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문현답

대체 너 뭐가 되려고 그래?

by 다송

내가 한심해지는 순간이 잦았던 시절,

덜렁거리는 데다가 하고 싶은 건 많은데

밀도 있게 살아내지 못해 답답하곤 했다.


여기 조금 손대고, 저기 조금 손대고.

나를 콩콩 쥐어박으며 '대체 너 뭐가 되려고 그래?'

스스로 채근했다.


그러다 현에게 시무룩한 표정으로 물었다.


-오빠, 나는 대체 뭐가 되고 싶은 걸까?

-응? 다송이는 다송이가 되면 되지!

-아! 맞네? 나는 내가 되면 되네?


오, 유레카! 둘이 손뼉을 치며 깔깔 대며 웃었다.

이 허접하고 우스운 대화를 나누곤 체증이 확 내려갔다.

그는 우문현답의 달인이었다.


그래, 나는 그저 내가 되면 되는 거야.

뭐가 되면 어때, 그게 나면 되잖아.

현을 통해 놓칠 뻔했던 본질을 다시금 마음에 되새겼다.


광활한 우주의 점과 같은 내가

하루하루 나를 탐험하며 살아가고 있다.

헷갈리고 모르겠는 거 투성인 삶에 정답은 없다.


무엇이 돼도 좋다.


나는 내가 되면 된다.

나는 내가 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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