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3초 룰을 엉뚱하게 사용한 아빠

하나. 둘. 셋

3초 룰.

일본의 F 제과회사가 '바닥에 떨어진 음식은 3초 안에 집어 들면 괜찮다'며 제조 과정 중에 떨어진 식재료를 3초 안에 주워 들어 사용하겠다고 해 유명해진 규칙이다. 당시 전국적으로 비난을 받았고, 결국 F 제과회사는 사과 후 '3초 룰'을 폐지했다.

출처:머니투데이 2019.11.07


일본에선 식재료 사용에 대해, 한국에서는 땅바닥에 떨어진 과자에 대해 통용되던 암묵적 룰이었다.


나와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나는 순간 화를 낸다. 떨어진 과자를 3초 내에 주워 먹는 것처럼  3초가 되기 전 화를 낸다. 버럭.


실제로

아내와 아기는 방에 있고, 나는 다른 방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아내는 첫아기를 정성 다해 챙기며 우유까지 먹이고 침대에 눕힌 뒤 잠시 거실로 나왔다.


"쿵'


직감적으로 아기가 떨어졌음을 인지하고 달려갔다

아기가 떨어지며 머리가 땅에 부딪히는 소리가 맞았다.


"뭐 했어요? 아기를 혼자 두고 나오면 어떡해요?"


"여태까지 아기 보다가 잠깐 주방에 갔어요."

"정말 잠깐이었어요."


"그러는 당신은 모 하고 있었는데요?"


"갓난아기가 떨어졌는데, 내가 뭘 하냐고 되물어요?(버럭)"

--난 그냥 다른 방에서 책 보고 있었다.--


"관둬요." "아기 상태 확인합시다."

"그래요."

시작도 내가 하고 끝도 내가 한다.

아기는 이상이 없는 듯 잠시 울다가 다시 잔다. 


"그러니까! 아기 볼 때 혼자 두지 마요."

우유 먹고 아기가 자길래 잠깐 주방에 갔어요. "


놀란 아내 마음은 생각도 안 하고,  먼저 낸 것이다.



함께 일하는 동료와 대화하다가 충격을 받았다. 아이가 응급실 가거나 다치면 얼른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응급조치먼저 한다고 한다. 그리고, 해결하고 나서 앞으로는 안 그럴 수 있도록 대화한다고 했다.

응급실 갈 정도라면 서로  잘잘못 따지기보다 상황처리가 우선이라고 했다. 대화 내용만으로도 충격이었다. 


'나는 화 먼저 내고 처리하고 나면 또 화 내기를     

 반복하는데.... 나는 뭐지? 나 뭔가 잘못되었네.'


내가 매번 그렇게 하기 때문에 아내 마음은 시커멓게 타들어갔다고 한다.


그래서 큰 다짐을 하기로 했다. 

1. 상황이 생기면 "하나, 둘, 셋"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고 나서 말하기무조건 화 먼저 내지 않기.

2상황이 생기면 상대방(아내. 아이들) 마음 먼저 챙기기



아이가 넘어지면 나는 바로 이렇게 말했다. 


"어쩌다 넘어졌어? 앞을 봐야지. 조심하라고 했잖아. (버럭)"

아이는  넘어져서 놀라고 아픈데 혼나기까지 해서 멍한 얼굴로 서 있다.  찢어진 바지 사이로 피도 흐른다. 

"다음에는 그러지 마!!"까지 말해야 상황이 끝나는 것이다. 


나만의 3초 룰 적용하고 이렇게 노력하고 있다. 

"괜찮아? 놀랬지? 다친 데는? 찢어졌네. 아이고... 놀랬겠네. 다행이야"

"으앙... 으앙..."

"다음에는 조심하자. 안아 줄게." 

이렇게 말하고 상황이 끝난다. 


매번  혼내던 아빠가 안아주며 놀란 마음 먼저 위로해 주니 아이들은 어색해했다. 여러 번 반복적으로 노력을 하니까

"아! 아빠가 변하고 있네."라고 느끼면서 덜 어색해하고 다치거나 놀라면 안아달라고 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걸 바꾸는 노력 자체가 우습다. 원래 부모라면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인데 말이다.

 


가끔 나는 마음속으로 엉엉 운다.  

아이가 넘어졌을 때 얼른 일어나서 아무렇지 않은 척한다. 아이 얼굴은 이미 굳었다. 주변 어른들은 지나가다가 "아이고, 아이들이 씩씩하네."칭찬을 해주신다.   

아이들 속마음은 '혼날까 봐 얼른 일어나자.'라는 마음인 것이다. 

이런 상황을 느낄 때면 나는 마음으로 엉엉 우는 것이다.

'이제 내가 안 그러는데 왜 아이들은 계속 이럴까? '


아이들은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하게 된다는 것이다. 

마음의 상처는 순식간에 생기는데 회복을 위해서는 몇 배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오늘도 또 노력한다. 

"3초 세고 말하자! 무턱대고 화내지 말자!"


나는 그렇게 노력하는 중이며 아내와 아이들과 사는 중이다.

그저 감사하다.



'나의 새로운 3초 룰 - 하나, 둘, 셋 - 괜찮니?'



사진출처:  Unsplash의 Drahomír Posteby-Mach





아기


제과회사


규칙



매거진의 이전글 100점짜리 아빠라는 오해의 시선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