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박은경 Jul 05. 2024

45분 후

또다시 오디션에서 떨어진 배우는 울면서 집으로 돌아갑니다. 대안으로 남겨둔 법대에 갈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면서요. 그런데 45분 후 드라마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의 수잰 역을 맡아달라는 연락이 왔고, 이 작품으로 에미상을 수상합니다. 우조 아두바의 이야기입니다. (에밀리 원터, <글감사전> 중)


하다하다 안 되기도 합니다. 스스로 정한 한계에 가 닿을 때 슬픈 안도감 같은 것이, 고요한 절망감 같은 것이 밀려듭니다. 그렇게 정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해소되지 않는 무언가가 스스로를 잠 못 들게 합니다. 아닌데, 이게 아닌데, 이렇게 살 수는 없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릅니다. 실패도 실망도 없는 삶이니 평온에 닿아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은 거죠.


결핍이 스스로를 망가뜨립니다. 잠 못 자거나 너무 자거나, 못 먹거나 너무 먹거나, 영혼이 바짝바짝 마르기 시작합니다. 살아도 사는 것 같지가 않지요. 그래서 늦은 밤, 다시 결심합니다. 다시 해보기로요. 또 실패하고 또 실망하기로요. 그런 열망이 삶을 뒤흔듭니다. 사는 맛이 납니다. 그러다 보면 저 배우의 45분 후가 도래하지 않을까요.


결핍과 욕망이 우리를 끌어올립니다. 뛰어오르게 합니다. 지금부터 45분 후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어떤 45분 후를 꿈꾸시나요.






매거진의 이전글 칼과 도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