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데이터 스테이션 May 17. 2023

협력의 사회를 만들려면

로버트 엑셀로드 "협력의 진화"의 게임이론으로부터 

 1914년 1차 세계 대전 중, 크리스마스에 발생한 일이다. 서부 전선에서 상부의 아무런 명령 없이 영국군과 독일군들은 참호 밖으로 나와 전장에 한데 모였다. 모인 군인들은 서로 공격하지 않고, 사상자를 수습하며, 선물을 나누고 같이 운동까지 하는 등 적을 앞에 두고 할 수 없는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상황으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1914년에 전쟁터에서 벌어진 것이다. 상부의 아무런 명령도 없었고, 휴전도 아닌 상황에서, 매일 같이 전투가 벌어지는 전장에 어떻게 ‘크리스마스’라는 이유로 서로 전장에 올라와 선물을 나누고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까?  2023년 현재, 세대 간, 성별 간, 계층 간 갈등이 더욱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 여기 한 게임 이론이 사람들 간의 “신뢰”에 대한 문제의 해결을 제시해 준다.


 게임은 매우 간단하다. 양 옆 플레이어가 서로 서서, 하나의 기계에 동전을 넣는 게임이다. 각 플레이어는 2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기계에 한 개의 동전을 넣거나, 넣지 않거나. 만약 서로 동전을 집어넣게 된다면, 두 플레이어에게 각각 2개의 동전이 지급이 된다. 그러나 모두 넣지 않게 되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한 명만 동전을 넣고 다른 한 명이 동전을 넣지 않는 경우, 동전을 넣지 않는 사람이 3개의 동전을 받게 된다. 쉽게 정리하면 아래와 같은 경우의 수가 펼쳐진다.


- 동전을 두 명의 플레이어가 모두 넣는 경우, 각각은 한 개의 동전을 넣고 2개의 동전을 돌려받는다.

→ 즉 1개의 동전을 소비해 2개를 얻으므로, 각각은 서로 +1 개의 동전을 얻을 수 있다.

(둘 다 협력하는 경우, 서로 +1)   


- 둘 다 동전을 넣지 않는 경우,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 즉 둘 다 동전을 넣지도 않고,  받지도 않으므로 0 점

(둘 다 배신하는 경우, 서로 0)   


- 한 명이 반대편 상대를 믿고 동전을 넣었으나 다른 한쪽은 넣지 않는 경우,  상대를 배신한 쪽이 3개의 동전을 돌려받는다.

→ 즉 상대를 믿고 동전을 넣은 한 명은 동전을 하나 잃고 (-1), 상대를 배신한 한 명은 3개의 동전을 얻는다. (+3)

(한 명 만 배신하는 경우, 협력자 -1 / 배신자 +3)


 이런 게임을 한 사람과 5~10번 정도 실시할 경우,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상대를 믿고 동전을 계속 넣을 것인가? 여기에 여러 유형의 전략들이 등장한다. 아래의 전략가들을 보고 본인이 어떤 전략을 쓰는지 확인해 보자.   


1. 따라쟁이 : 협력으로 시작해서, 두 번째 라운드부터, 이전 라운드의 상대방이 했던 행동을 따라 한다. (처음엔 협력하지만, 상대방이 배신을 시작하면 같이 배신한다. 협력을 계속한다면,  계속 협력을 수행한다. 인과응보 스타일)


2. 항상 배신자 : 모든 라운드를 배신한다. (상대가 협력하면 이 유형은 +3을 벌지만, 협력하지 않더라도, 동전을 기계에 넣지 않기에, 손해 볼 것은 없다.)


3. 항상 협력자 : 모든 라운드를 협력한다. (상대의 선택과 상관없이 모든 라운드에 동전을 넣는다. 협력적인 상대를 만나면 이득을 보지만, 배신자를 만나면 손해만 본다.)


4. 복수자 : 협력으로 시작하여, 상대방이 협력할 경우 지속적으로 협력한다. 그러나 상대방이 한 번이라도 배신하면, 영원히 배신을 한다. (즉 한번 나를 배신하면 상대방이 다시 협력한다 해도 너 죽고 나 죽자로 끝까지 배신을  할 것이다.)


