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자부심이 된 기록
카카오톡 업데이트한 프로필 목록에서 익숙한 얼굴 하나를 발견했다. 세영이.
사진 속에는 어느덧 훌쩍 자라 늠름해진 청년의 모습이 있었다. 그 환한 미소를 보는 순간, 잊고 있던 교실의 소음과 햇살이 파도처럼 밀려와 마음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세영이는 참 영리하고 다정한 아이였다. 나랑 농담 따먹기도 곧잘 하고, 친구들을 대표해 "선생님, 오늘 교실 체육 해요!"라며 능청스럽게 협상을 걸어오던 우리 반의 행동대장.
그 아이와의 기억 중 가장 선명한 건, 어느 학기말 통지표에 얽힌 이야기다.
교사에게 학기말은 창작의 고통에 시달리는 시기다. 결코 쉽지 않은, 수십 명 아이의 한 학기를 몇 문장으로 요약하는 일. 하지만 나는 아이들에게 평생 남을 문구에 정성을 다 하고 싶었다. 세영이의 통지표 행동발달사항란에 나는 꽤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 아이가 가진 특유의 쾌활함, 타인을 배려하는 리더십, 그리고 내가 발견한 세영이만의 반짝이는 가능성들... 내 나름의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았다.
방학이 끝나고 다시 만난 날, 세영이가 복도에서 나를 보더니 툭 던진 한마디.
"선생님! 저 이번에 아빠한테 용돈 3만 원 받았어요!"
의아해하는 내게 아이는 뿌듯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아빠가 제 통지표 글을 읽으시더니, 우리 아들 정말 잘 컸다고 기분 좋다면서 주셨거든요!"
그 순간, 밤새 통지표를 쓰느라 고생했던 내 손가락이 얼마나 기특하게 느껴졌던지. 내 진심이 종이를 넘어 부모님의 마음을 터치하고, 결국 아이의 주머니 속에 '자부심'이라는 이름의 3만 원으로 치환된 그 마법 같은 순간을 나는 잊지 못한다.
물론 우리 사이에 감동만 있었던 건 아니다. 어느 날, 아이들 표정이 좋지 않길래 "왜, 불만 있어?" 하자 "네! 불만 있어요!" 하길래 옳다구나 하고 당시 남자친구(지금의 남편)에게 배운 회심의 유머를 던진 적이 있다.
"얘들아, 선생님은 물도 있어!"
찰나의 정적. 그 싸늘한 공기를 뚫고 세영이가 톡 튀어나오며 외쳤다.
"에이 선생님, 그건 아니죠! 그건 너무 아재개그잖아요!"
반 아이들과 배꼽을 잡고 웃던 그 소란스러운 평화가 그립다.
세영아, 너는 여전히 그렇게 쾌활하고 밝게 세상을 살아가고 있니? 내 마음속에 여전히 너희와의 기억이 소중한 보석으로 남아 있듯, 너희에게도 내가 '참 다정했던 어른'으로 남아 있길 바라본다.
내가 쓴 글이 너에게도, 그리고 그때의 우리에게도 닿을 수 있기를. 그리고 어느덧 어엿한 청년이 된 네게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낸다.
(아이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글로 다 전하지 못한 고요한 위로를 영상과 소리로 담고 있습니다.
지친 하루의 끝, 잠시 눈을 감고 마음을 쉬어가고 싶다면 유튜브 '다시 사랑'에서 함께 호흡해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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