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팀장이 아부를 하는 이유

by 콩 팀장

삼겹살 구워지는 소리가 크게 들릴 정도로 잠시 적막한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이때 적막을 깨는 것은 여지없이 콩 팀장이죠. 만면에 미소를 띠고 고개는 이미 옆에 앉아 있는 킴 상무 쪽으로 45도 이상 기울어져 있습니다.


"상무님, 역시 우리 상무님을 저희가 쫓아갈 방법이 없습니다. 지난번에 사장님께 프로젝트 보고할 때 상무님께서 사장님이 이런 것들을 묻거나 지적할 수 있으니 준비 철저히 하라고 말씀해 주셨잖아요. 진짜 사장님께서 상무님이 짚어주신 것을 그대로 지적하셨고요. 상무님 아니셨으면 저희가 아주 큰일 날뻔했습니다. 역시 상무님은 사장님과 동격이십니다, 동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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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은 은밀하게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피식 웃음 짓습니다. "우리 콩 팀장님 또 아부가 시작되었구나, 참 대단한 양반이다. 저렇게 살고 싶을 까?" 하는 속마음이 이심전심으로 전달됩니다.


내가 좋은 팀장을 만날 확률이 1/5라고 한다면 콩 팀장이 좋은 상사인 상무를 만날 확률은 1/10로 더 낮아질 겁니다. 회사에서 임원씩이나 되는 사람들은 나름 승부사 기질이 있고 추진력이 강한 경우가 많죠. 회사에서는 필요한 인재이지만 직원들 입장에서는 버거운 상사들이기도 합니다.


콩 팀장과 동료 팀장들이 함께 술잔을 기울일 때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늘 하는 말이 있습니다. "한번 직언하기 위해서는 10번의 아부를 해야 한다.", "세상에 벼락치기로 되지 않는 것이 딱 2개가 있다. 바로 공부와 아부이다. 평소에 꾸준히 잘해야 한다."


특히나 이들의 상사가 독선적이며 권위적인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평소에 상사와 서로 신뢰하는 관계를 잘 구축해 놓아야 결정적인 순간 즉, 꼭 필요한 직언을 해야 할 순간에 입을 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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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이 대리에게, 대리가 과장이나 차장과는 비교적 편안하게 얘기를 합니다. 하지만 팀장은 임원에게 편안히 얘기할 수 없습니다.


직원부터 차장까지는 사실 똑같은 팀원이고 서로 인사권이나 조직 명령에 대한 권한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대화가 수평적인 것이 맞지요. 하지만 팀장이라는 보직을 주기도 빼앗기도 하는 사람이 직 상급자 임원입니다. 직원이 대리에게 편안하게 얘기하듯이 팀장이 임원에게 얘기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콩 팀장도 자기가 아부를 하고 있다는 걸 의식할 겁니다. 그리고 상사에게 그 아부가 먹히는 것 같을 때 콩 팀장은 속으로 안도할 겁니다. 보험금이 쌓이고 있으니 언젠가 '위급 시' 보험을 써먹을 수 있게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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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하는 콩 팀장을 치사하다는 눈빛으로만 보지 마세요. 콩 팀장도 마음속으로는 눈물을 삼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콩 팀장이 아부를 쌓으며 아껴두고 있는 '직언'은 콩 팀장 자신만이 아니라 팀원들 전체를 위한 것일 겁니다.


콩 팀장은 지난주에도 미소 띤 얼굴에 연신 입술에 침을 바르며 킴 상무에게 뭔가를 얘기하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주말 1박 2일 전체 워크숍을 가자는 킴 상무를 뜯어말리고 있었던 거지요. 킴 상무가 넘어올락 말락 하는 순간 콩 팀장은 정말 쓰기 싫은 카드를 내밀었습니다. "상무님, 오늘 불타는 금요일인데 제가 소주 한잔 모셔도 되겠습니까?" 킴 상무 앞에서는 상냥하지만 팀원들에게 무뚝뚝한 콩 팀장이 직원들 앞에서 이런 얘기를 굳이 하지는 않겠지요. 콩 팀장 입장에서는 뭐 이런 일이 한두 번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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