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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재용 Oct 12. 2021

아빠는 왜 종교가 없어?

어제 밤, 종교(가톨릭, 딸은 가톨릭 가정의 친구 세자레 집에 가서 기도하고 성당도 다녀왔던 것이었다)가 왜 없는지 물어보는 딸에게 나중에 크면 얘기해 주겠다고 했더니 버럭 화를 내며 지금 당장 말하라는 명령에 주뼛주뼛 니가 알아먹기엔 조금 어려운 말일수도 있다는 엄포를 놓고 말했다. 


첫째, 예수는 가톨릭같은 종교를 만든 적이 없다. 그것은 예수 이래 바울과 그 사제들의 권력욕, 원한에 의해 만들어진 일종의 샤머니즘이다. 


둘째, 편협한 일신교의 폭력성이 나와 맞지 않다. 순수와 근본을 사랑하며 그 외 모든 것들을 불순과 비정통성으로 구분한 뒤로 얼마나 많은 피와 불의 살생을 보았는가. 


셋째, 병든 자만이 종교를 가진다. 삶은 누군가에게 또는 무엇엔가 의존하기 시작하는 순간 아름다운 무엇으로 바뀔 수 있다. 왜냐하면 자신의 감당을 벗어나는 외적인 삶은 충돌과 상처가 없는 단순하고 관조적인 시시한 삶이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삶은 아름답지 않다. 그러나, 삶은 아름답다.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오로지 홀로 설 때다. 삶은 고통과 분노, 더러움과 피곤함이다. 삶을 혀로 핥아내지 못하면 삶이 아니다. 이상이 종교를 가지지 않는 이유다. 


다만, 어디까지나 이것은 개인적인 의견이니 너도 너의 의견을 만들 때까지는 편협하게 종교인을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예수라는 사나이를 좋아한다. 그의 일생은 인간이 갈 수 있는 길 너머에 있다. 그렇지만 그를 신격화 하는 모든 행위들은 인간으로서 그의 훌륭한 삶을 왜곡한다. 종교라는 것을 가만히 보면 예수의 행적을 닮고 실천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우러를 무언가를 위한 맹목적인 믿음으로 보일 때가 많다. 그들에겐 신앙으로서의 예수를 대체한 다른 누구였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다는 의심을 보낼 수밖에 없다. 아빠의 의견이다. 혹시나 너의 친구 세자레에게 아빠의 의견을 말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다. 종교에 대해 물어보니 하는 말이다만 아빠가 바라는 건, 부디 종교를 가지건 가지지 않건 너의 의지와 신념에 따랐으면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말한 무엇보다 아빠가 종교를 가지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는 이것이다. 세상 모든 종교는 심각하다. 재미없다. 그래서 흥미롭지 않다. 대체 뭐가 그리 심각한가. 똥이 느자구를 지날 때의 기쁨도 신과 연결시키며 엄숙하고 경건하게 바라봐야 하는 그들을 아빠는 선망하지 않는다. 아빠는 아빠가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을 닮고 싶거나 추앙할 마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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