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공기를 느낄 때면 마스크를 쓸 수 있고, 걷다가 손이 시리면 장갑을 끼면 된다는 것도 감사입니다.
행복한 것들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터덜터덜 걸을 때, 길거리의 돌을 발로 차면서 걸음을 천천히 걷고 싶을 만큼, 집에 들어가는 발걸음을 재촉하고 싶지 않을 만큼 미안함이 가득한 날에도 '작은 감사'와 '작은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깨알'들이 늘 소중합니다.
오늘도 그런 아무렇지 않은 것들이 제게 준 재미를 잘 나누도록 노력하는 시간이 되어 보겠습니다.
#1. 길거리 깨알..
1. 바람개비..
길을 걸으면서 바람개비를 보고서 혼자 웃었습니다.
이제는 직접 바람개비를 들고뛸 일이 없습니다.
아이들도 바람개비를 즐길 나이가 아니고요. 그러다 보니 바람개비를 만들 일도 가지고 놀 일도 없습니다.
그렇게 일상 속에서 멀어진 바람개비를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다른 누군가도 반가울 것으로 생각해서 가게 사장님이 놔두시지 않았을까 싶어서 잠시 반가웠습니다.
2-1. 위장 풀..
길을 걷다가 만난 것들이 재밌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운동기구옆 바닥과 비슷한 색으로 위장한 풀들을 만났습니다. 잡초로 판단되어 쉽게 뽑히지는 않겠지만 반면에 바닥으로 느껴져서 수시로 밟히지 않을까 걱정도 해봤습니다. 제발 밟혀서 추운 날 죽지 않기를 소원해 줬습니다.
2-2. 초록 코끼리..
아이들과 방문한 놀이터에서 만난 코끼리 때문에 웃었습니다.
바닥과 같은 색깔이라서 아무도 모를 거 같지만 그 덩치 때문에 누구도 쉽게 알아보고 흔들 겁니다.
코끼리는 잠시도 쉬지 못할 겁니다. 아마 모두가 잠든 밤에는 잠시 쉬지 않을까 싶습니다. 초록색이라서 들키지 않을까 싶지만.. 자기만의 착각 같아서 혼자서 상상하며 웃어봤습니다.
3. 펌프질..
본 순간, 너무 반가워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 모습에 아이들이 "무슨 대단한 것이길래?"라면서 따라와서 쳐다봤습니다.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시골에 가면 가끔 볼 정도로 우리 일상과는 멀어진 물건이고요. 어릴 때는 볼 때마다 그냥 흔들면 물이 절대 나오지 않았습니다. 어른들이 한 바가지 물을 넣어주면 그러자마다 물이 콸콸 흘러나오는 것을 경험하면서 아주 즐거웠습니다.
어른이 되고 나서 한 바가지 물이 '마중물'이라는 것을 알았고요. 그 한 바가지물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어떤 상황 속에서 마중물 같은 사람 되자!'라고 다짐하기도 했습니다. 오랜만에 너무 반가웠습니다.
#2.마음의 감사& 행복..
오늘도 본 것들 때문에 '감사'를 따스하게 느끼는 어느 날 오후였습니다.
저는 결혼하고 나서 '3(삼)'이라는 숫자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삼 남매 때문에 그 숫자에 애정이 갑니다. 그 애정을 품고 살아서인지 길에서 본 조형물에서 저는 '사랑'과 '감사'를 느꼈습니다.
삼 남매와 함께 하도록 노력해 준 아내를 뒤에서 안아주면 그저 말없이 언제나 안겨줘서 고맙습니다.
벤치에 버려진 요구르트 병 세 개처럼 항상 제 주변에 삼 남매가 맴돌고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빠라는 사람이 부족하지만, 그 부족함에 마음이 불편하기도 했는데도 아이들은 각자의 사랑을 아빠에게 전해줍니다. 저도 더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어갑니다. 겨울문턱의 메마른 가지에 비료와 물을 뿌려주는 고사리 손들 같습니다.
#3. 마음에 초심 더하기..
큰아들과 둘이서만 점심을 먹는 날이었습니다.
원하는 것을 골라보라며 남자 둘이서 길을 걸었습니다. 길거리 모든 간판을 둘러보면서 걸었는데 몇 바퀴를 걸어도 고르지 못하는 큰아들을 보면서 '주저주저하는 마음이 또 속상했지만 끝까지 기다려주기로 했습니다.'
결국 고르지 못해서 골목 안쪽 '돈가스 집'을 가기로 해서 기다리는 동안 물 한 컵 씩 앞에 놓고 기다렸습니다. 저희가 들어가고 나서 저녁식사 전 브레이크타임이라서 더 이상 손님을 받지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아이가 휴대폰을 바라보는 사이, 저는 둘 앞에 놓인 물컵을 아이폰4로 찍었습니다. 쪼그만 아이폰4로 사진 찍는 모습을 보고 큰아들은 피식 웃었습니다. "잘 가지고 다니시면서 여전히 찍으시네요. 피식~"
물컵 두 개를 보면서 사진을 찍은 이유는 아내가 생각나서입니다. 아내와 처음 만나서 마주할 때마다 늘 커피 두 잔을 놓고 대화를 시작했고요. 아이가 태어나도 아기들이니까 우리 둘이 물컵을 마주하고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랬는데 어느새 중1이 된 큰아들과 물컵을 마주하고 앉는 시간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엄청 빨리 간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에 대한 사랑'이 불변하지 않도록 물컵 두 잔을 사진 찍었던 것입니다. 큰아들은 제가 휴대폰 2개를 가지고 다니면서 사진 찍는 것도 재밌어하고 아빠의 그런 감성을 보면서 '아빠는 그런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웃습니다.
'아내에 대한 사랑의 불변'을 재다짐하면서 큰아들과 고기가 두툼하게 들어가고 방금 튀겨서 바삭하면서 속이 보들거리는 돈가스를 맛나게 먹은 어느 날 오후였습니다.
길거리 깨알들은 여전히 제게 '재미'와 '감사'를 경험하게 해 줘서 늘 행복합니다.
물기 없는 겨울나무에 뜬금없이 꽃 하나가 피어나듯,
꽁꽁 언 손가락에 따뜻한 물 한 방울이 떨어지듯,
화선지에 붓에서 떨어진 먹물 한 방울이 순식간에 스며지듯,
저의 메마른 몸과 마음에 오늘도 '깨알'만큼의 사랑과 감사를 더해주는 이 세상의 모든 '깨알'들이 소중한 날들이었습니다. 수많은 일들로 힘들고 속상한 시간일지라도 '깨알'같은 '깨알'들이 잠깐의 웃음과 감사로 풍성해지면 좋겠습니다. 저도 그런 것 때문에 고치고 살다 보니 그렇게 소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