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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에쉴리는 비교가 안되죠. +20

Hola

예전에 한번 언급했던 것같이 저희는 아이들의 특별한 날에 원하는 음식을 맘껏 먹는 에쉴리를 애용합니다. 여차하면 가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생일 또는 정말 특별한 격려를 받아야 할 때에 가는 곳입니다. 둘째, 막내딸에게는 포카(아이돌 포토카드)를 생명보다 귀하게 여기는 것처럼 에쉴리 가는 날은 자유롭게 맘껏 먹는 날이라서 아이들에게 포카만큼 사랑하는 식당입니다. 그런 식당을 누르는 식당이 생긴 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아이들과 세계여행, 산티아고 순례길, 태국 한 달 살기가 꿈인 아빠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하나도 할 수 없는 수준이라서 늘 꿈꾸고 지냅니다. 그러면서 큰아들과는 듀오링고로 스페인어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잠시 주춤하기는 합니다. 그리고, 유튜브로 예전에 언급한 대로 몇몇 유투버들의 여행기를 주기적으로 보면서 랜선여행 중입니다. 그러면서 저희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은 나초입니다. 소프트한 밀토르티야 또는 하드 한 나초에 다양한 재료를 올려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고수라는 식자재를 싫어하지 않아서 장벽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주변에 나초를 먹을 수 있는 곳이 많이 없어서 자주 먹지는 못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둘째 딸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들어주고 싶었던 날이었습니다. 둘째 딸은 외부일정이 끝나면 집으로 향하는 것을 아주 싫어합니다. 집으로 들어가면 더 이상 활동적인 것도 없고 볼 것도 없고 그저 하루가 끝났다는 아쉬움만 크다는 것입니다. 그 마음을 해결해 주고자 가족 5명이 모여서 궁리를 했습니다. 그러다가 둘째 딸은 야경을 즐기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 제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자 아예 이태원으로 향하기로 했습니다. 그런 계획을 세우고 혹시나 해서 아이들 보고 대기하라고 하고 아내와 함께 더 나은 것이 없는지 검색과 비용을 확인하기로 했는데 돈이 풍족한 것이 아니다 보니 고민고민하다 보니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삼 남매는 번갈아서 방에 들어와서 "아빠! 언제 출발해요? 계속 주무실 거예요?"라면서 걱정반 불안반이었습니다. 그렇게 엄마 아빠가 자다가 그냥 하루가 끝날까봐서입니다. 눈을 반만 뜨고 제가 대답해 줬습니다. "좀 잘게. 체력을 보충해서 서울 야경을 즐기자! 약속할게!" 그 말에도 혹시나 잠자고 끝날까 봐서 계속 방을 들락날락하는 삼 남매가 짜증 나기도 했습니다. 저는 아직도 그렇게 부족합니다.



잠에서 깨니 저녁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가 체력을 보충완료했으니 나가자고 했습니다. 아이들은 잠자던 애들도 있고 지쳐서 휴대폰만 하던 아이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출발!"이라는 말에 어리둥절했습니다. 목적지가 이태원이라는 말에 "정말?"이라고 하면서 후닥닥 준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드라이브를 하고 컴컴해진 하늘과 보석처럼 빛나는 수많은 조명들을 즐기면서 돌아다니자고 했습니다. 아이들은 오랜만에 밤에 우루룩 나가서 먹고 돌아다닌다는 생각에 신나서 서로 재촉했습니다.



일단 이태원으로 향했고요. 주차장이 여의치 않을 것 같아서 용산구청 주차장을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번듯하고 거창한 구청 건물로 들어가서 주차를 하니까 아이들은 당황했습니다. "이 건물에 무엇하러 왔는지?' "이러다가 가는지?" 걱정 말고 따라오라는 말에 아이들은 다시 신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용산구청에서 이태원 해밀턴 호텔까지 걷고 반짝거리는 간판과 특이한 건물들을 구경하고 각자의 휴대폰으로 사진 찍고 즐거워했습니다. 제일기획을 넘어 내려갔다가 한남대교를 가기 직전까지 큰길 따라 걷고 다시 메인도로 안쪽 골목들을 따라 걸으면서 문이 닫은 곳은 그런 느낌대로, 아이들이 보기에 애매한 가게들은 빨리 패스하면서 휘황찬란하고 알록달록하면서 먹음직한 음식들도 지나쳤습니다. 아내와 합의본 것은 이태원을 걷다가 맛있다는 타코집 몇 군데 중에 함께 갈만한 곳을 긴급제안하듯이 들어갈 예정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이제 그만 걷자며 배고프다고 했습니다. 원하는 사인을 받은 투수처럼 제안을 던졌습니다.

