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이런 '깨알'들을 통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되니까요.
이번에도 이런 생각들을 하게 해 준 '깨알'들을 나누어보겠습니다.
#1. 위급상황..
주차장 벽면에 설치된 '비상호출 통화장치'를 보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얼마나 많은 '비상상황'을 맞이하게 될까? 맞이하면 어떤 모습으로 대응할까?
어느 기사를 보다가 최근에 일어난 화성 ××사고를 취재하던 기자분의 가족이 해당 사고에 희생자로 밝혀졌다는 안타까운 기사를 읽었습니다. 재난과 사고가 남일이 아니라 내 옆에서 일어날 수 있고 나의 가족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오늘도 '비상호출 통화장치'를 누르지 않는 상황이 없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한편으로는 '호출장치' 위치를 기억했다가 꼭 필요한 상황이 생기면 잘 눌러서 도움 받거나 도움 받게 해 줘야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2. 똘똘..
잃어버린 자물쇠 더미를 펜스에 올려놓은 것을 보았습니다.
그 자물쇠를 잘 찾아가도록 올려놓은 손길도 아름다웠고 풀리지 않은 자물쇠번호가 '77777'이라는 것도 아이러니했습니다. 최고의 숫자조합이라는데 잠금상태였습니다. 자물쇠 더미를 보면서 생각나는 것이 있었습니다.
저 자물쇠처럼 똘똘 말린 마음으로 여전히 세상을 보고 사는 건 아닌가라며 생각해 봤습니다. 세상은 넓고 평평하며 동그란데 제 마음을 똘똘 말아놓고 좁은 구멍으로만 바라보며 판단하고 사는 건 아닌지 말입니다.
#3. 저 문..
길 가에 점검구 계단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계단을 보면서 문을 넘어서면 현실과 분리되는 애니메이션들이 생각납니다. 그러면서 지금 저 문을 들어서면 색다른 세상으로 들어갈 것이고 잠시 현실과 동 떨어진 감각으로 사는 건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그건 상상일 뿐입니다.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고 현재가 아무리 고통스럽고 힘들어도 결국에는 현재를 풀어내고 현재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결국 인정하는 시간이었습니다.
#4. 강아지와 개..
길을 걸어가다가 멋지고 매끈하면서도 뭔가 색다른 조형물에 눈이 머물러서 잠시 서 있었습니다.
깜장 개가 뭔가를 기다리는 듯, 뭔가를 바라보는 듯 편안한 자세로 앉아 있었습니다.
그 위용을 멀리서 찍으면서 다가섰는데 그 표면 또한 특이하고 재밌었습니다. 그 조형물의 매력에 '와우'하면서 다시 한번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길을 이어가려다가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아! 엄청 작아 보이는 조형물도 가까이 가서 보니 엄청 커 보이네. 모든 게 그렇듯 보는데 따라서 커 보이기도 작아 보이기도 하네.' '모든 것들은보기 나름이다.'라고 느끼면서 혼자서 계속 '아하!'라고 웃으면서 길을 이어서 갔습니다.
#5. 너와 나..
공원 근처를 걷다가 발견한 조형물에 마음이 숙연해졌습니다.
아이가 손을 내밀고 어른은 그 손을 잡아주려고 손을 내밀어주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제가 아이들을 대하는 모습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는 아이가 내민 손에 항상 다정하게 손을 내밀어 잡아주는 아빠인가? 아이가 손을 내미는데도 손을 뿌리치는 아빠인가? 손을 아예 내밀지 않는 아빠인가?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저보다 훨씬 큰 아빠가 저의 무릎까지밖에 오지 않는 아장아장 아가들을 데리고 탔습니다. 해맑은 아가가 위를 올려다보기에 얼른 손을 흔들어주며 웃었습니다. 그러면서 저의 아이들이 무릎만할때 허리 굽혀 손을 잡고 돌아다닌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엄청 예뻐해 주고 매우 자랑스러워하면서 무릎을 구부리고 허리를 굽히며 아이의 시선과 손에 맞춰서 다녔던 아빠인데 지금은 아이가 손을 내미는데도 혼내는 게 우선인 아빠이군....'이라며 반성과 반성을 하게 한 조형물이었습니다.
기발한 '깨알'들도 있지만 늘 생각하게 해주는 '깨알'들도 재밌고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저만의 감성으로 느끼고 적는 글인데도 많은 분들이 읽으시면서 1초 재미를 느껴주시니 참 감사하다는 생각을 매번 하게 됩니다. 다음 발행이면 벌써 50회가 됩니다. 51회부터는 또 어떤 버전으로 진행해 볼까 궁리도 해보고 있습니다.
가끔 고민스러울 때, 도저히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 저만 혼자 고민하는 것 같아서 무심히 길을 터덜터덜 걷다 보면 만나는 '깨알'들이 해법을 주기도 합니다. 함께 사는 세상에서 대화로 풀지 못하는 것들이 무심코 만나는 '깨알'들을 통해 풀리는 것들이 신기하기도 합니다.
여전히 '산티아고 순례길'을 나서는 분들, 이제 본격적으로 근처 국가들 여행을 나서시는 분들의 글을 뵐 때면 매우 부럽고 부럽습니다. 인천공항에서 일하면서 다른 분들의 다양한 캐리어들을 보면서 부러워했고 제가 일할 시간에 게이트를 보딩패스로 통과하는 분들을 뵐 때면 엄청 부러웠었습니다.
저도 얼른 다른 나라 속에서 '깨알'들을 만나고 싶어서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지만 늘 마음이 설레고 '나도 가보고 싶다.'라고 마음속으로만 소리쳐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