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싹들이 왁자지껄 일어나 있다
오규원
아침부터
펑 펑
봄눈이 내리더니
점심 무렵에는
산과
들이
눈부시게
하얀 이불을 덮고
잠이 들었다
골짝을
타고 내리는 물소리만
나즉 나즉
자장가처럼 들리던
하루가 지나고
다시 아침이 오고
해가 떠오르더니
점심 무렵에는
산과
들에
좌아악 깔린 이불을
모조리
걷어 가 버렸다
이불이 걷힌
그 자리에는
잠자리에서 뛰어나온
아이들처럼
파란 싹들이
왁자지껄
일어나 있다
『나무 속의 자동차』문학과 지성사, 2008
엊그제 눈이 앙칼지게 내렸다
떠남이 몹시도 아쉬웠을까
오늘은
바람이 잔 자리에
부드러운 햇살이 내려앉았다
새봄이라 설레기도 하지만
벌써 3월이라고
두 달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까먹은 거 같아서 개운치가 않다
하얀 이불이 걷힌 자리에
새싹들이 뾰족뾰족 머리를 내밀듯이
새 교실엔
아이들이 왁자하게 떠들고
필통 안의 연필들도
단정한 모습으로 긴장하고 있겠다
새 학기를 맞은 아이들과
새싹들이
단단하게 자라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