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미도, 달의 꼬리에서 당신의 연안까지(11)

by 김박은경

하루씩의 여행이 일생이라니

불황이라는 말은 새롭지 않습니다. 절망이라는 말도 새롭지가 않아요. 너무 이른, 너무 많은 죽음들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1924년 5월 꽃 피는 월미도에서 세상을 떠난 이채운 씨는 24세, 김해봉 씨는 27세였습니다. 인천상륙작전 직전에 세상을 떠난 인민군 김준길 씨는 채 스물도 되지 않았겠지요. 세월호의 아이들은 더 말할 것도 없고요. 2016년 구의역의 김 군은 19세였습니다. 식민지도 아니고 광복도 이루어졌지만 청춘들은 끝도 없는 식인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청춘(靑春)은 새싹이 돋는 봄철이라는 뜻이지요. 그것은 가장 아름답지만 가장 불안하고 가장 불행한 시간이 될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원하고 바라는 것과 너무 멀리 떨어져있기에, 그 시차가 영원처럼 느껴지기에 그런 것일까요. 적당히 타협하고 포기할 줄을 몰라서 그런 것일까요. 어른이면서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들 탓일까요.


저는 아직도 어떻게 살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막막하고 허전한 마음입니다. 이럴 때는 노래를 듣는 게 좋습니다. 오늘은 이 노래를 듣고 싶어요.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입니다. 강산에 씨의 오래된 노래를 브리티시 록 밴드 ‘너드커넥션’의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는 서영주 씨가 다시 부릅니다. 그는 푸르고 어리고 불안해 보이는 청춘의 얼굴입니다. 이제 27세라고 합니다. 27세라면 어른의 나이, 그 정도 살면 뭔가 확실한 삶의 방향을 찾고 힘차게 달려가야 하는 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20대라니 정말 어린 나이입니다.


제 마음속의 나이는 서른 남짓입니다. 게다가 제가 하는 고민은 20대에도 30대에도 그 이후에도 언제나 비슷한 것들이었어요. 그러니 나이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저 올해, 이 계절, 요번 달, 요번 주, 오늘 하루를 생각하려고 해요. 지금 이 순간을 잘 살면 그것으로 되었다고 생각하려고 합니다.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많이 웃는 것, 감사와 행복, 즐거움과 기쁨, 가족과 친구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일상의 소중함 같은 것 아닐까요. 이 정도면 저도 꽤 어른스러워졌지요. 우리의 아이들에 대해서는 응원하고 기도하고 바라보고 변함없이 믿어주는 일, 그게 제 몫인 것 같습니다. 역시 어른스러워지는 일은 별로 재미가 없지만 그래서 싫지만 그래서 좋아요.


날이 추워집니다. 따스하게 입으시고요. 감기 조심하시고요. 마스크 꼭 하고 다니시고요. 넘어지지 않도록 걸음걸음 조심하시고요.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아버지.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들의 도무지 알 수 없는 그들만의 신비한 이유처럼

그 언제서부터인가 걸어 걸어 걸어오는 이 길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이 가야만 하는지

여러 갈래 길 중 만약에 이 길이 내가 걸어가고 있는

돌아서 갈 수밖에 없는 꼬부라진 길일지라도

딱딱해지는 발바닥 걸어 걸어 걸어가다 보면

저 넓은 꽃밭에 누워서 난 쉴 수 있겠지

보이지도 않는 끝

지친 어깰 떨구고 한숨짓는 그대

두려워 말아요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걸어가다 보면 걸어다가 보면 걸어가다 보면

그래도 나에겐 너무나도 많은 축복이란 걸 알아

수없이 많은 걸어가야 할 내 앞길이 있질 않나

그래 다시 가다 보면 걸어 걸어 가다 보면 어느 날 그 모든 일들을

감사해하겠지

-강산에,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참고도서

강변구, <그 섬이 들려준 평화 이야기>, 서해문집, 2017

경인일보 인천본사 특별취재팀, <인천이야기> 상, 하, 다인아트, 2008

광역시립박물관, <월미도, 기억 너머의 기억>, 2014

권영민, 『한국 현대문학의 이해』 , 태학사, 2019

문순희, 박진한, <인천의 명소와 근대관광>, 인천대학교 인천학연구소, 2018

오정희, <유년의 뜰-오정희 소설집>, 문학과지성사

이희환, <인천> (대한민국 도슨트 02), 21세기북스, 2019

이희환, <인천아, 너는 엇더한 도시?>

-근대도시 인천의 역사 문화 공간, 도서출판 역락 인천, 2008

인천광역시 역사자료관 역사문화연구실, <인천 개항장 풍경>, 2006

조선일보, “세계에서 가장 큰 야외 벽화” (2020. 12. 5)


*이 글은 <학산문학> 2021 봄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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