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무궁무진, 강화도 1

by 김박은경

이야기의 시작

어제 꿈에 미친 사람이 되었습니다. 아무리 울고 소리를 쳐도 제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차가운 눈빛과 외면만 느껴졌습니다. 늘 제 편을 들어주던 언니조차 어쩌니, 어쩌지 하면서 망연자실 바라보기만 했고요. 흐느끼며 눈을 뜨니 새벽 세 시, 초여름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휴대폰을 찾아 꿈의 의미를 검색해봅니다. ‘미친 사람 꿈 해몽’으로도 ‘내가 미치는 꿈’으로도 ‘미친 꿈 해몽’으로도 찾아보았으나 수긍이 갈 만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퇴근하는 버스 안에서 어렴풋이 알 것 같더라고요. 불안한 꿈의 이유가 이 글 때문이라는 것을요.


이 글의 시작을 몇 번이나 헤매고 있거든요. 장소는 강화도. 워낙 유명한 장소이기도 하고요. 셀 수 없이 많이 다녀온 곳이기도 하고요. 볼거리, 이야깃거리, 먹을거리가 풍성하니까요. 취재를 위해 두 번 더 방문하고는 역시나 넓고 참으로 많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다 알 것 같은데 속을 알 수 없는 사람 아시지요. 강화도가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여러 번에 두 번을 더했으나 볼 수 없었던 곳은 끝내 볼 수 없었어요. 알 수 없는 것들 또한 여전히 알 수 없었고요. 바로 그것이 어려움의 까닭이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기에는 너무나 큰 의미가 깃든 장소입니다. ‘지붕 없는 역사박물관’이라는 별칭까지 있다니까요. 물론 역사가 깃들지 않은 장소가 있을 리 없지만 강화도는 특히 더 그렇다고요. 우리 존재의 시원(始原)을 이야기할 때, 호랑이와 곰과 쑥과 마늘로 시작된 그 오래된 이야기를 할 때 반드시 등장하는 장소입니다. 우리 민족의 유구한 물줄기가 시작된 곳이지요. 저마다 그 줄기를 타고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하여 마음을 다잡습니다. 관광지 전단지 같을 수도 있고, 역사책 다이제스트가 될 수도 있고, 겉만 핥고 달아나는 여행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더욱 본격적으로 전단지 겸 다이제스트 겸 여행기를 써볼까 합니다.


잠시 강화도에 대해 대략적으로 살펴봅시다.

한반도에서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70만 년 전, 강화도에서 우리 민족이 살기 시작한 것은 빙하기 마지막 시점 정도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1만~ 1만 5,000년 전이요. (2만 년 전으로 보는 자료도 있었습니다.) 강화도 하점면 장정리, 화도면 사기리와 동막리 등에서 구석기시대 유물이 출토되었습니다.


강화라는 이름은 언제부터 쓰게 되었을까요. 『삼국사기』 제37권에 의하면 강화를 ‘혈구군’ 또는 ‘갑비고차甲比古次’라고 했답니다. 고구려에 속한 지역이었고요. 신라 제35대 경덕왕이 해구군으로 개칭, ‘강화’라는 이름은 고려 태조(서기 940) 때 강화현으로 개칭, 고종 때(서기 1232) 강화군으로 승격되었다고요. ‘강을 끼고 있는 아랫고을’이라 강하江下라고 불리다가 ‘강 아래의 아름다운 고을’이라는 뜻으로 강화라 고쳐 부르게 되었다고요. 이후 교동군을 강화군으로 편입하였고(1914년) 1995년 비로소 경기도에서 인천광역시로 통합됩니다.


강화도는 유인도 9개와 무인도 17개로 이루어진 섬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큰 섬이고요. 강화도 마니산 참성대에서 북쪽으로 백두산 천지와 남쪽으로 한라산 백록담까지의 거리가 비슷하다고 합니다. 한반도의 중심부를 흘러내려온 한강, 임진강, 예성강이 바다로 흘러가는 곳에 자리하고 있어서 ‘강화도를 인체에 비유했을 때 옆으로 누운 사람의 배꼽에 해당한다고’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높지 않은 산이 많고요, 넓은 개펄이 펼쳐져 있고요. 간척사업으로 농경지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산에서 바다에서 밭에서 먹을 것들이 다양하고 풍부하게 나오는 곳입니다.


일본 디자이너하라 켄야’는 동사動詞야말로 인간 욕망의 은유라고 말합니다. 동사는 ‘가지다’에서 시작해서 ‘두드리다’ ‘으깨다’ ‘부수다’ ‘죽이다’로 확대되어 간다고요. 도구는 사람의 기능을 확장하고 세계를 가공 변용시키는 것이어서 특정한 도구가 만들어지면 하나의 욕망이 진화한다고요. 뛰어난 석기가 생기면 그에 따라 사람을 위협하고 공격하고 싶다는 욕망이 생기는 식으로 말이지요. 그 욕망이 새로운 도구를 진화시키고, 그렇게 도구와 욕망은 공진화해온 것이라고요.(스가쓰케 마사노부, 『앞으로의 교양』, 항해)


이 글의 목차는 하라 켄야의 방식을 변용했습니다. 전체 내용을 24개 키워드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한글-영어-한자’인데요. 한글은 ‘동사’이고 영어와 한자는 제 맘대로 연상되는 것으로 했습니다. 단순 번역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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