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본의 아니게 라면 2탄을 적게 됩니다.
라면은 건강의 적이며 일 년에 한두 번 먹는 아내는 절대로 일부러 권하지 않는 음식입니다.
아내와 신혼여행으로 일본 배낭여행을 하면서 하루 종일 걸어서 지쳤던 우리를 달래준 라멘과 교자는 신혼여행의 어색함을 따뜻함으로 이어준 기특한 음식이기도 합니다.
그런 라면이야기를 전편 '냄비 없는 봉지라면'에 이어서 또 하게 된 이유는 이렇습니다. 봉지라면으로 삼 남매와 재밋거리를 즐기고 있는데 라면, 특히 컵라면은 제게 친구를 만들어줬습니다. 컵라면이 어떻게 제게 친구를 만들어줬을까요?
컵라면을 즐길 때 삼 남매와 눈높이에 맞춘 방식으로 함께 합니다. 큰아들과는 신상출시 새로운 맛 컵라면들을 함께 먹으면서 과감한 선택에 따른 색다른 재미를 추구하고요. 두 딸과는 주로 짜파게티나 콕콕 스파게티를 먹으면서 한결같은 정을 나누고 있습니다. 큰아들과만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은 아닙니다. 두 딸은 아직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해서 주로 즐겨 먹는 것으로 함께 하는 편입니다.
그렇게 아이들과 컵라면을 즐기면서 큰아들과 신상출시위주로 먹는 이유가 있습니다. 큰아들은 늘 조심스럽고 하던 것만 하며 새로운 친구를 쉽게 만나지 못하는 초등학교 시간을 보냈었습니다. 도전(신상출시 아무 라면이나 고르고 먹는다.)을 하고 작은 성취(과감히 먹었더니 새로운 맛을 느끼는 재미를 얻었다.)를 통해 도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극복시키고 싶은 눈높이 놀이였습니다. 매운 것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아빠랑 아무거나 고르고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보니까 큰아들은 새롭게 출시한 컵라면의 색다른 맛들을 궁금해하면서 아무것이나 고르고 아빠랑 즐겼습니다. 물론 터무니없이 맵고 괴상한 맛(마라맛 짜파게티)은 아빠가 먹어줬습니다. 지금은 투움바 라면을 넘어서서 푸팟퐁 카레라면을 즐기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 놀이를 통해 조금씩 세상에 대한 도전도 용기내기 시작했습니다. 큰아들은 모르는 사실이긴 한데 아들과 그런 엉뚱한 도전을 함께 하려고 식단조절을 하면서 지내기도 합니다. 아침에는 약간의 식사만 하고요. 점심은 여성분들 다이어트식처럼 먹고 점심시간 내내 주변을 걷습니다. 그리고, 저녁에 제대로 된 식사를 하고 또 동네 주변을 걷고요. 그런 다음에 큰아들과 컵라면 야식을 먹을 수 있도록 늘 스탠바이하곤 합니다. 그렇게 둘이서 가끔 새로운 컵라면을 먹고 즐기면서 '도전'에 대한 '두려움'을 별거 아닌 것으로 극복해가고 있었는데 요즘은 점점 달라지고 있습니다.
큰아들이 친구들과 축구를 하고 나서 배고픔을 달래려고 라면과 김밥을 종종 먹는데 그럴 때마다 신상출시 컵라면이 있으면 일단 먹어본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1+1을 이용해서 1개는 집에 가져옵니다. 아빠도 드셔보시라고 그런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제안한 것을 제가 그날 큰아들 보는 앞에서 먹으면 큰아들은 엄청 뿌듯해합니다. 또 친구들과 새로운 컵라면을 챌린지 하듯이 사 먹고 놀면서 즐기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도 큰아들이 늘 새로운 컵라면을 도전해서 먹는 것이 특이하고 재밌다면서 '재밌는 놈'이라고 엄지 척해주기도 한다고 합니다.
제가 늘 신상출시 컵라면을 먹어보자고 제안하곤 했었는데 언제부터인지 아예 역전되었습니다. 큰아들이 저에게 이렇게 말할 때면 설렙니다.
"아빠 한 컵?"
"콜"
"남편!! 안 돼요. 너무 늦었어요."
