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미도, 달의 꼬리에서 당신의 연안까지(10)

by 김박은경

흐린 날에도 환한 연안부두

연안부두에 갑니다. 연안부두는 1974년 갯벌을 매립하고 인천항 갑문과 내항을 만들면서 조성되었다고 해요. 월미도에서 차로 15분 정도 걸리네요. 연안부두는 SK 와이번스의 응원가로 먼저 알게 되었지요. ‘어쩌다 한번 오는 저 배는 무슨 사연 싣고 오길래’ 기억하시지요? 이곳은 인천 연안의 섬을 찾아갈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이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제주도로 출항했던 세월호 이야기는 마음이 너무 아파서 하지 않을게요.

24.jpg 연안부두에서 바라보는 서해


이곳에서 다녀올 수 있는 섬은 소청도와 대청도를 경유하는 백령도 경로가 있고요. 자월도와 승봉도를 경유하는 이작도 경로가 있고요. 소연평도를 경유하는 연평도 경로가 있고요. 소야도를 경유하는 덕적도 경로가 있고요. 육도와 방어머리를 경유하는 풍도 경로가 있습니다. 인천 시민은 80퍼센트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데, 전시된 풍경 사진들을 보니 너무도 아름다운데 아직 제대로 가본 곳이 없어요. 이제 알게 되었으니 꼭 가보려고요.


25.jpg 연안부두

자월도, 기억하세요? 제가 열 살 때 가본 곳이지요. 친척 언니 오빠들과 함께 갔었어요. 그때 입었던 옷과 신발이 기억납니다. 세일러 복 같은 흰 칼라가 달린 푸른 투피스를 입고 흰 샌들을 신었어요. 챙이 큰 모자도 썼어요. 배를 타려고 기다리는데 뱃머리가 크게 부딪히면서 저는 휘청하였고, 당신이 바로 저를 안아주었지요. 배를 타고는 멀미를 심하게 했고요. 멀미 키트를 붙이고도 섬에 닿기까지 굉장히 길었던 것 같아요. 섬은 텅 비었습니다. 외부인들이라고는 우리식구들 밖에 없었지요. 민박집에서 묵었는데 그 부엌에서 꽃게 찌개를 끓이시던 장면도 떠올라요. 게가 냄비 뚜껑을 열고 튀어나와서 난리가 났었지요. 수영을 하다가 딸기잼만 발라서 먹었던 샌드위치도 맛있었어요. 벌레들이 많았고 꽃과 풀이 많았고 해변은 끝도 없이 이어졌고 무서울 만치 조용했지요. 저는 좀 졸리고 고단하고 지루하고 엄마가 보고 싶었어요. 그때의 엄마는 오랜만에 밥도 안 하고 아이들 건사할 일도 없이 엄마만의 방학을 즐겼을 것 같습니다.


연안부두 상트페테르부르크 광장에는 마트료시카 인형들이 있어요. 마트료시카(Matryoshka)는 큰 인형 안에 작은 인형 안에 더 작은 인형이 끊임없이 나오지요. ‘마트료나(Matryona)’는 어머니를 뜻하는 라틴어 ‘Mater’에서 유래했다고 해요. 광장의 커다란 인형은 앞과 뒤가 다른 구조로 세 개가 나란히 서있었는데요. 너무 커서 엄마보다 더 커보였어요. 그 속에 들어가면 품이 큰 엄마가 가만히 안아주는 기분이겠더라고요.


26.jpg 상트페테르부르크 광장의 마트료시카 인형

이 광장은 이름부터가 러시아 분위기이지요. 2010년 인천과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의 자매결연 양해각서가 체결되어 양도시간 우호 관계의 상징으로 2011년 10월 14일 상트페테르부르크 광장 명명식이 개최됩니다. 광장에는 1904년 2월 9일 러일전쟁 당시 자폭한 순양함 바랴그호 추모비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2013년 11월 13일 푸틴 대통령 방문을 기념하기 위한 기념비 및 러시아 상징 문주가 설치되어 있지요. 추모비는 잘 보이지 않아요. 낮고 평평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문주는 바로크 양식으로 사진으로 보기에는 큰데 실제로는 아담하지만 이국정서가 가득했어요. 그 문주 아래로 트로트도 샹송도 포크송도 가곡도 BTS도 흘러나왔어요.


27.jpg 상트페테르부르크광장의 문주


28.jpg 바랴그호추모비

인천종합어시장에는 처음 가보았어요. 웅성웅성한 소리, 검은 봉지나 흰 스티로폼 박스를 들고 오가는 사람들, 비린 물 냄새와 기름 냄새에 군고구마 냄새, 매운탕 끓이는 냄새까지 시각과 후각과 청각이 분주하게 호사를 누렸습니다. 시장은 넓고 쾌적하고 질서 정연했어요. 벽면에는 게를 찌는 시간인지 타이머들이 여럿 붙어 있고요. 쉬지 않고 회를 뜨는 여인들도 보았습니다. 도망치는 킹크랩도 있었고요. 도망가지 못하게 바가지를 엎어둔 장면도 보았고요. 몸의 절반이 잘리고도 한참을 퍼덕거리는 거대한 방어도 보았습니다. 생과 사가 함께 살아있었어요. 삶도 사는 것이고 죽음도 사는 것인가 싶었습니다.


29.jpg 인천종합어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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