"여기 타코집들이 있는데 갈까? 아니면 오다가 본 BBQ집을 갈까?"

의견이 분분했는데 슬쩍 타코집으로 제안했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괜찮다며 이제 먹자는 말에 다시 힘을 내서 알아둔 타코집으로 갔습니다. 막상 문 앞에 다가서니까 스페인어를 배우고 나초를 좋아하는 큰아들이 술도 팔고 나초도 파는 PUB스타일의 타코집을 못 들어가겠다고 버텼습니다. 아빠랑 있으니 괜찮다는 말에 슬슬 걸어 들어갔습니다. 사실 삼 남매가 동반해서 들어갈 시간은 살짝 넘긴 했습니다. 매니저님께 들어가기직전 한 번 더 확인하고 얼른 먹고 나가겠다고 했고요. 그러고 들어갔더니 제일 얼굴이 환해지고 흥분 가득한 녀석은 큰아들이었습니다. 자리도 제일 낭만 있는 자리를 골라서 앉고요.



이것저것 시키려다가 가장 기본 타코 10P로 구성된 세트와 윙, 후렌치프라이세트를 시켜서 1차로 먹었습니다. 아이들은 집어 들고 잠시 주춤하다가 먹기 시작하더니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가끔 듣는 감탄사가 여기저기서 나왔습니다.


"오우.. 맛있다."

"오... 오..."

"와아..."


제 마음에는 성공을 확신하는 폭죽이 터졌습니다. 마음속으로는 춤추면서 둥실둥실했습니다. 겉으로는 '맛있니? 다행이네"라고 차분하게 말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성공! 와우! 다행!! 와우!'라면서 진짜 기뻤습니다. 아내도 오랜만에 엄청 맛있는 타코를 먹었다고 즐거워했습니다.


"그럼 앞으로 우리 특별한 날에 에쉴리와 여기를 번갈아 올까? 우리만의 파티장소로!"

그 말에 아이들 말이 압권이었습니다.


"에이! 에쉴리는 비교가 안 되죠!"


아이들의 마음이 100% 반영된 진심이었습니다. 에쉴리를 비하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의 지금 마음은 자기들이 가장 좋아하는 에쉴리보다 더 상위로 손꼽을 만큼 오늘 타코식사가 최고였다는 것입니다. 오랜만에 아이들이 눈이 커지고 입이 커지고 손에 소스를 줄줄 흘리면서도 쉴 새 없이 "오오!"라면서 먹는 모습을 보니 너무 행복했습니다. 그 와중에 메뉴판을 볼 때마다 돈을 걱정하는 둘째 딸을 보면서 "괜찮아! 엄마 아빠가 감당할 만큼 할 거야!"라고 말해주면서 마음껏 먹으라고만 했습니다. 사실 가격은 비쌌는데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니까 결제후 분할로 바꿔서 감당하려고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오리지널 타코와 비슷한 수준이니 맘껏 먹으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은 2번을 더 시켜 먹더니 그제서야 못 먹겠다고 했습니다. 오랜만에 원하는 것을 실컷 먹었다고 흐뭇해하는 큰아들, 야밤에 나와서 맛있는 것을 먹고 걸었다고 신난 둘째 딸, 그저 나와서 놀고 걷고 먹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즐거운 막내딸까지 모두가 행복해했습니다. 도저히 못 먹겠다는 말을 듣고서 나초집을 나왔습니다. 나와서 주차했던 용산구청으로 향하다가 터키아이스크림집에서 두 딸만 서로 사진 찍어주면서 하나씩 먹으라고 했습니다. 실컷 장난을 치고 잡다가 놓치고를 반복하는 과정이 두 딸에게는 마술쇼처럼 즐거웠습니다. 주고받고를 하다가 그만 터키 점원이 아이스크림을 떨어뜨린 것입니다. 그런데, 자기 실수이니까 새것을 준다는 말에 울려고 했던 막내딸은 즐거워하며 아이스크림을 받아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진짜 원하는 음식을 먹고, 진짜 원하는 시간에 나와서 돌아다녔더니 집에 가는 차 안에서는 그 흥분이 가라앉지 않을 만큼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제일 감사한 것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타코가 있고 알록달록 네온사인도 있고 발축구, 농구등등 실내게임도 있는 가게에서의 시간 그 자체만으로 행복해하고 감사하다며 "엄마 아빠 사랑해요!"라고 말해준 삼 남매와 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한동안 타코집은 우리 아이들의 최애장소가 될 예정이고 특별한 날 가는 우리만의 파티장소가 될 예정입니다.



