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들에게. +64

새 자동차

아들아.


오랜만에 너와 대화하면서 아빠는 또 울 뻔했단다.

너의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이 담겨 있는것같아서 고맙고 미안했단다. 이런 감정을 또 느낄줄이야. 너가 매번 참아주고 지내는게 고맙고 미안하단다. 그래서, 오늘은 아빠의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써본다.



가장 먼저 삼 년 전 이사 온 날이 생각났단다. 엄마가 일상생활에서 조금이라도 편하도록 세탁기와 건조기를 함께 산 날이었지. 새 제품들이 들어오고 설치가 완료되는 전 과정을 너는 가만히 바라보더라.

시운전 겸해서 빨래를 하고 나서 바로 건조까지 했지. 빨래가 끝나고 나서 울리는 알림과 건조가 끝나서 울리는 알림 소리를 듣더니 "이 소리가 우리 집에서도 들리네요. 신기하네요. 친구집에서 듣던 소리인데요."라는 말을 듣고 아빠가 울컥했던 날이었거든. 앞으로도 그 날은 잊지 못날꺼야.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그냥 일상생활의 소리를 친구집에서만 들었는데 우리 집에서도 들린다면서 신기해하는 말에 아빠는 엄청 미안하더라. 그런 가전제품들을 살 여력이 되지 않아서 빨래를 하고 3일이상을 말려서 다시 입고를 반복하는 그 시간동안 네가 아직 어려서 아무것도 모르는 줄 알았거든. 그래서, 여력이 되면 이것저것 구비하려고 지내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너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더라. 그런데, 짜증이나 불평하지않고 애써서 살고 있는 엄마 아빠를 존중해주고 있었더라고.



그 때 느낀 고마움과 미안함을 또 느낀 날이 온거야. 사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우리가 8년 이상 타고 다니던 차가 정기검사에서 재검사가 나왔고 부품을 교체해서 재검사를 받아야하는데 더이상 부품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폐차를 결정했단다. 그런데, 폐차를 하고 나면 너희들과 자주 장거리를 타고 다녀야 하는 상황에서 차가 당장 없어서 난감하게 되더라. 그리고, 너희들이 컸다고 남들처럼 패밀리카를 사기에는 너무 비싸서 엄두가 나지 않아서 아빠의 고민은 며칠동안 이어졌단다.



그러다가 좋은 기회에 우리 상황에 맞도록 급하게 중고차를 구매하게 되었고 아빠가 차를 가져온 날 다같이 타고 시운전을 하게 되었는데 너가 아무렇지 않게 한 말이 또 아빠를 울렸다. 세탁기 건조기때 느낀 그 기분이었거든.


"아빠! 이 차는 바깥소리기 안 들리네요. 차 소리도 거의 안 들려요. 차 시트가 폭 감기는 맛이 있네요."


엄마는 너의 말에 웃고 아빠는 멋쩍면서 "그래! 이 차는 저번보다는 좋거든."이라고 대답했지만 마음으로는 울었단다. 지난번 타던 차는 예전에는 명차였지만 지금은 오래되어서 많은 편의사항에도 불구하고 불편하고 구식인 것이 많았거든. 네가 어려서 그런 것 모르는 줄 알고 삼 남매를 뒷좌석에 태우고 열심히 다녔는데 어느새 네가 훌쩍 크더니 엄마 키를 넘기더라. 그러면서 뒷자리가 엄청 불편해지기 시작했는데 불평하지 않더라.



예전에는 방음이 최상이었는데 어느새 점점 방음이 잘 안 되고 유리창 선텐도 자연적으로 벗겨지기 시작했고 점점 불편한 것들도 많아지고 외부 소음도 꽤 많이 들어오긴했지. 조용한 이동보다는 수시로 시끄러운 소리에 너희들도 잠을 깨기도 했지. 그런데도 불평하지 않고 그냥 뒷좌석에서 잠을 자고 급하게 점심을 간단히 먹으면서 함께 이동해 주더라.



그러다가 이번에 차를 바꾸니까 너무 좋아졌다면서 활짝 웃고 시운전하는 내내 외부 소리가 하나도 안 들리고 차소음도 들리지 않는다면서 타기만 하면 자는 너를 보면서 아빠는 자꾸 마음으로 울 수 밖에 없었어. 좋은 부모 능력자 부모 만났으면 좋은 차, 좋은 집, 좋은 것 실컷 먹으면서 지내느라 어려운 줄 몰랐을 텐데 맨날 아끼고 나눠서 쓰며 빚 갚느라 전전긍긍하며 지내는 부모 만나서 늘 힘들게 지내다가 '업그레이된 삶'을 맛봐야만 하는 것이 숙명이긴 한데 아빠는 그럴 때마다 미안함이 크단다.



