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 2학기, 장학사가 되어 떠나신 담임 선생님의 빈자리에 파릇파릇한 신규 선생님 한 분이 오셨다. 안경을 쓰고 말총머리를 하신, 단소와 오르간을 기막히게 잘 다루시던 강♡♡ 선생님.
하지만 선생님에게는 완벽함보다 더 사랑스러운 '인간미'가 있었다. 가끔 늦잠을 주무시는지, 지각대장이던 나와 학교 언덕길에서 나란히 마주쳐 머쓱하게 웃으며 교실로 뛰어 들어가곤 하던 분.
그 시절, 손재주도 운동 신경도 그저 그랬던 나는 스스로를 '그저 그런 아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런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준 건 선생님이 매일 내 일기장에 남겨주신 정성 어린 댓글들이었다. 선생님이 좋아서 편지를 쓰면, 선생님은 하교 후 피곤한 기색도 없이 그보다 훨씬 긴 답장을 써서 내 손에 쥐여주셨다. 그 빛바랜 편지들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내 보물상자 속에 고이 간직되어 있다.
선생님은 나의 일기 속에서 남들이 보지 못한 빛을 찾아내셨다.
“너, 글을 참 잘 쓰는구나!”
그 한마디가 시작이었다. 선생님은 나를 각종 운문, 산문 대회에 보내주셨고, 상장이 하나둘 쌓일 때마다 내 안의 자부심도 한 뼘씩 자라났다. '그저 그런 아이'였던 내가 5학년 때는 반장까지 맡게 되었으니, 선생님이 내 마음속에 심어준 자신감이 얼마나 큰 기적을 만들었는지 모른다.
선생님과 함께했던 교실은 늘 웃음과 예술이 넘치는 아틀리에였다. 매년 아이들과 문집을 만들며 어떤 내용을 담을지 깔깔대며 고민하던 시간, 인쇄물을 교실 가득 펼쳐놓고 고사리손으로 분류하던 종이 냄새가 아직도 선명하다.
한 번은 우리 반의 '각종 왕'을 뽑는데, 한 아이가 자기 허리에 500원 동전만 한 점이 있다고 자랑했다. 선생님은 아이처럼 눈을 휘둥그레 뜨고 직접 확인하시더니 “맞아, 맞아! 진짜 왕이네!”라며 박수를 쳐주셨다. 어쩌면 콤플렉스가 될 수도 있었을 아이의 평범한 점조차 '왕의 표식'으로 만들어주던 그 따뜻한 시선.
이제 내가 그 자리에 서 있다.
가끔 초심을 잃고 지칠 때면, 나는 말총머리를 휘날리며 나와 함께 지각을 면하려 뛰어가던 젊은 날의 강♡♡ 선생님을 떠올린다. 그리고 다짐한다. 나도 선생님처럼, 아이들의 사소한 특징에서 보석을 발견해 주는 사람이 되겠다고.
나의 2학년과 4학년을 온통 빛으로 채워주셨던 선생님.
선생님이 내 일기장에서 작가의 씨앗을 발견하셨듯, 나 또한 아이들의 마음속에 숨겨진 빛을 찾아내어 평생 잊히지 않을 별 하나를 달아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