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트가 우리 일자리를 뺏을까? 전문성 역설로 보는 HR의 미래
지난 글에서 AI 역설(paradox) 1편, 생산성 역설 (Paradox of Productivity)에 대해 다뤘다면 이번에는 전문성 역설 (Paradox of Specialization)을 다룬다. (https://brunch.co.kr/@datadriven/14)
여러분이 어벤져스의 멤버 중 하나가 됐다고 상상해 보자. 어벤져스 멤버들과 팀을 이뤄 지구를 구할 미션을 가졌을 때 당신의 역할은 무엇일까?
캐릭터닷AI에 접속해 보면 실제로 여러분이 각 어벤져스 멤버들과 채팅하면서, 심지어 여러분의 목소리로 실시간 원격통화를 하면서 대화가 가능하다. 이 캐릭터닷AI는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ChatGPT 다음으로 사용량이 가장 높은 ai 도구로 2023년 집계가 됐고, 작년 8월 구글에서 인수했다. 그렇다면 왜 이런 ‘페르소나 AI 챗봇’이 빠르게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일까?
많은 전문가들이 AI에게 더욱 정확한 대답을 듣기 위해서 챗봇에게 페르소나를 입히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단순히 어떤 상황에 대해 질문하기보다 ‘너는 8년차 재무담당자로서 ~ 재무 데이터를 분석해줘' 또는 ‘너는 5년차 채용담당자로서 새롭게 채용하는 3년차 주니어개발자와 연봉협상하는 상황인데, 가상 대화를 진행해줘' 처럼 챗봇에게 페르소나를 입히는 경우 더욱 정확한 대답을 얻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Liu et al. 2022.)
AI에 서로 다른 페르소나를 입히는 것과 유사하게, 우리가 사용하는 대형언어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 에서도 최고의 성능을 보이는 모델이 프로그래밍 언어별로 다르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자바(Java) 프로그래밍 언어의 경우 OpenAI의 GPT-4 Turbo 모델, GO 프로그래밍 언어의 경우 google의 Gemini pro 1.5 모델이 더 높은 성능을 보였다고 한다. 즉, 각 모델은 학습한 데이터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프로그래밍 언어마다 ‘전문가'가 따로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바로 AI 에이전트(agent) 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AI 에이전트란, AI라는 것을 통틀어 하나의 동일한 개념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페르소나를 입은 혹은 전문성을 가진 별도의 개체, 즉 각각의 에이전트(Agent)를 만들어 활용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AI 에이전트란 각 능력에 출중한 전문가 AI를 상황에 맞게 활용함으로써 가장 적합한 결과를 이끌어 내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최근 연구에서 AI 에이전트를 하나 이용할 때보다 다수의 AI 에이전트를 활용할 때 훨씬 좋은 성과를 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Li, Junyou, et al, 2024) 아주 간단한 예로, 여러분이 한 주제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작성한다고 했을 때, 자료찾기 전문가 에이전트, 요약 전문가 에이전트, 보고서 작성 전문가 에이전트, 출처 및 오류 검토 전문가 에이전트 를 만들어서 하나의 가상조직을 대형언어모델로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의 전문성을 가진 에이전트 수행하는 결과보다는 훨씬 더 품질이높은 결과가 나올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최근 이와 같은 것을 실제로 구현한 것이 ‘AI 과학자 (AI Scientist)’ 라는 코드가 오픈소스로 공개된 바 있다.
최근 마인크래프트라는 온라인게임에서도 이런 다수의 에이전트(Multi-Agents) 효과를 입증해 보인 사례가 있다. 어떠한 설명 없이 성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에이전트에게 미션으로 주었을 때,하나의 에이전트로는 제대로 된 기둥 하나도 완성하지 못했지만, 다수의 에이전트들이 서로 대화하면서 협업할 때는 성 하나를 완벽하게 완성하는 결과를 볼수 있었다.
최근 블룸버그 기사에서 오픈AI의 5단계가 ‘그림’ 처럼 공개된 바 있다. 단계별로 살펴보면, 1단계는 우리에게 익숙한 챗봇의 활용 단계, 그리고 현재 오픈AI 내부에서는 2단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3단계에는 지금 필자가 소개하는 AI 에이전트가 등장한다.
AI는 이제 단순한 도구에서 나아가, 인간과 협업하며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전문가 파트너로 자리 잡고 있다. 이렇게 AI가 특정 전문성을 바탕으로 조직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되면서, 역설적으로 인간의 전문성은 점차 축소되고 부서 간 경계는 허물어지는 ‘전문성의 역설 (Paradox of specialization)’을 야기한다. AI는 데이터에 기반한 빠른 의사결정과 작업을 통해 각 부서를 넘나들며 일하지만, 이로 인해 한 전문성을 가진 인간이 맡아야 할 역할은 점점 모호해지게 된다.