영화본 다음에 하는 행동을 또 했습니다.

타코를 먹은 그 흥겨움을 이어가고 싶어서 집에 가는 차 안에서 MEXICO음악을 유튜브로 틀어서 들으면서 갔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이태원 거리 걷기와 타코집에 대한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저는 무엇을 하든지 입체적으로 즐기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아이들도 그런 것들을 좋아해 줘서 고맙고요. 재밌는 책을 보면 그 스토리로 만든 영화를 찾아서 보고요. O.S.T를 듣고 장면을 떠올리면서 영화 감상후 여운을 붙잡습니다. 그 감흥을 느끼는 장소를 찾아가며 재미도 느끼고요. 인상 깊었던 장면을 휴대폰 배경으로 사용하면서 푹 젖어들어보는 것을 즐깁니다. 그러다 보니 삼 남매도 그런 애프터파티같은 여흥 즐기기를 즐깁니다.



진정한 애프터파티는 이것이다.

이태원 나초집을 다녀오면서 서브웨이에서만 즐기던 과카몰리를 색다르게 즐기고 나니 큰아들은 매우 즐거워했습니다. 아보카도를 사서 직접 으깨서 토마토와 양파를 넣어서 만들어먹기도 했고요. 아예 타코용 밀또띠야를 사고 고기와 야채를 샀습니다. 더불어서 타코 시즈닝도 구매했습니다. 집에서 직접 만들어서 원하는 재료를 얹어서 손으로 먹는 것도 해봤습니다. 아이들은 엄청 즐거워했습니다. 그 분위기를 이어간다며 밥 먹는데 멕시코 음악을 틀었다가 정신사납다며 끄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아예 우리만의 타코 지도를 만들자고 의기투합했습니다. 맛평가는 아이들의 후기만으로 하기로 하고요.



제발! 진짜 가요! 거기로요.

큰아들은 진짜 가자고 했습니다. 지금 중2인데 중3을 마치거나 중3이 되면 아예! 제발! 스페인이나 다른 나라로 나가자는 것입니다. 제 마음도 그렇습니다. 이국적인 것들을 즐길 때마다 산티아고 순례 영상을 볼 때마다 아이들과 함께 다양한 것을 즐기고 그런 것들을 도전하면서 느끼는 희열을 통해 아이들이 더 넓은 세상을 색다른 시선으로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좀 더 입체적인 사람이 되고 자기 감성을 다양하게 표현하는 매력적인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단, 아쉬운 것은 결혼하고 나서 제가 하고 싶어서 계획세운대로 된 것이 없었습니다. 계획을 잘못 세우거나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희한하게 일이 중간에서 틀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도 기회를 바라보고 눈을 들어 세계지도를 보면서 내게도 올 기회를 소원하며 지냅니다. 정말 간절하게 애원하는 큰아들에게 저는 당장 할 수 있는게 없으니 그 간절함과 비교되지 않는 엉뚱한 제안을 했습니다.


"우리만의 타코지도는 진행하고 추가로 다음부터 재밌는 케밥집도 찾아다녀보자! 또 다른 재미를 만들자!"

"네.... 에..... 그.... 래..... 요............"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원하는 만큼 해주지 못하는 무능력한 아빠임을 이제는 인정합니다. 못해주는 대신 엉뚱한 것으로라도 채워주려는 엉뚱한 아빠이기도 하고요. 그런 순간마다 감사한 것은 '여전히 아이들이 기다려주고 엉뚱한 것도 고맙다면서, 아빠의 노력을 받아주려는 마음'에 감사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타코와 얽힌 우리 삼 남매의 이쁜 마음씨, 그리고 그런 아이들과 여전히 살고 있는 부족한 아빠의 일상을 오늘도 나눠보았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이런 일상이지만 나눌 수 있어서 감사하고요. 그저 감사한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큰사람(by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출처: 사진 unsplash의 ka 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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