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평쯤 돼 보이는 방.
어두운 형광불빛 사이로
푸르고 시큼한 물곰팡내가 난다.
겹겹이 번진 누수 자국이
흰 천장에 꽃처럼 피어있다.
"편안하게 누워 계시면 돼요."
낯선 여자분께서 가운을 벗긴다.
좁고 어두운 방에는 모니터만 깜빡거린다.
그분은 나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확인한다.
이내 능숙한 솜씨로 나의 가슴과 팔목 그리고 발목에 센서 집게를 물린다.
"긴장하지 마시고,
그냥 편안하게 계시면 금방 끝납니다."
아, 과연 나는 편안할 수 있을까?
모니터로 내 몸속에 있는 것들이 보인다.
아, 과연 나는 편안할 수 있을까?
암실에 누워 천장을 보며 질문한다.
건강하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정상범위란 무슨 뜻이지?
표준이상이라는데 곧 죽는 건 아니겠지?
처음 보는 사람과 어두운 방에서 일대일로 있다.
그가 시키는 대로 몸을 드러내고,
벽 쪽으로 돌아눕고
고개를 바짝 올린다.
약물이 투여된다.
기계가 모터소리를 내며 머리 위를 오고 간다.
그는 나를 보지 않는다.
손목에 압박붕대를 동여맨 채 마우스를 잡고 있다.
모니터만 본다.
그에게 나는 단순한 검사품목이다.
눈을 보고 말하지 않는다.
마치 정육점 고기의 마블링을 살피듯
내 속살을 음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