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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이 May 27. 2024

우리만의 방법 찾아가기

션 엘리스, 『진화된 마케팅 그로스 해킹』

예전에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책에 나오는 내용을 이것저것 업무에 적용해보고 싶었다. 팀에 건의해서 아이디어를 평가하는 방법인 ICE도 도입해보고, 우리 서비스의 부활 유저들은 얼마나 되는지도 분석해봤었다. 다른 팀원의 제안으로 우리도 토스 비슷하게 친구에게 금전적 보상을 선물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아쉽지만 시도해본 방법 모두 생각보다 성과가 신통치 않았다. 왜 비슷한 방법론을 도입해도 우리는 별로 성과가 나지 않는지 답답했다. 어떤 경우는 리더십의 부재 때문에, 또 어떤 경우는 도메인의 특성에 가로막혔던 것 같다. 예를 들어 ICE 방법을 통해 아이디어를 채택하고 실험을 해보자고 했지만, 회사 분위기가 축 늘어져있는 상황에서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내줄 팀원은 많지 않았다. 그래도 한 두가지 아이디어를 반영해서 어찌저찌 실험을 진행하고 나면, 제대로 회고를 하기도 전에 탑다운으로 목표가 불분명해보이는 프로젝트가 끼어들기도 했다.



이번에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왜 첫 챕터에서 그로스 팀을 구축하는 부분을 자세하게 설명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로스를 하기에 적합한 조직을 꾸리지 않는다면, 경영진이 그로스해킹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않는다면 그로스해킹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 또 서로 다른 부서, 직군 간 장벽을 허물기 위해서는 개발자도 마케팅의 중요성을 공부해야하고, 마케터도 개발자의 언어를 공부하지 않으면 안된다. 무엇보다 이 길이 지난한 과정이 될 수 있다는 것, 치열하게 하지 않으면 성과가 나기 힘들 수 있다는 부분도 염두에 둬야 하는 것 같다.


우리 팀이 저질렀던 또 다른 패착 중 하나는, 서비스와 유저의 특성을 살리기보다는 잘나가는 방법론을 적용하기 급급했다는 것이다. 토스에서는 공짜로 친구에게 송금을 하는 기능을 통해 신규 유저 수를 급격히 증가시켰지만, 이건 송금 서비스이기에 가능한 모델이었다. 이 책에서도 이메일 서비스처럼 다른 유저와 소통하는 서비스인 경우에 바이럴 마케팅이 강력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아쉽지만 우리 서비스에는 그런 부분이 없고, 유저들도 혼자 놀고 싶어하는 성향이 강하다. 대신 우리 유저들은 귀엽고 아기자기한 걸 좋아하니 가상의 캐릭터를 꾸며서 친구에게 보내는 게이미피케이션 요소를 도입해봤다면 어땠을 지, 아쉬움이 남는다.


그로스 해킹은 유저와의 소통, 실험을 통해서 정답을 빠르게 찾아가는 방법이지만, 한편으로는 이 방법론을 도입하는 것 자체가 회사 내부에서도 거대한 실험이 아닐까 싶다. 다른 팀의 방법론을 참고하는 것은 좋지만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결국 우리만의 방법을 만들어가야 한다. 팀원들이 같은 목표를 바라보기 위해서는 치열한 토론을 통해서 목표를 정해나가야 한다. 또 핏이 맞는 유저들을 데려오고 그들을 붙들어두기 위해서는 우리 유저들이 어떤 사람인지, 그들이 좋아하는 것과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지부터 들여다봐야 할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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