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 감사 또 다른 시선
길을 걸으면서 재밌는 것들을 본다는 것이 엄청 감사한 일들입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걸을 수 있고 뭔가를 볼 수 있다는 그 자체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제게는 매주 "토요일 행복"임을 고백합니다. 별거아닌 것들이지만 나누어보겠습니다.
#1. 길 위의 깨알들..
저는 오토바이를 타지 않습니다. 아니 어쩌면 안 타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주변에 오토바이사고가 많다고 걱정하는 아내가 "당신은 절대로 타지 말아요." 라고 말했습니다.
늘 걱정하고 속상해하는 아내에게 뭐 하나라도 지켜주자는 생각에서 오토바이를 타지 않습니다. 못 탑니다.
그런데, 길을 지나가다가 본 오토바이를 보고 빙긋이 웃으며 사진을 찍었는데 옆을 지나가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아내를 봤습니다. "특이해서 찍었어요."
2. 어디서 힘을 얻는가?
길을 걷기도 하지만 가끔은 뛰기도 합니다.
한참을 뛰어서 가다가 문득 드는 생각이 있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나는 힘들게 일부러 뛰고 있는데, 너는 어디서 힘을 얻니? 알지!!태양!! 근데 공짜네"
혼자 중얼거리면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하루종일 서 있으면서 태양을 보고 힘을 얻어서 그 힘을 전하고 사는 그의 시간을 잠깐 생각해보는 순간이었습니다.
3. 너는 해만 바라보는구나..
길을 터덜터덜 걷다가 머리위로 내리쬐는 햇살을 느끼면서 고개를 들었는데 보이는 광경에 웃었습니다.
머리위에 떠 있는 해가 저에게는 단순히 따뜻함 또는 햇살의 존재를 느끼는 순간이지만 보이는 저 식물들과 꽃은 해를 열심히 바라보고 힘을 얻으려고 애를 쓰는 것같았습니다.
한자리에 서서 목이 부러질정도록 집중해서 해를 바라보는 저 식물과 꽃과 달리 저는 먹을 수도 있고 해를 볼 수도 있고 물을 마실 수도 있고 해의 따스함을 느끼면서 다양한 곳을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를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2 마음에 감사 더하기
1. 선을 넘지 말자..
지하철에서 다음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지친 몸을 달래주려고 잠시 의자에 앉았습니다.
멍하니 지하철 오는 곳을 바라보다가 지하철 역사 창문들을 바라보길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지하철이 오는 간격이 길어서 지루할 즈음이었습니다.
창가에서 흐른 물들이 모여서 위태롭게 모여 있었습니다. 익촉측발상황이었습니다. 그것을 보며 순간 "아이고, 감사이다."라며 혼자서 중얼거렸습니다. 그때, 지하철이 들어와서 얼른 타느라 생각난 것이 끊겼습니다. 잊지 않고 싶어서 얼른 메모했는데..'감사하다. 결혼생활을 하면서 위태로운 선을 넘지 않고 더 나은 관계를 위해서 대화하며 지낼 수 있음에 감사하다.'라는 것이 떠올랐습니다. 부부상담을 제안받을만큼 아내가 숨도 쉬지 못하고 울분을 터트리며 우는 일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하는 지금이 감사할 뿐입니다.
#3 또 다른 시선..
이번주는 아들에게 묻지도 않았는데 사진을 보내주길래 굉장히 감동하고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아무렇지않은 풀들을 찍어 보낸 것같아서 특이한 것같으면서도 특이한 사진이라서 잠시 주춤거리면서 보고 있었습니다.
아들이 사진에 이어서 보내준 한 줄 멘트에 '햐아'하며 감탄하고 웃었습니다.
"알로에가 많이 달린 것같아서 찍었어요. " 아들의 시선과 생각, 그것을 재미로 느끼고 제게 보내준 일련의 과정들이 모두 아름답고 황홀했습니다. 이런 시간을 중2 아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이 감사했습니다.
일상이 그냥 흐르는 것같지만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냥 길을 걷다가 재밌는 깨알들을 만나고 웃고 생각하게 되는 시간 그 자체가 의미있었습니다. 길거리 깨알을 나름대로 시선으로 음미하다보니 원래 먹던 음식을 색다른 방법으로 먹어보고 "이렇게 먹을 수가 있다고요? 전혀 색다른 맛이네요."라고 감탄하듯이 늘 더 새로움을 느끼고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24시간이 점점 더 풍성해지는 느낌입니다.
선을 넘지 않는 삶도 나쁘지 않다.
결혼생활을 시작하면서 가부장적인 마인드로 "나를 따르라" "내 말을 따르라"라면서 좌지우지했던 시간들을 반성합니다. 중앙선을 맘껏 넘나들며 올림픽대로를 마음대로 운전하는 야간운전자처럼 살던 시간에 비해 아내와 대화하며 적절한 대화를 하고 잘못한 것은 빨리 사과하고 행동을 수정하면서 선을 넘지 않고 살아가는 삶이 훨씬 행복합니다.
묻지 않아도 해주는 아들에게 놀란 한 주 였습니다.
물론 늘 그런 것은 아닙니다. 말해도 하지 않고 알려줘도 하지 않고 해야 할 것도 하지 않고 자신의 행동에 따른 결과인데도 남탓을 하는 아들입니다. 혼내지 않으려고 이를 꽉 물고 창문 밖을 보고 밖으로 달리기를 하러 나가면서 자리를 피하기도 하곤 합니다. 그렇지만 이번주처럼 묻지 않았는데도 색다른 생각과 시선으로 찍은 사진을 보내주면서 저를 감동하게 한 아들에게 더이상 말 필요없었습니다.
"고맙다. 아들아!"
이번주도 들여다보면 별거아닌 것들입니다. 제가 그렇게 말은 했지만 소유주에게는 대단한 것들일 수도 있습니다. 생각외의 의미를 느끼고 일상을 돌아보게 한 '깨알'들이 놀랄 뿐입니다. 이런 것들을 작지만 적어서 나눌 수 있는 것이 읽고 공감과 격려해주시며 웃어주시는 분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감사드립니다.
항상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큰사람(by 바람없이 연 날리는 남자D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