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를 닮은 내 첫 제자, 왕00

ADHD 아이가 셋인 반, 초임 교사가 '꽃길' 대신 선택한 것

by 다시 사랑


처음으로 선생님이 되던 나의 첫 부임 날,


교감 선생님은 젠틀한 미소로 내게 '꽃길'을 제안하셨다.


"선생님, 음악교육 부전공이죠? 지금 1학년 담임이랑 음악 전담 자리가 비었는데, 음악교과 어때요?"


나는 호기롭게도 그 제안을 거절하고 담임을 선택했다. 예정된 꽃길을 제 스스로 걷어찬 셈이었다.


내가 맡게 된 반은 ADHD 아이가 셋이나 모인 곳으로, 전임 선생님께서 1학기 만에 명예퇴직을 선택하셨을 만큼 힘든 반이라는 사실을 한참 후에야 알았다. 아마 학교 측에선 '모르는 게 약'이라 생각하셨던 거 같다.


아무것도 모른 채 투입된 교실. 나에게는 그저 모든 게 '원래 이런가 보다' 싶었다. 그중 유독 눈에 띄는 아이가 있었다. 싸이를 닮아 몸매가 오동통했던 왕00.


왕00은 풀린 눈을 한 채 교실 바닥을 자유롭게 구르고 있었다. 나는 그 상황이 놀랍긴 했지만 그저 '아, 1학년이라 바닥을 구르는 애들도 있구나'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왕00은 바닥을 구르면서도 자기가 원하는 건 명확히 표현하는 똑똑한 아이였다. 웃긴 건, 아이가 몇 번을 굴러도 내가 별 신경을 쓰지 않으니 어느 순간부터는 제 발로 걸어가 자리에 앉더라는 것이다.


수업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참여하던 왕00.

'즐거운 생활' 시간은 그 아이가 특히 좋아하던 시간이었는데. 오동통한 배를 내밀며 춤이라도 추면

정말 싸이가 강림한 듯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학부모 상담 날, 왕00의 어머니는 잔뜩 움츠러든 모습으로 교실에 들어오셨다. 이번엔 또 어떤 문제점을 듣게 될지, 얼마나 죄송하다는 말을 해야 할지 걱정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나는 웃으며 말씀드렸다.


"어머니, 00이 정말 싸이 같아요! 너무 재밌고 웃겨요. 싸이 어렸을 때 딱 이랬을 것 같지 않아요?."


그 한마디에 그 아이의 어머니는 움츠러들었던 어깨를 펴고 활짝 웃으며 돌아가셨다.


물론 걱정되는 부분도 많았지만, 어머니는 이미 누구보다 잘 알고 계셨다.


나는 그저 "잘하고 계세요"라는 용기를 드리고 싶었다. 어쩌면 다음 선생님께는 부담을 드린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신규 교사의 서툶이라 너그럽게 봐주길 바랄 뿐이다.


왕00은 그해 2학기를 나와 별 탈 없이 잘 마무리했고 이듬해 우연히 만난 그 아이의 어머니는 아이가 선생님을 많이 보고 싶어 한다며 그리움을 듬뿍 전해주셨다.


강렬했던 나의 첫 제자, 왕00.


그때 너의 그 반짝임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니?

서툴고 부족했던 나는 너에게 어떤 선생님이었을까.


아무것도 몰랐기에 오히려 편견 없이 볼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생각하며, 흐릿한 기억을 가만히 떠올려 본다. 그리고 곧 다시 돌아갈 나의 교실에서, 처음의 그 마음으로 아이들을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게 해달라고 마음 깊이 빌어본다.



(6년 만의 복직, 새로 발령 난 학교에서도 또다시 다들 걱정을 많이 하시는 ADHD아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초임 첫 제자와의 추억을 되짚어보며 편견 없는 눈으로 그 아이와 마주할 수 있길 바래봅니다. 많이 응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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