아이... 힘이 다 빠진다.

그러다 마지막 자기 전 대치상황. 하루종일을 고열인 상태로 지냈기에 나도 더 이상 물러서기 싫었다. 자기 전 꼭 약을 먹이고 싶었다.

남편은 둘째 데리고 재우러 들어갔고 나와 단둘이 대치 상황인데 끝까지 거부...

난 이제 정말 지치는 것도 지치는 건데 엄마가 돼서 애가 종일 고열인데 약하나를 못 먹이고 있다는 이 무력감에 눈물이 났다.

엄마가 우니까 “엄마 괜찮아~ 돈 크라이~” 하며 나를 토닥이는 32개월 딸.

'너 때문이야 이 지지배야...'

를 속으로 말하며 겨우 눈물을 닦는다.

그리곤 너무 졸리고 지쳐 보이는 아이 때문에 한 고집하는 내가 그냥 자자며 약먹이기를 포기하고 자러 들어갔다. 들어가서 한번 더 울어재끼고 밤새 아이 열 체크하고 몸을 젖은 티슈로 닦아내고 이불을 덮었다 치웠다 하며 아이 열을 떨어뜨리려고 노력하는 것 밖에 할 수 없어서 그렇게 밤을 지새웠다.


첫째 공주를 육아하면서 아무리 지치고 힘들어도 우는 일이 없었는데 크게 운 게 이번이 세 번째.

아이 이유식 시기에 일주일 넘게 너무 안 먹어서 울고, 아이가 계단에서 굴렀는데 홈캠 돌려보다가 아이가 계단을 구르는 걸 보고 기겁해서 울고, 그리고 이번에.

아이의 건강과 안전에 관해 내가 노력해도 할 수 없으면 눈물이 나는 것 같다. 내가 힘들고 지치고 짜증 나는 건 다 참을 수 있는데 이 무력감은 나를 너무 힘들게 한다.

강인한 엄마가 되는 게 참 쉽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