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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서점 Mar 29. 2024

발행인이 조급해



발행인이 조급해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고들 말합니다. 인생은 쉽지만 않지만 길지도 않아서 강서 N개의 서울은 무언가에 쫓기는 듯이 급하게 진행되어 왔습니다. 예술은 모르겠지만, 인생은 짧습니다. 삶을 살아가는 동안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어떤 것을 꼽을 수 있을까요. 각자 다른 것을 꼽으면서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코로나19를 지나면서 우리는 인생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짧고 위태로울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단순히 먹고 사는 문제를 떠나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 과정에 관한 고민도 늘어났습니다. 기대한 바에 미치지 못해도 꿋꿋하게 버티는 힘을 기르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발행인은 계속 조급한 마음이 듭니다. 인생은 짧으니까요.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는 인류의 보편적 문제(빈곤, 질병, 교육, 여성, 아동, 난민, 분쟁 등)와 지구 환경문제(기후변화, 에너지, 환경오염, 물, 생물다양성 등), 경제 사회문제(기술, 주거, 노사, 고용, 생산 소비, 사회구조, 법, 대내외경제)를 2030년까지 17가지 주 목표와 169개 세부 목표로 해결하고자 이행하는 국제적 공동목표입니다. 


2030년까지 7년밖에 남지 않았건만, 위에 열거된 ‘인류의 보편적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네 번째 주목표인 ‘모든 사람을 위한 포용적이고 형평성 있는 양질의 교육 보장 및 평생교육 기회 증진’ 달성을 위해 2015 인천에서 열렸던 세계교육포럼에서 ‘인천 선언’이 발표되었습니다. ‘모두를 위한 교육’ 위한 모두의 약속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세계교육포럼 관련 마케팅 일을 하면서 ‘인류의 보편적 문제’에 관한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 말대로만 된다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오겠다는 희망도 품으면서요. 세상은 명확한 답을 내릴 수 있는 곳이 아니지만, 모두의 행복을 추구하는 방식을 고민할 수 없을까요. 벌써 몇 년째. 말로만 ‘모두를 위한’이라는 말을 붙였던 건 아닐까요. 


어제는 “나도 이제 나이 어린 친구들이 보면 기성세대일 텐데,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나름 해본다고 했는데 여전히 바뀐 것이 없어서 속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삼켰습니다. 경력이 조금 쌓였다고 어디서 심사를 볼 때마다, 처음 심사를 보러 가거나 멘토링을 하러 갈 때 존경하는 형이 내게 해줬던 이야기를 떠올립니다. 


“가서 하고 싶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하고 와.” 종종 가만히 앉아 생각해 보면. 형들과 누나들, 일면식도 없었는데 호의를 베풀어 주셨던 어른들, 세상만사에 삐죽거려도 되려 걱정을 해줬던 친구들 덕분에 조금 더 정제된 언어로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계속 고민할 수 있는 것도 어쩌면 이 때문일 것이고요. 


하지만, 미안합니다. 저는 무척 조급합니다. 하고 싶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하자면 밤을 세워야 하겠지만. 짧게 말하면 인생은 짧습니다. “여러분, 하고 싶은 거 하세요!” 같은 무책임한 말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고 싶은 것을, 적어도 하고 싶은 말을 편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습니다. 혼자서는 어렵고, 여러분과 함께 했으면 해요. 


이번 달은 기고가 없어 아쉬움이 큽니다. 

여러분, 방방에서 하고 싶은 말을 하세요. 

 

* 강서소식지 방방 2023년 7월호에 쓴 글입니다.



다시서점,

김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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