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짐 속에서 발견한 사랑의 조각
6년 만의 복직.
새로운 학교, 낯선 교실에서 오랫동안 창고 깊숙이 보관해 두었던 교사 짐을 하나둘 풀기 시작했다. 먼지를 털어내며 짐을 정리하던 중, 문득 낯익은 얼굴 하나가 툭 튀어나왔다. 그것은 칠판 부착용으로 만들어진, 내 모습을 꼭 닮은 캐릭터 종이인형이었다.
10년 전, 우리 반 회장이었던 화정이가 선물해 준 나의 캐릭터.
칠판 위 학습 활동을 손가락으로 야무지게 가리키고 있는 그 인형은 놀랍도록 나를 닮아 있었다.
그때는 미처 다 보지 못했던 섬세한 손길들이 이제야 눈에 들어온다. 10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음에도 종이인형은 마치 어제의 모습 그대로 빛나고 있었다.
나는 홀린 듯 그 캐릭터를 칠판에 붙였다. 그리고 잠시, 10년 전의 그 교실로 돌아갔다.
화정이는 키는 작았지만 누구보다 강단 있는 아이였다. 작은 체구와 달리 마음은 한없이 넉넉해서 늘 허허롭게 웃곤 했더랬다. 선생님이 무엇을 필요로 할지 말하지 않아도 미리 헤아려주던 아이. 그 깊은 배려 앞에서 나는 나도 모르게 '받는 것'에 익숙한 선생님이 되어버렸던 것 같다. 이제야 돌아보니, 그 맑은 아이에게 정작 내가 해준 것은 참 별로 없었다는 미안함이 밀려온다.
기억 한편에 머물던 어느 날의 풍경이 떠오른다. 무슨 이유에선지 아이들이 내 앞에서 시무룩하게 반성을 하던 날이었다. 화정이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자기가 회장으로서 너무 모자란 것 같다며 엉엉 울던 아이. 그때의 미숙했던 나는, 그 아이의 눈물을 어떻게 닦아주어야 할지 몰라 그저 당황하기만 했더랬다.
10년을 넘어 다시 만난 종이인형을 보며, 나는 이제야 뒤늦게 너의 그 울음에 마음이 아려온다.
잘 지내니, 화정아.
여전히 너의 그 따뜻한 마음으로 주변을 돌보며 살고 있겠지. 부디 바라는 것은, 남들을 살피는 그 고운 마음으로 너 자신을 가장 먼저 돌봐주었으면 하는 것이란다. 그리고 그때, 널 달래줄 방법을 몰랐던 바보 같던 선생님을 너른 마음으로 용서해 주렴.
고맙다, 화정아.
6년 만에 다시 서는 복직의 길 위에서 네가 남긴 사랑이 내게 얼마나 큰 등불이 되어주고 있는지 모른다. 칠판 한구석에 네가 준 종이인형을 붙여놓고, 나는 과거의 너로부터 가장 뜨거운 응원을 받는다.
10년이라는 시간을 건너 내게 온 이 작은 종이 조각이, 오늘따라 유난히 따뜻하다. 화정아, 네가 보낸 이 다정한 응원을 등에 업고 나는 내일의 교실로 기쁘게 출근한다.
그때 못했던 말을 이제야 마음속으로 가만히 읊조려 본다.
"화정아, 너는 정말 멋진 우리 반 회장이야."
<너의 든든한 응원을 뒤에 두고 다시 시작해 볼게>
"글로 다 전하지 못한 고요한 위로를 영상과 소리로 담고 있습니다.
지친 하루의 끝, 잠시 눈을 감고 마음을 쉬어가고 싶다면 유튜브 '다시 사랑'에서 함께 호흡해 보아요."
https://www.youtube.com/@dasi_sa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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