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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fe barista Jan 14. 2022

쳐다보지 마!

생애 첫 번역-역자 후기를 썼습니다!

2021년 연말, 상장회사 공시담당자 등에게 필요한 교육프로그램이 무엇인지 물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가장 많았던 건 단연 ESG 교육이었습니다. ESG 열풍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열풍은 식기 마련입니다. 이명박 정부 때 유행했던 녹색성장이란 말이 있습니다. 관련 정책이 추진되면서 상장회사들은 ‘녹색경영정보 자율공시’를 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때는 공기업 여성 임원 30% 의무할당, 미래 여성 인재 10만 명 양성 등 여성의 사회 진출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들이 추진되었습니다. ESG 중 녹색성장은 E(환경), 양성평등은 S(사회)에 해당하지만, ESG 교육을 요청할 만큼 뜨겁지 못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ESG는 지금 왜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된 걸까요? 질문의 답을 찾다 보니, 얼마 전 개봉했던 영화 ‘돈룩업(Don’t look up)’이 생각났습니다.     

 

영화 내용은 이렇습니다. 인류를 절멸시킬 크기의 운석이 지구를 향해 날아오고 있습니다. 계산에 따르면 6개월 후면 지구와 충돌하게 됩니다. 이 말인즉슨, 이제 살아남기 위해 인류에게 주어진 시간은 6개월뿐이라는 겁니다. 선택은 두 가지. 그냥 있다가 모두 죽던지, 아니면 운석을 우주에서 폭발시켜 살아남을 것인지!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이는 이 상황은 묘하게 흘러갑니다. 일단 정치인들은 과학자들의 주장을 믿지 않다가, 불리한 선거 상황을 역전시킬 히든 카드로 삼습니다. 어떤 기업인은 운석에 매장된 다이아몬드와 희귀 광물 등에 눈독을 들입니다. 대통령은 운석을 우주에서 산산조각내는 대신, 기업인과 손잡고 날아오는 운석을 투자 개발하기에 적당한 크기로 나누는 쪽을 선택합니다.      


과학자들은 난리가 납니다. 1초가 급한 상황에서 대통령과 기업인이 작당 모의하는 사이, 죽음의 운석은 이제 많은 사람들의 육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깝게 다가와 있습니다. 이제 과학자들은 대중에게 이 문제를 호소합니다. 이때 사용된 구호가 바로 ‘Look up!’입니다. 영화 제목 ‘Don’t look up’은 정치인들이 look up 운동을 방해하기 위해 내세운 반대 구호입니다.     

 

ESG 열풍은 어쩌면 인류 멸망을 몰고 올 운석이 하늘에 나타났기 때문에 생긴 것일 수 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문제는 이제 발등의 불이 된 것입니다. 그럼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오늘날 자본주의는 산소와 같습니다. 이 말은 ESG도 자본주의에 올라타야 생명력이 있다는 뜻입니다. 다시 영화 이야기를 하자면, look up 해야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것입니다. 번역을 맡게 된 동기도 이 책이 바로 ESG 투자에 초점을 두고 자본주의를 이용해서 개별 기업들이 어떻게 ESG 전략을 짜야 할지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ESG는 현실력이 있습니다. 돈이 왜 ESG에 모이고 있는지, 그 돈들이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투자 기술적으로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만약 ESG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잘 쓰는 것쯤으로 알고 있던 사람이라면 깜짝 놀랄만한 새로운 이야기가 많습니다. 

     

번역을 하면서 나름 자신 있었던 자본시장의 투자용어와 상품들을 새롭게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20년 넘게 자본시장에 몸 담고 있으면서 타성에 물들어 있었던 제 지적 수준의 나체를 보았습니다. 이렇게 부족한 사람에게 좋은 책을 번역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무쪼록 이 책이 ESG 경영과 투자를 시작하는 분들에게 작으나마 도움이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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