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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재용 Jun 27. 2022

회사인간

나의 세 번째 책


‘회사인간’을 출간하며



홀로 말없이 먹는 점심은 이 세계의 무의미다. 매주 바쁘게 마무리하는 주간보고는 세계의 무의미보다 더한 불모다. 이 불모의 세계에서 회사인간은 자신의 존재적 불모를 부정하기 위해 끊임없이 불모와 싸워야 한다. 그러나 불모성으로 둘러싸인 세계는 늘 승리한다. 그러나,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살아서 이 세계의 무의미와 싸워야 한다. 그것이 불모의 세계에 불나방같이 달려드는 회사인간의 스피릿이다.


월급은, 가장에게 영원히 미안할 수밖에 없지만, 끝까지 미안해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이 비교가 된다거나 상대적 개념으로 양적 비교할 경우, 역린이 된다. 왜냐하면 대부분 그 비교와 가늠의 끝은 인생 전체가 부정될 수 있는 위험이 은폐돼 있기 때문이다. 부부싸움의 원흉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아, 세상은 회사인간이 먹여 살린다.


그런 회사인간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자유를 고민했을 테고 자유를 사유했다면 부자유한 지금에 분노했을 터인데 지금 나의 부자유가 어디서 기인했는지를 사유하고 거슬러 오른다면 누구나 만나게 되는 것이 월급쟁이의 역사성이다. 회사인간은 역사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이 사회만의 독특한 삶의 형태다. 확실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회사인간을 사유하면 할수록 회사인간에 머물 수 없다는 사실이다. 회사에 녹 받아먹고 사는 월급쟁이라면 그 녹의 굴욕성을 매일 보고, 듣고, 확인할 수 있어서 그 생활이 삶을 얼마나 파괴적인지 몸으로 알기 때문이다.


2012년 5월 어느 날, 누군가 밥과 존재 사이에서 오락가락 하는 나를 두고 '너는 회사인간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는 그런가보다 하고 그 말을 흘렸다. 그러나 오래 오래 그 말은 내 마음 속에 있었던 모양이다. 서른 넘어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어 좋았다. 내가 궁금한 것들을 스스로 찾고 읽고 쓰며 공부했다. 공부가 거듭되고 질문이 생겨나고 답을 했다가 지우고 다시 질문하는 일을 반복하면서, 오랜 시간 회사인간이었고, 여전히 회사인간인 나에게 회사인간은 무엇인가를 숙고하게 했다. 그러다 오래전 그 말, 너는 회사인간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그 말이 여전히 회사인간을 벗어나지 못했던 내게 긴 세월 응축되어 내 마음에 비로소 발아됐다.


첫 번째, 그리고 두 번째 책에도 회사인간이라는 주제는 빠짐없이 들어가 있었다. 그 책들의 주제와 맞지 않았음에도 회사인간이라는 멍에는 늘 부록과 첨부로 고집스레 담았다. 하나의 주제가 될 때가 됐다 싶었던 2019년, 호치민 선술집에서, 한국에서 놀러 온 도반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테이블에 놓인 술잔을 쏟았다. 쏟은 술을 닦아 낸 후 그는,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글에 관해 물었었고 나는 처음 ‘회사인간’을 입밖으로 냈다. 그리고 지금 2012년에 발아된 씨앗은 만 10년만에 열매를 맺었으니 오늘 책으로 나온 '회사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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