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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프로젝트 #6

감자

여전히 생활 속에서 감사를 찾고 있습니다. 일상 속의 작은 것에서 감사가 느껴질 때가 있고, 지친  날은 일부러 감사를 찾기도 합니다. 정말 생각지 못한 감사를 느낄 때도 있습니다. 늘 똑같은 하루인데 감사가 크게 와닿는 날 있습니다. 그 상황에서

'바로 그때 '

'바로 그 느낌'을 잊지 않기 위해 른 메모해서 보고서를 작성합니다.

감자(감사하는 남자)는 이렇게 탐정프로젝트를 준비합니다.






#1. 바이올린



아이가 또래 친구의 제안으로 앙상블에 작정 들어갔습니다. 제대로 배우지 못했는데 늘 연습에 참여하더니  곡이나 외워서 연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친구와  발표도 참여했습니다. 피아노만 칠 줄 아는 저에게  몇 곡을 외우고 깜장 옷을 챙겨 입고 앙상블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그 모습만으로도 감동입니다.  꼬물거리는 손가락으로 연습하는 모습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연습 참여 후 간식을 받아 들고 글벙글하며 걸어오는  모습은 귀엽습니다. 점점 더 많은 재주들을 배워서 자신을 현하는 방법도 다양해져 갑니다.  하나하나 결과를 만들어내는 모습도 기특합니다. 아티스트가 안되어도 됩니다.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위해서 노력하고 결과를 만드는 과정에서  행복과 만족감을 느낀다면 그걸로 된 겁니다.

저의 어린 시절과 비교해 보면 아이는 할 줄 아는 것도 많고 열정도 더 찐합니다.  친구랑 같이 해보고 싶다며  스스로 노력하고 있어서 매번 감동입니다. 이런 아이의 아빠라서 감사합니다. 보고 있으면 '흐뭇'미소가 제 입가에 번집니다. '그저 감사'라 느껴집니다.  



#2. 비둘기

산책길 가운데에 떡하니 자리 잡고 움직일 생각하지 않는 비둘기를 보면서 '사람'인 의 존재 자체에 대해 감사했습니다.

비둘기는 저렇게 있다가 방향을 갑자기 바꾼 자전거에 치일 수도 있고, 관리차량에 순간적으로 로드킬 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인 저는 위험하거나 그럴 상황이 되면 재빠르게 피하면서 목숨을 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자체에 감사를 느낍니다. 사를 기억하면서 미물의 생명도 아껴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3 고마워요 문



점심시간 동네를 걷다가 보게 된 문구입니다.

"고마워요. 저를 밀어주세요."

참 좋은 문구라고 생각합니다. 문구를 보는  순간 흐뭇하게 웃으며 메모합니다. 먼저 감사를 표하는 문구에 "싫어. 안 해"할 사람은 없습니다. Push/Pull만 있는 세상에서 우리에게 '먼저' 감사해 보며 함께 잘 살아 보자고 하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길을 걸으며 나의 눈이 이런 좋은 문구도 볼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예전에 업무 메일을 쓰면서 " 미리 감사합니다."라고 쓰기도 했었습니다. "선불 감사"라고  마음에 적어두기로 합니다.



#4. 꽃길

결혼식 때 다짐을 다시 떠올릴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이른 아침 길을 걷다가 꽃들이 장식된 나무다리를 보았습니다. 그 다리너머로 아름다운 광경들이 계속 이어질 거라는 신호인 듯 길 옆에는 다양한 초록 풀들이 이어지고 저 너머 길에는 아름다운 나무도 서 있었습니다. 결혼식 때 마지막 행진이 생각났습니다.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그렇게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을 하고 신부가 팔짱을 껴 주면 단 한 번도 멈칫하지 않고 앞만 바라보고 세상 다 가진 표정으로 걸었던 때를 떠올립니다. 걷는 길 양 옆에는 생화들로 꾸며져 있었고요. 앞으로 꽃길만 걷게 해 주겠다는  신랑의 포부를 의기양양하게  약속하는 날이었습니다. 하이힐을 신고 꽃길을 걷던 나의 신부는 지금 맨발로 자갈밭을 걷고 있습니다. 얼른 다시 꽃길로 걷도록 노력하라는 리마인더 같아서 감사했습니다.




#5 휴대폰과 펜

저는 펜이 있는 휴대폰을 사용합니다. 순간순간 생각나는 아이디어를 적기도 고 그리기도 합니다.

매일 아침부터 잠자기 전까지  '감사'가 느껴질 때마다 메모를 합니다. 최신폰은 엄두가 나지 않아 중고폰을 샀습니다. 그래도 내 눈에는 최폰이고 나의 오감이 느끼는 감성과 감사를 잘 남기도록 돕는 명품친구입니다. 이렇게 메모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또, 이 메모를 함께 나눌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여전히 길을 걸을 때면 새로운 꽃향기와 풀냄새가 코 끝을 스치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의 오감이 살아 있고 여전히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길가의 벤치나 수변공원 벤치에 앉아서 휴대폰 또는 노트북으로  집중해서 작업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저는 '감사'를 진하게 느낍니다. ' 는 잘 만들어진  '요리'를 내놓는 게 아니고 '글밥알'을 모아서 발행하는 정도인데도 공감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고 존중해 주시는 손길들에 오늘도 매 순간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여전히 감사한 일들이 많았습니다.



읽어주시고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주변의 많은 것들과 함께 느낀 감사를 더 많이 찾아서 보고하겠습니다.




어디선가 무엇을 하거나 보다가  '바로 그때'  '바로 그 느낌'에 대해 크고 작은 감사를 느낀 것입니다. 개인의 소소한 의견이므로 혹 읽으시다가 " 뭘 이런 걸"이라기보다는 "그럴 수도 있겠구나."로 보고서를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미리 감사드립니다.


감자의 탐정프로젝트 #6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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