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몇년 전, 미국에서 막 대학을 졸업한 후 전화로 외할머니의 부고를 전달받았다.
그 때 외할머니의 연세는 90이 넘으셨다.
언젠가는 마주할 일이였지만, 실제로 전달받을 때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 전화를 받은 후 밖에 나가 한참을 걷다가 돌아온 기억이 있다.
외할머니는 나에게 따뜻한 보호막 같은 존재였다.
맞벌이로 바쁘신 부모님의 부재를 따뜻하게 매꾸어주셨고,
외할머니 덕분에 나는 매끼를 부족하지 않게 맛있게 먹을 수 있었고.
우리 동찬이는 꼭 큰 사람이 될거다 면서 항상 나를 응원해주셨다.
다른 사람들보다 나에게 특히 더 따뜻하셨고,
어쩔 땐 나만 너무 편애하시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꿈 속에서 나는 외할머니의 손을 잡고 어딘지 모를 공간을 함께 걸었다.
그 공간은 수많은 계단이 있었고, 우리는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그 곳에 있는 많은 것들을 함께 보고 함께 경험했다.
오랜만에 뵌 외할머니는 마지막으로 봤던
아프시고 외롭고 힘드신 모습이 아닌
내가 기억하는 여전히 정정하시고 따뜻한 모습이셨다.
우리는 평소와 같이 손을 잡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었다.
마치 헤어진 듯이 없는 듯이.
시간이 흐를수록 외할머니는 점점 말이 없어지셨다.
하지만 우리 둘다 알았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외할머니에게 말했다.
이렇게 함께 구경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앞으로도 이렇게 함께 좋은 것들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언젠가는 다시 만날 때,
꼭 다시한번 이렇게 함께 걸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꿈 속에서도 그녀의 손은 언제나 그랬듯이 참 따뜻했다.
#꿈 #외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