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표 영어] 학원 영어에 날개를 달아줄 시간

학습으로 쌓은 영어 기초, 이제는 독서로 불려볼까 합니다.

by 데이터쌤
학원 교재, 빼곡한 연필 자국을 보며

아이가 전학을 가게 되었다. 학교가 바뀐다는 건 아마도 아이들에겐 새로운 도전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나에게도 새로운 도전이다. 왜냐면 학원 스케줄을 다시 짜야 하기에.


가방 속에서 나온 Y어학원의 교재들. 페이지마다 연필로 까맣게 끄적인 단어들과 수많은 '빈칸 넣기' 문제들이 눈에 들어왔다. 8살 무렵부터, 빈칸을 채우기 위해 아이가 흘렸을 땀방울이 보이는 듯했다.


"아빠, 나 그 정도 단어는 이제 쉬워!"


2년 전, 파닉스를 겨우 뗐던 아이는 놀라울 만큼 성장했다.

역시 돈이 좋은 걸까, 알파벳은 단어가 되었고, 영어 인증 평가 합격증까지 거머쥐었다.


교육 현직에 종사하면서 많은 학생들을 봐 왔지만, 내 아이가 엉덩이 힘을 기르고 기초를 다져가는 모습은 또 다른 감동이었다.



우리가 '한국어'를 배웠던 방식 그대로

하지만 전학이라는 변화 앞에서 나는 잠시 지난 2년을 냉정하게 복기해 보았다.

'단어는 초등 2학년 치고 많이 채웠는데, 문장과 이야기도 그만큼 편안할까?'


최근 두 달 동안 첫째와 둘째에게 '스텝 인투 리딩 2단계' 시리즈를 읽어주었다.

분명 아는 단어지만 눈치 상 문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들이 잠들고 책장 속 꾸깃한 교재들을 다시 넘겨보았다.

인증 시험을 통과한 거 보면 많은 단어를 암기한 건 분명한데, 파편처럼 흩어진 지식이라고 할까?

단어라는 벽돌은 많이 모았는데, 그 벽돌들을 쌓아 집을 짓는 방법은 모른다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


생각해 보면 우리도, 우리 아이들도 모국어를 배울 때, 단어장을 펴놓고 암기부터 하지 않았다.

부모님이 읽어주는 동화책 속에서,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단어를 만나고 문장 구조를 체득했다.


모국어 실력의 기반은 독서라는 건 학계의 정설이다.

그렇다면 영어 역시 습득의 관점에서 모국어를 배우는 방식과 비슷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 아이에게 필요한 건 더 어려운 문법 문제가 아니라, 이야기가 살아있는 원서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당장의 성과가 더딜지라도, 기초부터 자연스럽게 쌓아 올리는 것이 가장 빠른 길임을 숫하게 봐 왔기 때문이다.



학원 상담 결과

전학 갈 학교 근처의 영어 독서 학원을 찾았다. 거창한 교육 철학보다는 수업 운영 방식과 원비(주 3회, 20만 원 중반대)에 대한 설명이 주를 이뤘다.


어차피 아무리 교육 철학이나 커리큘럼이 좋은 학원에 보내도, 결국 애가 하기 나름이란 걸 잘 알고 있기에, 나는 우리 첫째와 둘째가 학원 분위기를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더 궁금했다.


레벨 테스트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우선 아이들이 학원 시스템을 체험해 보았다.


첫째는 AR 1.6, 듀오링고로 단련된 둘째는 AR 1.2 수준의 책을 골랐다. 헤드셋을 끼고 제법 진지하게 책을 읽어 내려갔다. 그런데 막상 독후 퀴즈 결과는 의외였다. 첫째는 5문제 중 2문제를, 둘째는 4문제를 틀렸다.


"아빠, 책은 무슨 내용인지 알겠는데 문제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문제를 살펴보니 아이 말이 맞았다.

책 본문은 1점대였지만, 퀴즈의 질문과 선택지는 AR 2.0 이상의 어휘와 문장 구조로 되어 있었다. 아이들은 내용을 몰라서 틀린 게 아니라, 질문을 구성하는 문장과 모르는 단어를 유추하는 방법이 익숙하지 않았던 것이다. 빈칸 넣기 식 학습의 한계가 여기서 드러났다.


그래도 뭐, 난 크게 좌절하지 않았다. (물론 우리 둘째는 5분 정도.. 좌절했다)

'문장 경험이 부족하다'는 나의 생각이 증명된 느낌이었고, 독서를 통해 문장 인풋을 늘리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상담 후 와이프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이번 겨울 방학이 시작되면 아마 이 학원(영어 원서 읽기)으로 보내지 않을까 생각한다.


당장 1~2년 안에 승부를 보려는 건 내 욕심이겠지?

Y 어학원에서 만든 튼튼한 어휘 위에, 독서라는 살을 붙여 '학습의 영어'가 아닌 '습득의 영어'를 경험시켜주고 싶다.


첫째는 1년 뒤 AR 2.0 초반 (초기 챕터북을 편하게 읽기), 둘째는 AR 1.5 진입을 목표로 잡았다.


첫째와 둘째의 영어가 공부가 아닌 이야기 속 즐거운 여행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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