5. 탐정 : 상대방의 패턴을 분석한다. 협력-배신-협력-협력으로 플레이를 시작한다. 그중 한 번이라도 상대방이 배신을 한다면, 이후에 모든 플레이를 따라쟁이처럼, 상대방의 전 행동과 똑같은 행동을 취한다. 그러나 상대방이 4턴 동안 한 번도 배신을 하지 않는다면, 항상 배신을 하여 수익을 극대화한다. (즉 탐정은 상대방이 배신하지 못하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단해 수익을 올리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당신은 어떤 사람에 해당하는가? 만약 이 유형의 사람들이, 한 번의 상대와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닌, 여러 상대와 게임을 번갈아 한다면, 누가 가장 많은 동전을 얻을 것 같은가? 아래 그림과 같이, 서로 만났을 때, 10번의 게임을 수행하여 서로 다른 사람을 계속 만나 게임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럴 경우, 최종적으로 가장 동전을 많이 획득하는 유형은 바로 “따라쟁이”이다. 이 “따라쟁이”를 부르는 여러 별명들이 있다. 황금률, 상호이타성, 기브 앤 테이크, 그리고 공존공영. 아까 1차 세계 대전의 상황으로 다시 돌아와 보자. 1차 세계 대전에 크리스마스에 발생한 휴전은 사실 우연의 일치가 아닌, 일어날 일이었다. 앞서 동전을 가장 많이 받은 “따라쟁이”가 갖는 특성, 곧 “공존공영”의 결과로 발생한 일이라는 것이다. 당시 모든 전선에서 군인들이 휴전을 하지는 않았지만, 생각보다 꽤 광범위한 전선에 걸쳐 이런 일이 발생했다. 상부에 별다른 지시 없이 발생한 이 휴전은, 크리스마스 이전에도 암묵적으로 여러 전선에 걸쳐 발생했다. “상대가 공격하지 않으면, 나도 공격하지 않겠다”라는 “공존공영”시스템이 발생했던 것이다. 이는 몇 가지 조건이 갖춰지면 발생되는데, 1차 세계대전의 참호 전선은 매일 서로 같은 사람들을 반복적으로 마주한다는 특징이 있었다. 즉 매번 같은 적과 매일 똑같은 위치에서 대치를 하는 “상호작용의 반복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 “반복성”이 갖춰지게 되면, 1차 세계 대전에서 나온 “공존공영”시스템이 발현된다는 것이다. (매일 같은 사람과 반복적인 상호작용)


 이번에는 게임을 좀 더 복잡하게 만들어 보자. 위에서 설명한 유형의 사람들을 여러 명 배치하여, 토너먼트 식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토너먼트에는 탈락자가 존재하여, 총점수가 계산되는 각 회차 별 최저점인 사람은 탈락하게 된다. 그리고 최종 승자의 유형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게임에 새로 배치시킨다. 즉 “진화”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사람들이 죽고 재생되는 것을 반복하여 게임을 진행)

 처음 게임은 아래와 같이 시작해 보자. 항상협력자 15명, 항상배신자 5명, 따라쟁이 5명. 이럴 경우 누가 최종적으로 살아을 것 같은가?

