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광화문 광장에서 다시 만났다. 대학을 졸업한 후 좀처럼 만날 일이 없던 J를 본 건 정말 우연이었다. 끝없는 행렬. 길고 긴 사람들 뒤를 따라 걷느라 옆을 둘러보기 어렵던 그때. 나보다 몇 살 많던 J가 서 있었다.
“형, 여기서 보네요?”
“그러게. 나 안산 살잖아.”
짧은 대화 속에서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 무언가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우리는 그 후로도 몇 번 광화문 광장에서 만났다. J는 스포츠를 좋아하고 장난기 많던, 웃음이 많던 사람이었는데 광장에서 만난 그는 언제나 슬픈 표정이었다.
그때부터였을까. 나는 사람들의 얼굴을 똑바로 보기 힘들어졌다. 눈물이 쌓여가는 얼굴들.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 광장에 모인 시민, 그리고 희생자 영정 사진은 눈물이 아닌 다른 것이어야 했다. 그 후 10년이 지나도 표정은 찾기 힘들었다.
우리는 어떤 사회에 살고 있을까. 2014년 4월 16일 이후, 우리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어떤 사람들은 사회안전망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개인의 결핍을 문제로 삼지만, 나는 결핍이 아닌 부재로 본다.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없는 것, 사라진 것이다.
어른들의 몫으로 남은 일을 끝까지 책임지려는 세월호 참가 유가족 협의회에 작은 응원과 기도를 보낸다. 나는 그날 이후 유가족 곁에, 팽목항에, 단원고에, 광화문 광장에 서 있던 시민들이 여전히 함께한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