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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서점 Apr 06. 2024

부지런한 비효율의 나라


헛손질 많은 우리 기업들, 문제는 부지런한 비효율이다

https://www.lgbr.co.kr/report/view.do?idx=18610


LG경영연구원의 이 리포트는 10년 전 글이다. 이 글에서 기업과 경영자를 국가로, 고객을 시민으로 바꾸어 읽어 보면 우리 사회에 산재한 많은 문제가 다시 보인다. 부지런한 비효율. 말이 참 고상해 보이지만, 막상 당해보면 혀를 내두르게 된다. 


군대에 가면 네 가지 인간 유형을 만나게 된다. 독일 군부에서 나온 성격 분류법이라고 하는데 어디서나 적용이 가능하다. 똑똑하고 부지런한 사람, 똑똑하고 게으른 사람, 멍청하고 게으른 사람, 멍청하고 부지런한 사람. 부지런한 비효율은 어느 쪽에 속할까.


우리는 군대라는 조직에서, 또는 사회 곳곳에서 멍청하고 부지런한 유형을 피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피할 수도 없고, 즐길 수도 없는 곳에서 맞닥뜨리는 비효율적인 일들이 삶을 옥죈다. 효율적이기 위해 비효율적인 일을 처리해야 하는 아이러니가 도처에 널려 있다.


보통 업무의 비효율은 전문적이지 않은, 멍청하고 부지런한 유형이 자리를 보존하기 위해 만든다. 서류를 위한 서류를 만들고, 일을 위한 일을 만든다. 이런 일들은 피해나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한, 안전한 증거수단을 만들기 위한 일들이다. 


나는 성인이 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왜 세대 간 반목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정치인들이 세대갈등을 부추기는지에 관하여 의문을 가졌다. 그리고 최근에서야 그들이 현실을 너무 모르고, 가장 피하고 싶었던 멍청하고 부지런한 유형이기 때문에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걸 깨달았다.


망할 공인인증서나 사이트에 접속할 때마다 프로그램들을 설치하는 시간으로 하루를 보내는 것만이 아니라, 이 부지런하기만한 비효율이 사회 전반에 널려있다는 점이 절망스럽다. A를 하기 위해 B, C, D, E라는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 시스템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살아남으려면 하는 수 밖에 없으니까 대부분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겠지만, 컴퓨터로 일기를 쓰며 자라온 세대에게는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발맞추지 못하고 아직도 뒷짐지고 한치의 손해도 보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면 속이 터질 뿐이다.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할 줄 몰라서 못 하는 것이었다. 좋은 대학을 나오고 좋은 직장을 얻었다고 모두 똑똑하지는 않다. 정보를 외우는 것에 그치는 것과 지식을 이해하고 적용하는 것은 다르니까. 바꿀 줄 모르는데 바꿔달라는 내가 바보였다.


아래 영상 18분쯤에 저출산 지원금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짧게 이야기 하면 '비효율적으로 돈을 풀었다.' 그러나 그것이 저출산 관련 예산뿐일까. 정권이 바뀌고 지도자가 바뀌어도 이름만 조금 바뀔뿐 과정은 복잡하고 괴롭다. 오죽하면 세무사들이 홈택스가 편리해지면 안 된다고 말할까.



전세계가 일본 버리고 애써 한국을 찾는 이유|이명찬 박사 4부

https://www.youtube.com/watch?v=LLgQofhncXo


https://www.youtube.com/live/TjK9bafdRL4?si=KchDwbNfykNPUqB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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