미안함이 커지면서

때로는 왜 나는 친구들처럼 못하냐고!!

왜 나는 못 먹냐고!!

왜 나는 못 입냐고!!


짜증 내고 화를 낼 때마다 미안하더라.


아빠가 해야 할 일을 꾸준히 했다면 안 그럴 텐데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하다 보니 늘 너희가 말한 대로

궁한 삶을 살아가는 것 같아.


그런 부분에서는 미안하다.

그리고, 남들처럼 번듯한 직장, 직업이 아니어서 아빠에 대해서

친구들에게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는 것도 미안하다.


그렇지만 아빠의 모습 자체로

너희가 창피해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살아볼게.


그리고, 조금이라도 현재를 살아가면서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함께 누리고 살 수 있도록 더 노력을 해볼게.


삶의 모습에 있어서는 미안해!

그러나, 부끄럽지 않은 아빠, 대화가 통하는 아빠, 노력하는 아빠로

늘 너의 곁에서 함께 해줄게.


오늘도 미안하고

내일도 미안할 수 있지만

더 노력하고 더 사랑할게.


늘 고맙다.




최근에 급하게 차를 바꾸고 울었습니다.

생활 빚을 갚느라 여력이 생길 겨를이 없습니다. 아이들이 남들처럼 해외여행, 근처 일본이라고 아니면 태국이라도 가자고 조르지만 그럴 여력은 없습니다. 올해는 국내여행도 계획해 볼 여력도 없습니다. 식비는 더 늘어나고 해야 할 것과 해줄 것이 많아지는 중3, 중1, 초5 아빠입니다. 그 와중에 멈추지 않기를 바라면서 타던 차가 정기검사에서 재검사로 판정되고 차가 더 이상 탈 수 없을 지경으로 판정되어서 급하게 차를 바꿨습니다. 바꾼 차도 우리 삼 남매가 이동할 때 어렵지 않도록만큼의 차만을 간절히 바랐는데 다행히 그 수준입니다. 그 차를 탄 아들이 저번 차보다 상당히 좋아졌다면서 그냥 한 말이 저를 울렸습니다.



남 부끄럽지 않게, 아이들이 아빠를 창피하지 않게 여길 만큼으로 버티면 될 줄 알았습니다.

먹고 자고 입는 것이 남에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 아이들이 아빠에 대해서 말할 때 창피하지 않을 만큼이면 된다는 생각으로 거짓말하지 않고 불로소득에 눈독 들이지 않고 맡은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긴 합니다. 군인가족이 해준 말, 영화에서 본 말이 생각납니다. 남편의 계급이 부인의 계급이라는 말인데요. 아이들은 알게 모르게 아빠의 직업, 해외여행 빈도수, 살고 있는 아파트, 타고 다니는 가족의 차 종류 등등으로 계급도를 매기고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최하위 계급이었습니다. 저는 부끄럽지 않다고 말하지만 그럼에도 아무렇지 않게 지내주는 아들에게 굉장히 감사한 날이었습니다.



아들은 아빠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고 합니다.

앞모습으로 당당하게 지내는 모습보다 아빠가 아무렇지 않은 척 등 돌려서 간신히 해내는 모습들을 통해 아빠가 미처 꾸미지 못하는, 아닌 척하지 못하는 아빠의 마음을 보고 자란다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들에게 아빠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이다음에 자기 가정을 가질 때도 더 업그레이드된 가정을 가지도록 하고 싶은데 쉽지 않음을 고백합니다. 그럼에도 앞으로도 더 당당하게 괜찮은 척 일하면서 아들 앞에 서 줄 것입니다. 그렇게 지내도록 힘을 낼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아들이었습니다.



한번 재정절벽으로 떨어진 다음에는 삼 남매를 한꺼번에 양육하면서 점점 들어가는 돈이 많아지기 때문에 모든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재정복구는커녕 재정절벽에서 더 밑으로 내려가는 중입니다. 그러면서 뭔가 갑작스러운 변수가 생기면 해결하느라 전전긍긍합니다. 그렇게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 의연하게 아들에게 그 모습을 보였지만 중3 아들은 예전부터 지금 상황에서 생기는 문제, 그 문제의 원인, 문제 해결을 하는 아빠의 모습까지 모두 지켜보면서 속이 깊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런 아들과 살고 있는 지금의 이 모습을 솔직하게 말하고 고마워하고 미안해할 수 있는 것은 읽어주시는 분들 덕분입니다. 계속 노력하면서 더 건강하고 더 행복한 가정이 되도록 이어가겠습니다.



항상 함께 살고 있음에 감사합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큰사람(by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출처:사진: UnsplashArseniy Hariton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