특히, AI 에이전트가 도입됐을 때 기존의 부서 간 전문성의 경계가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AI의 다방면적 능력은 부서를 초월한 협업을 촉진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러한 기술적 융합이 인간의 역할을 축소하고, 전문성을 희석시키는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즉, AI가 우리 조직에 자리 잡을수록 조직과 업무의 효율은 측정불가할만큼 향상될 것이 분명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모든 직원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과연 이 전문성 역설의 시대에 HR의 역할은 무엇일까?
어쩌면 HR이라는 말도 이제는 어색해질 수 있다. AI 에이전트가 점점 조직의 핵심 기능을 인간과 함께 담당하게 되면서, 단순히 '인적 자원(Human Resources)'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인간의 협업을 설계하는 조직 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해졌다. 전통적인 HR의 역할은 채용, 교육, 직원 관리에 중점을 두었지만, AI 에이전트가 도입되면 이러한 역할은 기술적 역량 관리, AI 에이전트와 인간과의 협업 체계 구축, 직원들의 새로운 업무 적응을 위한 지원 등으로 변화하게 된다. 이 변화는 단순히 사람만을 대상으로 한 관리가 아니라, AI와 인간이 함께 최적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인간-기계 협업(Human-Machine Collaboration)" 또는 "증강 인적 자원 관리(Augmented HR)" 라는 용어로 소개되기도 하는데 구체적으로 논의되는 것들은 아래와 같다.
첫째, AI 관련 직무(Job)를 작업(Task) 단위로 분해하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AI의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순수하게 직무를 구성요소로 나눈다. 예를 들어, 마케팅 매니저의 직무는 여러 작업의 집합으로 구성된다. 예산 관리, 고객 분석, 마케팅 캠페인 기획 및 실행, 소셜 미디어 관리, 그리고 마케팅 성과 측정 등 다양한 업무가 있다. 각 작업의 현재 수행 방식, 필요한 기술, 소요 시간 등을 상세히 파악한다. 이렇게 직무의 세부 작업들을 나열하고 분석하여 전체적인 업무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이 단계의 목표다.
둘째, 직무 재구성의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앞서 분해한 각 작업에 AI가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분석한다. 반복적인 프로세스를 포함하는 작업들은 AI를 통해 완전히 자동화할 수 있지만, 창의적 사고와 협업, 판단이 필요한 작업들은 AI를 활용해 강화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위에서 예로 들었던 마케팅 매니저의 경우, 고객 분석 작업에서는 AI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패턴을 찾아내어 잠재 고객을 식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소셜 미디어 관리 작업에서는 AI가 자동으로 게시물 스케줄링과 성과 추적을 지원하여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반면, 마케팅 전략 기획이나 창의적인 캠페인 구상은 여전히 인간의 창의적 사고와 판단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HR은 AI를 통해 새롭게 등장하는 고부가가치 작업을 발굴하고, 인간이 더 창의적이고 중요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직무를 재구성한다. 결과적으로 AI와 인간의 협업을 최적화하는 새로운 직무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셋째, 직무 재구성 후 재통합의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AI에 의해 자동화되거나 강화된 작업들을 다시 전체 업무 프로세스와 통합한다. AI가 담당하는 작업과 인간이 담당하는 작업을 효과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 들어, AI가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고 인사이트를 제공하면, 인간 마케터는 이를 바탕으로 창의적인 캠페인 전략을 수립한다. 또한 AI가 소셜 미디어 성과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면, 인간은 이 데이터를 해석하고 전략적 의사결정을 내린다. HR은 이러한 AI와 인간의 협력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새로운 업무 프로세스를 설계하고, 직무 간 조정 및 협업을 촉진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결국, HR의 역할은 AI 에이전트와 인간 전문가 사이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전략적 중재자로 진화할 것이다. HR은 각 AI 에이전트의 특화된 능력을 파악하고, 이를 인간 직원들의 고유한 창의성 및 판단력과 최적으로 결합하는 업무 생태계를 설계하게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HR은 직원들이 AI 에이전트와 효과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새로운 역량을 개발하도록 지원하며, 동시에 인간만이 제공할 수 있는 가치를 재정의하고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HR은 AI 에이전트와 인간이 서로의 강점을 보완하며 함께 성장하는 증강된 조직을 구축하는 핵심 설계자로서, 기업의 혁신과 경쟁력 향상을 이끌어가는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1. Liu, Junfeng, Christopher Symons, and Ranga Raju Vatsavai. "Persona-based conversational ai: State of the art and challenges." 2022 IEEE International Conference on Data Mining Workshops (ICDMW). IEEE, 2022.
2. Li, Junyou, et al. "More agents is all you need." arXiv preprint arXiv:2402.05120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