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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박은경 Jul 05. 2024

다른 45 분 후

전화가 옵니다.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조금 후에 전화드리겠다는 양해의 문자를 드립니다. 45분 후 전화드립니다. 받지 않으십니다. 몇 번 하다가 톡을 남기고, 저녁에 다시 전화드리나 받지 않으십니다. 톡도 확인을 안 하십니다. 넘어지셨나, 여행 가셨나, 휴대폰 고장인가, 마감하시느라 바쁘신가 꼬리에 꼬리를 물어도 모르겠고 아침에 다시 문자 드립니다. 답이 없습니다. 톡을 다시 남기고 얼마 후 답신이 왔습니다. 뇌경색이 왔다고, 병원이라고, 지금 간병인이 쓰고 있다고요.


왜요. 왜 그런 일이 선생님께 일어나요. 글 욕심 말고는 욕심 없으신데요. 영성과 평온의 세계에 거하시는데요. 숱한 생명들을 마술처럼 거두어 살리는 분인데요. 더구나 글을 쓰면 뭉친 데가 풀리는데요. 열기도 더해주고 냉기도 더해주고요. 제삼자의 눈으로 자신을 볼 수 있잖아요. 걸음걸음 번잡에서 멀어져서 신성 쪽을 향하는 것 아니던가요. 그렇다면 묽은 건강이 함께해야 하는 것 아니던가요.


돌아보면 글 쓰는 분들 중에도 혹독한 병마에 시달리고 겪어낸 경우가 많습니다. 욕심이 병을 주는 것도 물론 아니고요. 나이도 상황도 무관했어요. 모르겠습니다. 모르겠어요. 답장 없는 안부를 이어가며 알게 된 것은 제게 그 선생님은 엄마이며 언니이며 친구였다는 겁니다. 언제라도 답을 주고받는 그런 벗이었다는 겁니다.


부디 더 건강해지실 기도드립니다. 더 아름답게 일어나서 지금의 아픈 경험을 귀한 글로 풀어주시길 고대하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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