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맞닿은 사막, 파라카스
사막은 딱히 유쾌한 공간이 아니다.
흩날리는 흙먼지, 뜨거운 태양, 건조한 공기.
매번 방문할 때마다 카메라에 모래라도 들어갈까 전전긍긍해야 하고, 옷과 가방 속의 모래를 털어내기 바쁘다.
뜨거운 태양에 화상을 입기도 일쑤.
하지만 이 모든 불편은 사막이 선사하는 경외감 앞에서는 한 없이 작아진다.
사막은 비어있는 곳이다.
오롯이 공간인 곳이다.
그렇기에 사막은 지구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잔혹하리 만큼 선명하게 다가오는 곳이다.
한국에서 적도를 넘어 태평양을 건너서야 다다를 수 있는 파라카스.
사막이지만 바다와 맞닿아 있어 사막 그 이상의 공간을 느낄 수 있었던 곳이다.
살 수 없을 것 같은 곳이지만, 그럼에도 사람은 살아간다.
하지만 거대한 자연 앞에서 문명은 너무나도 작아 보였다.
잊고 살지만, 잊으면 안 되는 사실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