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음세대재단 May 28. 2020

[체인지온 추천도서 함께 읽기] 선량한 차별주의자

※ [체인지온 추천도서 함께 읽기]는 다음세대재단 체인지온 담당 매니저가 ‘비영리 미디어 컨퍼런스 체인지온’ 추천 도서를 읽고 인상적이었던 문장 3개와 생각을 나누는 시리즈입니다. 


  안녕하세요? 다음세대재단 체인지온 담담 매니저 온돌입니다. 이번에 소개해드릴 책은 김지혜 교수가 쓴 ‘선량한 차별주의자'입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이미 읽어보셨거나 제목이라도 한번쯤 들어보셨을 거라 생각됩니다. 이 책은 2019 체인지온 추천도서로 다음세대재단에서 선택한 책입니다. 



  2019 체인지온 컨퍼런스 주제는 ‘다양성을 안고, 두려움을 딛고, 익숙한 질서를 넘어' 였습니다. 그 첫번째 세션인 ‘다양성’과 연관이 깊은 책입니다. 비영리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비영리 생태계 차원은 물론, 비영리 조직 내부적으로도 다양성을 추구하고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영리 활동가로 일하면서 차별, 혐오, 다양성과 같은 단어에 어느 정도 익숙하다 보니, 스스로 차별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던 것 같아요.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인상 깊었던 문장이 정말 많았지만, 딱 3개만 꼽아보려고 합니다:)


특권은 말하자면 ‘가진 자의 여유'로서, 가지고 있는 사실조차 느끼지 못하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상태이다. (28쪽)


  개인적으로 가장 충격받았던 문장입니다. 저는 '특권'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권력이나 어떤 강력한 힘이 먼저 떠오릅니다. 나도 알고, 남도 알만큼 대단한 무언가가 특권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그동안 제가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전혀 생각을 못 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특권을 소중히 다루지 않고, 누군가를 차별할 때 사용하게 되지 않나 싶어요.
  예를 들어, 직장 내에서 '이 쉬운 일을 왜 제대로 못해?'와 같은 말도 조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상대가 일처리를 제대로 못한 것에 대해서 무조건 이해해 주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나에게 쉬운 일이 상대방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인지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다음에는 비슷한 일을 부탁했을 때 상대가 그 일을 해낼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으니까요.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내가 가진 특권을 먼저 인지하고 그 특권을 가지지 못한 이들이 누구인지, 이들의 상황이 어떠한지 생각해보는 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무수한 차별이 싫다는 감정에서 나오고, 그 감정이 누군가의 기회와 자원을 배제할 수 있는 권력으로 작동한다. (142쪽)


  첨예한 대립이나 갈등을 잘 들여다보면, '옳고 그름'을 가리기 위해 싸우기보다는 '좋고 싫음'의 문제 때문에 다투고 있다는 사실을 종종 발견하게 됩니다. '그냥 싫다'라는 것만큼 무서운 것도 없는 것 같아요. 그렇게 대상에 대한 결론이 이미 나와 있는 상황이면, 토론도 안될뿐더러 문제 상황을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싫다'라는 감정이 앞서는 사람은 심지어 그 감정을 '강화'하기 위해서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하기도 합니다('그냥 좋다'는 것도 마찬가지). 2019 체인지온 컨퍼런스 연사인 이라영 작가는 이러한 '알기를 거부하는 태도'를 '반지성주의'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대상이나 행동, 사건에 대해 판단을 내렸을 때 그 판단이 나의 감정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불평등한 세상에서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익숙한 질서 너머의 세상을 상상해야 한다. (205쪽)


  익숙한 질서 너머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제가 생각하는 모습은 다수자가 소수자를 배려하고, 어울리기 힘들 것만 같은 집단들이 서로 연합하여 시너지를 내는 것입니다. 책의 저자 김지혜 교수는 "하나의 폐쇄된 집단으로서의 '우리들'이 아닌, 수많은 우리'들'이 교차하고 만나는 연대의 관계로서 '우리들'이 가능하진 않을까?"(210쪽)라고 했습니다. 너무나 편안한 '우리'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또 다른 우리와 연대하는 것은 매우 불편하고 귀찮고 어려운 일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연대의 가능성을 상상하고 작은 것부터 시도해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내가 경험한 적이 없다고 해서 그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니까요. 

*체인지온 컨퍼런스는 공익적 활동을 하는 비영리단체들이 미디어를 활용하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사회 변화의 원동력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생각과 정보를 나눌 수 있는 대표적인 비영리 미디어 컨퍼런스로 매년 11월에 개최됩니다.

작가의 이전글 비영리 활동가의 열정에 불을 붙이는 방법(목적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