재밌는 결과를 나타내게 된다. 처음 몇 라운드에 걸쳐서는 “항상배신자”의 수가 점점 늘어나나고, “항상협력자”는 모두 없어진다. (”항상협력자”가 “항상배신자”를 만나면, 돈 잃게 되고, “항상배신자”는 3개씩 동전을 얻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결국에는 “따라쟁이”들이 살아남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항상협력자”가 모두 없어지고, “항상배신자”와 “따라쟁이”가 게임을 할 경우, “따라쟁이”끼리 서로 ‘공존공영’하며 점수를 얻기 때문이다.) 즉, 장기적으로 볼 때, ‘공존공영’시스템을 이용하는 “따라쟁이”들이 승리하게 된다. 그리고 이는 “원한을가진자”와 “탐정”을 넣어도 똑같은 결과가 나온다. 이를 통해 “따라쟁이”의 ‘공존공영’시스템이 진화에 있어 살아남는 것은, 단순히 도덕적 사실뿐 아니라 수학적인 진실일 수 도 있다는 것이다.  (게임이론에서 이를 “팃포탯”전략이라 부른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사는 2023년을 생각한다면 이 게임이론을 일반화 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지금까지 ‘공존공영’이라는 시스템이 쭉 진화를 해 왔다면, 지금 현대사회에 많은 불신과 문제들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 왜 현재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불신’이 만연하고, 더 갈등이 심해지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습을 보일까? 위의 게임의 기본적인 세팅을 몇 가지 바꾸면 바로 답을 얻을 수 있다. 위에서는 한 명의 상대를 만날 때, 총 10번의 게임을 진행했지만, 만약 “한 명과 3번만 게임을 해야 한다”라고 하면, 결과는 달라진다. 바로 “항상배신자”가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즉, 서로 게임을 하는 다른 이와 상호작용이 충분하지 않다면, ‘공존공영’시스템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항상배신자”들이 우세해지게 된다. 즉 “상호작용”이 줄어들수록, “불신”은 확대된다는 것이다. 현재 사회에도 ‘불신’이 만연한 이유를 여기 찾을 수 있다. 기술의 발달로, 정보의 접근성과 편의성은 매우 높아졌지만,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이 줄어들면서, 사람들 사이의 불신이 크게 확대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남녀 간의 갈등, 세대 간의 갈등, 계층 간의 갈등을 잘 생각해 보면, 인터넷에는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것 같지만, 실제 주변에는 극단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나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이 게임의 ‘협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보상을 줄이게 되면, 결괴는 마찬가지로 “항상배신자”가 승리하게 된다. 즉 ‘제로섬 게임’ 얻은 만큼 잃는 상황에서의 상호작용은 ‘공존공영’시스템을 무너뜨린다. 그러나, ‘협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보상을 늘리게 되면, (사람들이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 이득이 되는, 또는 적어도 서로 잃는 것이 없는 상황이 되면) ‘공존공영’시스템은 작동해, ‘따라쟁이’들이 최종적으로 승리하는 결과를 얻게 된다. 즉 ‘상호작용’을 통한 서로의 이득이 ‘공존공영’시스템을 유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게임에 “실수”라는 변수를 넣게 되면, 결과는 또 달라진다. 만약 각각의 전략을 가진 사람이 전략대로 ‘협력’하거나 ‘배신’하는 것이 아닌, 실수로 ‘배신’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럴 경우엔 “실수” (상호작용에 있어서 잘못된 전달)의 확률이 높아질 수 록, “항상배신자”가 승리하고, 적절한 확률의 “실수”는 오히려 “관용”을 끌어내는 결과를 보였다. 게임에 세팅된 “실수할 확률”이 0%~10%까지 일 때, “따라쟁이”가 승리하였으나, “실수할 확률”이 10%이상 넘어가게 되면, “항상배신자”가 승리하는 결과를 가지고 온다는 것이다. 즉, 어느 정도의 “실수”는 ‘관용’을 이끌어내어, ‘공존공영’시스템을 유지시키지만, 많은 혼선은 (10% 이상의 실수)는 오히려 신뢰를 무너뜨리고, “배신”이 항상 승리하는 결과를 가지고 온다는 것이다.


 이 게임을 통해 알 수 있는 바는 결국 갈등이 심화되는 이 시대에 ‘공존공영’시스템이 작동해 “협력”이라는 가치가 진화하려면, 주변인들과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하며, 서로 이익이 되는 상황을 만들고, 혼선을 최소화하게 끔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약해서 정리하면, ‘공존공영’을 통한 ‘협력’은 아래와 같은 조건을 갖췄을 때, 진화한다는 것이다.


- 협력이 진화하기 위한 3가지 조건 -


1) 반복된 상호작용 (반복적이고 주기적인 상호작용)


2) 상호 이익이 가능한 상황 (동전을 서로 더 얻을 수 있는 상황)


3) 혼선의 최소화 (관용을 베풀 수 있는 실수)


이 게임 이론은 로버트엑설로드의 “협력의 진화”에 자세한 이론과 연구가 소개가 되어 있으며, 이 게임이론은 현재 여러 사회과학 모델, 정책 모델, 인공지능 모델의 ‘상호작용’에 대한 초석이 되었다. 아래 플래시 게임으로도 이 ‘신뢰의 진화’를 쉽게 접해볼 수 있다. (직접 해보는것을 매우 추천한다.) 


플래시 게임 : https://osori.github.io/trust-ko/ (플레이 타임 : 30분에서 1시간 정도)

협력의 진화 책 : http://www.yes24.com/Product/Goods/3546521


귀찮다면, 직접 플레이한 영상을 들어보길... : https://youtu.be/gDZZCslQN6s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