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초 입사한 신입사원들의 연수가 끝나가고 있었습니다. 콩 팀장은 인재실의 인사팀장에게 또 전화를 합니다. "송 팀장님, 요즘 많이 바쁘시죠? 얼마나 고생이 많으십니까? 저야 뭐 늘 그렇죠... 저... 신입사원 연수가 곧 끝 날텐 데요. 저희 팀에 인원이 아직 2명 부족한데 꼭 충원 좀 부탁드려요. 저도 그렇지만 팀원들 업무량이 너무 많아서 힘들어 죽을 지경입니다."
지난 연말 팀원 총 7명 중 2명이 다른 부서로 전출을 희망해 떠났습니다. 모두들 콩 팀장에게 직원들을 설득하거나 정 안되면 부서이동을 막아야 한다고 얘기했지만 콩 팀장은 그저 직원들 뜻을 수용하고 쿨하게 보내줬지요. 이제 남은 직원들은 5명, 이중 작년에 입사한 새내기 직원만 3명이었고 공교롭게 이들 3명이 모두 명문대 출신들이었습니다. 타 부서에서는 콩 팀장이 명문대 출신만 좋아한다고 수군대고 있었죠. "콩 팀장 뭐야, 자기 학벌 콤플렉스인가? 출신 대학만 보고 직원을 뽑는 것 같아."
콩 팀장은 답답했습니다. 일을 제대로 할 줄 아는 선임 직원은 달랑 두 명뿐이고,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한 새내기들이 직접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기안하고 추진하기엔 아직 내공이 쌓이지 않았기 때문이죠. 학교를 보고 직원을 뽑은 것도 아니었고 또 출신 대학이 좋아봤자 내공이 부족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물론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할 상황이기에 이들이라도 팀에 합류한 것이 다행이라고 콩 팀장은 생각할 뿐이었습니다.
직장 생활을 20년 가까이하면서 콩 팀장은 많은 것을 보아 왔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학벌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었죠. 물론 갓 입사를 했을 때에는 그 직원의 업무 능력을 검증한 자료가 전혀 없기에 학벌이 하나의 조건으로 붙어 다니기는 합니다. 하지만 길어야 2-3년, 짧으면 6개월-1년이면 학벌로 인해 끼었던 거품은 모두 사라진다는 것을 콩 팀장은 잘 알고 있었죠.
입사 1-3년 차의 새내기 직원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에 대한 그의 태도, 성실함, 집중력, 적극성, 주변과의 조화, 스스로 발전하고자 하는 의욕 등이지 학벌이 아니었습니다. 현명한 새내기 직원들은 학벌 거품이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을,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빨리 이해하곤 했습니다.
새내기 직원들의 업무 수행 능력과 태도에 대한 평판이 어느 정도 쌓이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조직에서 환영받는 이들과 환영받지 못하는 이들로 나누어집니다. 냉정하게 따지면, 콩 팀장은 직원들의 학벌보다는 이런 평판에 아주 민감했던 겁니다.
팀장들이 유능한 직원을 선호하는 건 당연합니다. 회사의 외부 환경만큼이나 회사 내부의 경쟁도 치열하고 내부 평가도 무척 냉정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짧게는 1년, 길어야 2-3년 안에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하는 부서장들은 좋은 학벌이 아닌 능력을 가진 직원들이 필요합니다. 유능한 직원들과 함께 성과를 내어야 내 부서가 조직개편에서 살아남을 수 있고, 내 자리가 온전히 보전될 수 있기 때문이죠.
오후 나른한 시간에 자기들끼리 모여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는 새내기 직원들을 오늘도 콩 팀장은 굳이 쫓아가 꼰대 짓을 합니다. "여러분들이 회사에서 크게 성장하려면 실력을 키워야 해요. 그리고 주변에서 좋은 평판을 얻어야 합니다. 좋은 학교 나온 거 막 입사했을 때는 약발이 좀 먹히지만 그거... 절대 오래가지 않아요. 업무능력과 성실한 태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오히려 좋은 학교 나온 게 더 독이 됩니다. 명문대 나왔다더니 저 정도밖에 되지 않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