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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재용 Oct 12. 2021

지난 일요일 프랑스 사람들과 나눈 대화

2021.10.10

Sophi 아지매 : 어제 '오징어 게임'을 다 봤어. 너희 나라 놀이문화를 다 알게 됐다. 재미있었다. 나도 해보고 싶더라. (하늘 위로 담배 연기를 후 뿜으며), 너도 봤니? 

Carlin 아지매 : 나는 steel rain 강철비가 그렇게 멋지더라. 내가 본 영화 중에 최고였다. 한국은 영화를 잘 만들어. - 맥주집 주인 아지매- 

2021.10.10 일요일 오징어 단상.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오래된 글 하나 "비쥬를 알려준 소피에게 경의를 표하며, 오늘 그녀의 비쥬를 외면한 나를 자책하며, 다음부턴 확실한 비쥬로 사과하리" 그녀는 내 인생 최초로 타로점을 봐준 여인이기도 하다. 점이라는 건 인생의 거의 전부가 남편과 자식에게 의존해 있는 아지매들이나 보는 거라 생각했다.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는 삶을 살아간다면 점이라는 건 사실 아무짝에도 필요 없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처음 타로점을 본 사람이 프랑스인 아지매로부터였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기도 했다. 그날 아내와 나는 여신과 같이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고 나타난 소피 앞에 두 손을 양 무릎 위에 공손하게 얹고 앉았던 것이다. 

"너희 딸래미가 참 대단하다. 피아노를 잠시 가르쳤더니 하루만에 한곡을 다 배웠다. 잘 키워라." 

개인 음반이 있는 싱어송라이터 실방 아저씨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다. 왜 베트남으로 왔냐고 물었더니 이 곳에 있는 가톨릭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 왔다고 했다. 대학 공부까지 항상 수재 소리 들었다던 프랑스어 샘 사라는 실방과는 성당 오빠와 동생으로 만나 이곳까지 함께 했다고 한다. 마른 체형에 몰디브 바다 같이 푸른 눈에 갈색 점처럼 찍혀 있던 그녀의 눈동자를 나는 뚫어지게 봤더랬다.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신기해서 그랬다. sns, 게임, 유튜브 따위로 아이들과 하루에 몇 번씩 티격태격해야 하루가 간다는 데 동질감을 느끼는 같은 부모였다. 오리지널 빠리지엥이었던 두 사람은 근래 봤던 프랑스인들 중 유일하게 공식 부부였다. 대부분 프랑스 부부들은 공식 부부 사이가 아닌 사실혼? 동거? 그 사이 언저리 관계가 대부분이었다. 그들이 내어준 식전 주, 밥 먹기 전 전채샐러드(아이들이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실방 아재가 만든 퓨전 카레라이스, 사라가 만든 후식 에피타이저 브라우니와 아이스크림까지 전형적인 프랑스식 점심이었다. 식사를 하는 2시간 반 동안 고3인 큰 아들, 중2인 둘째까지 버라이어티하고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내심 식사 전에 언어의 벽을 어떻게 넘을까 걱정도 됐지만 지구촌 사람들의 대화가 어디 말로만 하는가,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지나갔던 새로운 경험의 점심 초대였다. 고맙다 실방 et 사라 -세자레 아빠 실방 아재와 세자레, 세령의 피아노, 우클레레 그리고 퍼커션 협주는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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