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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프로젝트 #2

감자

자세히 봐야 느낄 수 있는 "감사 꺼리"찾기에 대해 또 보고합니다. 


주관적 관찰과 느낌임을 덧붙이며 보고합니다.

정말 마이크로하지만 그것을 통해 느끼고 살고 있음에 감사하며,

그 느낌들을 서투른 손길로 얼른 메모했다가 보고합니다. 

 

그렇게 탐정 프로젝트는 계속 됩니다.  

일명 '감자'의 탐정 프로젝트 - 감사하는 남자 - 감자 


우에노 주리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덕분입니다. --- 탐정 프로젝트 #1 참조. (매주 토요일 발행)



 #1

어느날 오후

하늘 중앙에 떠 있으면서 

이글거리는 태양을 느낀다. 


머리위가 뜨끈뜨끈하고

몸에 땀이 줄줄 흐른다. 


쳐다보면

극도로 눈이 부시다. 

노려보기를 금새 포기한다.  

그만큼

태양은 찬란하고 강렬하다. 


오전에 서늘한 바람위로

따스한 햇빛을 느꼈고,



오후에 더운 열기 위로

작열하는 태양을 제대로 느꼈다. 


이런 것들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음에 

감사



#2

학교에서 픽업한 아이를 

학원까지 데려다준다. 


배고파하는 아이를 위해

핫도그를 사준다.


와구와구 급하게 먹던 아이가

친구가 오자마자

먹던 핫도그를 내게 맡긴다.



그리고 당부한다. 

"아빠. 이거 집에 갖다놔 주세요."

"이따가 집 가서 먹을 거에요."


"응"


손에 먹다 만 핫도그를 들고

집으로 걷는 나는

흐뭇하다. 

웃는다. 


내가 이렇게 할 수 있다. 

나에게 맡기고 

이따가 꼭 먹을 수 있도록 

당부하는 

아이가 이쁘다. 


이런 일상에 

감사하다.



#3

우리는 짐볼로 논다.

몸의 밸런스를 기르는 운동이 아니다. 


우리는 짐볼을 발로 찬다. 

축구다.


걸려 넘어지고,

몸으로 막고,

헤딩하다가 목이 꺾이고,

볼을 뺏다가 같이 굴러서 

넘어가고


그래도 재밌다.

깔깔 깔깔 하하 하하 


이렇게 아이들과

짐볼로 색다르게 놀 수 있는 것에

감사하다. 


#4

나는 안경을 착용한다.

맨눈은 안 보인다. 


낮에도

밤에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안경 없이

보는 것은

쉽지 않다. 


보고 싶지 않은 것들도 있지만

보고 싶은 것이 더 많은 세상.


안경이 있어서 나는 감사하다.

이것저것 볼 수 있어서.


감사.


#5

눈이 오면

가지들은 앙상해진다. 


봄이 오면

나뭇 가지에 꽃들이 열린다.  


개나리가 앞서고

벚꽃이 뒤따르고,


그러면 봄이 온다고 느낀다.

말없어도,

우리는 알아챈다. 

왔구나. 


개나리와 벚꽃이 순서가 바뀔지라도

봄은 온다. 

늘.


이런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어서 감사.


볼 수도 있고 느낄 수도 있는데 향기까지 곁들여지는 

이 순간들에

감사하다. 
나는감사하다. 

감사하다. 


나는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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