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병 속의 비밀편지

작은 소녀가 만들어준 잊지못할 선물

by 다시 사랑

그 아이에 대해 기억에 남는건

새 학기 첫날, 할머니와 함께 교실 뒷문에 서 있던 모습이다.

할머니와 인사를 나누고, 작은 두 손으로 가방끈을 꼭 부여잡은 채 선생님을 잔뜩 의식하며 총총총 들어오던 발걸음. 그 작고 예쁜 소녀, 경아는 그렇게 내게 왔다.


경아에게는 남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우리 반에서 가장 말썽꾸러기인 남자아이를 전혀 싫어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다른 아이들의 불만이 산처럼 쌓여갈 때도 경아는 그 아이를 대함에 있어 늘 한결같았다.

놀랍게도 그 남자아이도 경아 앞에서만큼은 순한 양이 되곤 했다.


나는 그 비밀이 늘 궁금했다.

모두가 밀어내는 아이를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품어줄 수 있는지.


참지 못하고 슬쩍 물어본 적도 있었다.

"경아야, 너는 OO이가 싫거나 불편하지 않니?"


아이는 맑은 눈으로 대답했다.


"글쎄요, 저는 OO이가 괜찮아요!"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한 대답. 그 순간, 그런 질문을 던진 어른인 내가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나를 참 많이 좋아해 주던 경아. 어느 하교 시간, 유독 나와 자주 눈이 마주치던 날이 있었다. 아이가 떠난 뒤 돌아온 내 자리, 의자 위에는 빨간 뚜껑이 달린 작은 유리병 하나가 놓여 있었다.


원래는 무엇이 담겨 있었을지 모를 소박한 유리병. 그 안에는 연필로 꾹꾹 눌러 쓴 편지와 내 얼굴을 정성껏 그린 그림이 담겨 있었다. 순간 울컥함이 밀려왔다. 여덟 살 아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서프라이즈였다.


이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 아이는 얼마나 오랫동안 마음을 썼을까. 병을 고르고, 깨끗이 씻어 꾸미고, 편지를 쓰고 그림을 그렸을 그 과정들. 아이가 보냈을 정성스러운 시간들이 그려져 울컥했다. 문득 어린 시절, 내가 선생님께 드렸던 편지를 받아 든 나의 선생님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생각했다. 나는 그때의 선생님보다 훨씬 더 과분한 선물을 받은 것만 같았다.


나는 그 귀한 마음을 꺼내 한 자 한 자 내 마음에 꾹꾹 눌러 담았다. 그리고 그 옛날 나의 선생님이 그러하셨듯, 나 또한 마음을 다해 답장을 썼다. 예쁜 물병 하나를 골라 그 안에 아이를 향한 나의 진심을 담았다.


다음 날 쉬는 시간, 아이가 놀이에 빠진 틈을 타 가방 속에 슬그머니 답장을 넣어두었다. 잠시 후 편지를 발견한 아이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번졌다. 친구들은 그 웃음의 이유를 궁금해했지만, 그것은 우리 둘만의 비밀로 남았다.


경아야.

그때 네가 준 선물은 여전히 소중하게 내 곁에 간직하고 있단다.

유리병에 담겼던 너의 투명한 사랑을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먹먹해져.


네가 지금 살아가고 있을 세상도,

그 작은 유리병 속처럼

늘 따뜻하고 다정하기를 바란다.

나의 작은 소녀님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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