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근차근 결혼준비를 해 나가며 양가 어른들을 한 자리에 모시는 '상견례'날이 되었습니다.
예쁜 옷을 차려입고 부모님과 함께 도착한 식당.
남편도 가족들과 왔습니다. 반가웠지만 약간 쑥스럽기도 하고 간질간질한 느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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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양가가 모인 건 그때가 처음이 아니었어요.
저희 부부는 대학교 CC였고 같은 해에 졸업을 했기 때문에 서로 졸업식날 각자 식구가 오는 걸 알고 있는데 서로 따로 밥 먹기도 뭐하고 해서 (저희 아빠가 같이 식사하자고 하셨던 것 같아요. 핵인싸 스타일이시거든요 ㅋㅋㅋ - 이미 5년째 사귀도 있는 걸 양가가 알고 있는 상태였구요. 저희 남편은 결혼 전부터 저희 부모님과 같이 식사도 여러번 해서 이미 우리집 식구같은 분위기였어요. )
졸업식 후 같이 식사를 하게 되었죠. 식당에 가기 전에 저는 남편네 가족들 사진도 찍어주고 시부모님들한테 손하트도 해보라는 등 ㅋㅋㅋ 저희 부모님한테 하듯이 살갑게 굴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푼수같기도 하네요 ㅋㅋㅋ
대학교 근처 한정식집으로 갔는데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기억나는 장면. (다른건 잘 기억이 안 나요;)
육회가 나왔는데 시어머니가 젓가락으로 육회를 뒤적이더니 "맛이 없다. 내가 한 게 더 맛있다." 이러시고
옆에서 남편의 형은"맞아. 엄마가 한 게 더 맛있어."라고 하던 모습.
그 당시 저희 엄마는 '입맛이 까다로운 분이구나.'라고 생각하셨다해요.
근데... 굳이 다 같이 있는 자리에서 음식 평가를 하셨어야 할까요;;
저도 이때 이후로 시부모님을 집에 초대해서 요리해 드릴 생각은 접었습니다. ㅋㅋㅋ 평가가 무서워요.
또다른 장면은 남편 형이 "상견례다 상견례~' 이러면서 깐족대는 것.... ㅋㅋㅋ 눈치 좀...
그래도 남편 형이 저희 엄마한테 고기 많이 드시라며 앞접시에 잘 익은 고기를 계속 올려주어서 엄마가 무척이나 감동받으셨어요.
그리고 아버님은 거의 말 없이 술을 드셨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어머님이 말 많이 하지 말라고 하셨다고 ㅋ
(근데 지금 생각하면... 이 말 즉슨, 이상한 말을 자주 하거나 술 먹으면 ㄱ가 된다는 뜻 아닌가요????)
어색했지만 나름 즐거웠던 기억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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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진 첫 번째 상견례 자리였구요, 그로부터 약 5년 뒤에 양가는 두 번째 상견례를 하는 거였어요.
이번엔 결혼을 전제로 만난 자리라 이전보다는 뭔가 더 긴장되고 엄숙한 느낌으로 만난 두 가족. 남편네 측에서 저번엔 비싼 한정식집에서 먹었으니(울 아빠가 계산했었습니다.) 이번에는 편하게 조금 저렴한 횟집에서 먹자고 하셔서 아버님이 퇴직 후 벌이가 없어서 비싼 한정식집이 부담스러우셨나보다 하고 좀 허름한(?) 횟집으로 잡았어요. ㅎㅎㅎ 기분좋게 만나서 술도 나누고 이야기도 나누고 했지요.
상견례 자리에서 시어머니께서 저희 엄마에게 "저는 남들 하는 것처럼 다 주고 받고 싶어요." 라고 하셨어요. 저희는 간단하게 할 생각으로 예산을 잡은 건데 어머님은 아무래도 첫 결혼이다 보니 (남편 형은 결혼 안 한 상태.) 다른 사람들 하듯이 했으면 하시더라구요. 엄마도 하나밖에 없는 딸 시집보내는데 괜히 혼수품 안 해가서 타박 받을까봐 선뜻 해주시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아버님이 술이 좀 한잔두잔 들어가더니 입이 터졌어요. 근데 그냥 말만 하는 게 아니라 "ㅆㅂㅆㅂ"하시면서 거침없이 얘기를 해서 (추임새로 넣는 거고 저희한테 욕하는 건 아니었어요;;) 저희 가족이 엄청나게 당황했었죠. 술을 먹고 나니 시아버지는 다른 누가 말려도 안 되더라구요. (아버님, 짱구세요? 아무도 못말리게?)목소리도 엄청 커지고 저희 아빠가 하는 얘기를 계속 잘라먹어서 울 아빠... 속이 많이 상하셨나봅니다. 상견례 후에 집에 와서"나는 하나도 재미 없었다!" 이러시고;;; ㅋㅋㅋㅋ
이렇게 어찌저찌 끝난 두번째 상견례입니다. 그리고 저희는 본격적으로 결혼준비를 시작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