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기억

주일은 쉽니다. (1)

by 다샤

나의 최초의 기억은 꽤 선명하다.


지금도 할머니가 사는 오래된 빌라. 안방에 이불을 깔고, 아직 기어다니지도 못하던 내가 그 위에 누워서 꼼지락거린다. 나를 밝은 얼굴로 내려다보던 사촌들의 얼굴도 보인다. 어른들은 모두 건너편 작은 방에. 우리들만 안방에 있었다. 지금은 잘 웃지 않는 사촌 오빠들도 정말 앳된 얼굴이다.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약간 뒤쪽에 더 나이가 어린 사촌 언니도 있다.


누워만 있는 갓난아기 시절이 기억난다는 건, 꽤 신기한 일이다. 왜 하필 그 장면일까. 잘 모르겠다. 허름한 방에 햇빛이 들어오고, 아기를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봐주는 아이들의 모습이 따스하다. 멀리서 들려오는 어른들의 대화소리도 사근거린다. 내 탄생이, 내 얼마되지 않은 존재가 사랑받는다고 느껴진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일 때도 행복한 기억이 있다. 사랑받는지 아닌지 느낀다. 내 주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너무 잘 알고 있다. 누워만 있어도 내가 행복한지 아닌지를 아는 거다. 인간은 꽤 섬세한 존재구나. 하물며 성인이 된 지금은 더 민감하고 선명하게 모든 감각들을 받아들인다. 이게 불편한 상황인지, 상대는 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어쩌면 그래서 더 편견이 가득한 채로, 지금 내가 받아들이는 모든 것들은 '기억'이라는 필터를 거쳐서 수용된다.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수많은 생각과 경험, 나의 걱정과 편견을 통과하여 새롭게 해석된다.


그렇다면 최초의 기억은 나에게 아무 것도 없을 때 처음 내가 받아들인 존재일 것이다. 아무런 편견도, 판단도, 고민도 없는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기억. 지금 나에게 축적된 사촌들에 대한 서먹한 감정, 친척 어른들에 대한 서운한 기억들이 쌓이기 이전의 상태. 내가 보는 나 자신도, 그저 환영받는 작은 존재일뿐이다. 할머니의 빌라를 방문했던 모든 시간들이 사라지고, 그곳은 그저 내가 처음 존재했던 장소가 된다.


부모님이 들려주는 병원에서의 첫 탄생이 아닌, 내가 기억하는 나의 첫 존재. 햇빛과 어린 눈망울, 부드러운 이불의 감촉만 떠오르는, 나의 최초의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