늦은 저녁이나 잠자기 직전에 자기가 친구들과 먹었는데 맛있었다면서 자기 용돈으로 또 사 왔다고 2개를 꺼내오는 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저의 마음은 설레면서 고맙고 감동입니다. 늘 아이들에게 아빠는 제안하는 사람이었는데 어느새 큰아들이 저에게 제안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아빠랑 먹고 싶어서"라며 꺼내오는 컵라면 2개와 "아빠 한 컵?"이라는 말은 저를 뭉클하게 합니다. 늘 도전하는데 용기를 내라며 처음 본 컵라면을 먹어보자며 등을 두드리던 큰아들이 이제는 제게 제안하는 것입니다. 컵라면에 데운 물을 붓고 젓가락을 끼워주면서 "뜨거우니 조심해서 먹어라!"라고 잔소리를 해야 했던 큰아들이 이제는 아빠가 "콜"이라며 대답하면 자기가 물을 데워서 컵라면을 준비해 줍니다. 늘 레시피를 보면서 제안한 대로 잘 조리하라고 가르쳤더니 어떤 컵라면은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먹어야 면발이 맛있다며 전자레인지에 데워주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챙겨줘야 하는 아기가 옆에 있었습니다."
"이제는 저에게 제안해 주고 함께 하자는 친구가 생겼습니다."
이런 상황이 온 것이 저에게는 감격스럽습니다. 처음이라서 그런가요? 아니면 늘 용기를 못 내고 쭈삣거리던 큰아들과 신상출시 컵라면을 도전하면서 함께 놀았더니 이제는 세 상것들에 대해서 하나씩 하나씩 도장 깨기처럼 용기를 내고 있습니다. 이번 글은 '컵라면 도전놀이'때문에 큰아들이 '용기맨'이 되었습니다.
중년의 몸에 결코 좋지 않다는 아내의 조언에 가끔, 아주 가끔만 먹기로 약속했습니다. 이제는 큰아들이 '컵라면 도전놀이'로 용기를 내도록 하지 않아도 됩니다. 자기 친구들과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서 스스로 경계를 지으면서 알아서 하는 것을 보면서 신뢰까지도 쌓여갑니다.
어떻게 한 컵이 친구를 만들어줬을까요.
주관적인 생각이긴 합니다. 큰아들이 컵라면 같이 먹자면서 준비해 주고 나란히 앉아서 호호 불면서 먹고 있으면 마치 친구랑 먹고 있는 것같습니다. 아주 먼 옛날, 친구랑 3차까지 술을 먹고 집가는 길에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우동 한 그릇을 나란히 앉아서 먹었던 때가 생각납니다. 컵라면을 잘못 골라왔다면서 투덜거리기도 할 때면 친구랑 국수를 먹으면서 그날의 술자리 뒷이야기를 하면서 웃던 때가 생각나는 것입니다. 꼬맹이 아들이 중2가 되더니 이제 덩치도 비슷해지면서 큰아들이 아니라 뭔가 통하는 것이 있는 친구가 된 느낌입니다. 아직은 태풍의 눈인 중2가 이렇게 저와 나란히 앉아서 컵라면을 먹자고 하니까 저는 감격스럽습니다. 막내딸이 말하는 '깐부'가 생긴 것같습니다.
제발 젤리 좀 줄여요.
'라면 금지'처럼 아내가 강력히 중지를 요청하는 것은 젤리입니다. 젤리도 몸에 좋지 않으니 줄이라는 것입니다. 딸들은 신상출시 컵라면을 아무 맛이나 즐기지 못하니까 소외감 느낄까 봐서 두 딸들과는 신상 출시 젤리로 큰아들 컵라면 놀이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아내는 어차피 성분도 좋지 않고 색깔도 그래서 비만의 지름길이니 제발 그만 먹으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컵라면과 함께 젤리도 줄이고 다른 눈높이 놀이를 찾고 있습니다.
정도를 지키자.
큰아들과는 컵라면, 스페인어, EPL축구, 머리스타일, 옷, 휴대폰사진에 대해 나눈다면 두 딸들과는 아이돌그룹, 아이돌패션, 포카, 언니들 패션 중 입기 가능한 옷, 체형커버가능한 옷, 간식, 가방 등 등에 대해서 대화하기도 합니다. 그런 것들에 대해서 아이들의 관심분야와 정도에 따라 아이들이 원할때 대화해야합니다. 또, 불필요하게 너무 세세하게 잘 알아서도 안 됩니다. 아이들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정도면 되는데 너무 깊이 알고 앞서가는 말을 해도 애매했습니다. 그러면서 느끼는 것은 아이들과 이 세상 지금 공존하는 문화를 함께 공유하고 지내는 자체가 너무 신기합니다.
컵라면을 함께 먹는 것이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생긴 것처럼 느끼도록 큰아들이 훌쩍 큰 것에 대해서 감격스럽습니다. 이제는 친구들과 맛있는 컵라면을 먹었다면서 직접 사서 아빠랑 먹겠다고 하는 것에 감동해서 적은 글입니다. 이런 일상 속에서 음식에 따라오는 감동을 적어서 나눌 수 있는 것도 감사라고 생각합니다.
항상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큰사람(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출처:사진: Unsplash의 Alexander Nrjwo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