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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서점 Mar 29. 2024

더 겸손한 자세로 다시

2014년 1월 19일 책방일기


작년 1월은 태국 방콕 책방들을 구경하면서 보냈습니다. 올해는 내 책방을 둘러보면서 보냅니다. 일이 많아 자리를 지키지 못한 날이 많았는데 자리를 지키다 보니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새해부터 찾아와준 단골손님부터 공항동에 새로 작업실을 차린 작가까지 일부러 들러준 덕분에 말소리가 가득했습니다. 동네에 사는 또 다른 작가님은 아이와 함께 서점에 오셔서 쿠키와 편지를 주고 가셨습니다. 감사한 마음이 쌓입니다. 아이는 문밖을 나서며 또 만나자며 인사를 건냈습니다.


며칠전, 저녁거리를 사러 나갔다 오는 길. 책방 앞에 수녀님이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아직 저녁을 안 드셨나 보다. 이거 호두과자인데 냉장고에 넣어두고 먹어요." 종종 서점에 오시는 수녀님은 선물할 책이나 공책을 고르시기도 하고 저번에 왔는데 문이 안 열려 있었다며 저를 부끄럽게 하시기도 합니다. 저번에 오셨을 때는 새해부터 와주신 것이 감사해서 할인도 해드리고 선물도 몇 개 드렸는데 그 답례인지, 새벽까지 일하는 게 안 쓰러우셨는지 호두과자를 들고 서점 앞에 서계시던 모습에 아직도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하루 종일 보고서 속 숫자만 보다가, 오늘 만난 사람들 수를 세어보았습니다. 하나... 둘... 셋... 넷... 호두과자 수를 세어보았습니다. 사람들과 나눌 마음이 많은 1월입니다. 오늘도 이 글을 쓰는 와중에 아뜰리에 윈터그린 선생님들께서 미니 테라리움과 책들을 주고 가셨습니다. 잠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언제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빠져들었습니다. 아직 1월이 지나가려면 10일이나 남았는데 이렇게 받은 게 많아서 어떻게 돌려드릴 수 있을지요. 저는 달력에 그날 만난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놓는데 올해는 어떤 이름을 얼마나 적게 될까요. 

 

다시서점은 2024년에 여러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하고 싶은 것을 더 많이 하고 즐거운 일을 더 많이 하려 합니다. 책방 안쪽 빨간 냉장고에는 올해 하고 싶은 일을 포스트잇에 적어 붙여두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그러려면 하던 일들을 잘 마무리해야겠지요. 적어도 1월 중으로는 다 끝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동안 해온 일들을 돌이켜 보았는데 일의 양도 적지 않고, 의미있는 일도 했습니다. 마음이 끊기지 않고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지요. 


새 책을 쓰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목은 '서로에게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서로에게 의미가 있는 것을 만들 수 있도록 더 겸손한 자세로 다시 만나겠습니다.



다시서점,

김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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