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 감사 초심
그런 상황에서도 길을 걷기만하면 보이는 '깨알'들이 있어서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나눠보는 이 시간은 교복만 입어야 하는 학생이 사복을 입고 웃으며 등굣길을 나서는 기분입니다. 저에게는 그래서 토요일이 제일 행복하고 즐겁기도 합니다.
그런 마음을 나눠보는 이 시간, 오늘도 감사하면서 나눠보겠습니다.
#1. 길 위의 깨알..
1. 찰만큼 찬 공..
제가 잘 보관하고 있던 사진입니다. 보관한 이유는 깨알을 보고 느낀 제 마음을 나누고 싶을때 올리고 싶었습니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습니다.
축구공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너는 최선을 다했구나. 그래도 여전히 가능하다."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 축구공이 저와 같았습니다. 얼른 사진을 찍는데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가죽들이 떨어져나가고 거의 헤어져서 축구공으로써 존재감이 거의 사라졌지만 바로 앞에 보이는 잔디위에서 여전히 축구할 수 있다고 격려했는데 전공과 관련한 직업을 떠나서 관련없는 일들을 돌고 있는 지금 저에게,
"너처럼 나도 그렇다. 여전히 나도 할 수 있다. 너무 속상해하지말자!"
라고 스스로 위로했습니다. 그 마음을 나누고 싶어서 드디어 꺼낸 깨알이었습니다.
2. 핑크 삽..
놀이터 식수대에 놓인 핑크 삽을 보고 웃었습니다.
모래를 퍼서 노는 삽인지 식수대의 물을 떠 먹으라고 가져놓은 삽인지는 모릅니다.
도심 속에 은색 스텐리스 식수대에 핑크 삽이 재미를 더해줍니다. 꼬마 아이들이 모래를 푸던 삽으로 식수대 물을 마시려고 까치발을 했던 것은 아닌지 상상하니까 더 재밌는 깨알이었습니다.
3. 친환경..
놀이터를 보면서 "와우"하고 탄성을 질렀습니다. 동행했던 아이가 아빠의 행동에 또 웃었습니다.
"아니! 진짜 나무로 만든 놀이터이네!! 와우!! 진짜 재밌다."
보통 나무모양으로 만든 시멘트 기둥이나 스틸로 만든 놀이터가 요즘 일반적인데 진짜 나무로 만든 것이라서 너무 반가웠습니다. 어릴때는 여차하면 보였던 손맛이 들어간 놀이기구들이었었습니다.
4. 담다..
길을 걷다가 의류보관함앞에 버려진 작은 화장대 거울을 보았는데 그 속에 반대편 야산의 풍광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너무 재밌고 아름다웠습니다.
버려진 것들을 받아주는 의류함과 버려진 화장대 거울이 품고 있는 반대편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면서 얼른 사진을 찍었습니다. 찍고나서 한동안 서서 감상했습니다. 의도하지 않은 아름다운 깨알에 행복했고요. 이 깨알도 제가 아끼고 있다가 나누고 싶을때 꺼내려고 품고 있던 '깨알'입니다.
1. 카시트 둘..
신혼때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수술로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아내가 회복을 위해 일주일 입원도 하게 되고요. 갑작스런 상황과 감당해야할 비용을 고민하면서 입원해있는 아내에게 잠깐 인사하고 집에 필요한 것을 챙기러 가는 날이었습니다. 터덜터덜 집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단지내 재활용 분리수거함을 지나가다가 수거함옆에 버려진 눈덮힌 카시트 두개를 봤습니다. 순간적으로 힘을 내서 두 개를 들고 집으로 가져갔습니다. 창피함을 느낄 새가 없었습니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눈덮힌 커버를 분리해서 눈과 오염으로 생긴 얼룩들을 칫솔과 세재,치약으로 열심히 씻었습니다. 플라스틱 플레임과 스티로폼 완충재들을 분리해서 꼼꼼하게 닦았습니다. 혹여 재조립하지 못할까봐 순서대로 널어놨습니다. 모두 세척후 건조를 위해 거실에 널어놓고나니까 제 마음은 천금을 얻은 것처럼 행복했습니다. 결혼하면 아이 세명을 낳고 그 누구보다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자고 선포하며 준비한 계획들은 실패하고 아이만 계획대로 출산되기 시작했습니다. 암담했습니다.
아내가 아기를 안고 퇴원한 날, '거의 새것같은 느낌으로 준비된 카시트 두개'를 자랑스럽게 말하고 어깨를 으쓱했던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런 카시트 두 개를 보면서 아내는 "그래요. 애썼네요."라고 말해줬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이없고 황당한 상황에서 비하하거나 비난하지않고 묵묵히 참아준 아내가 고맙고 감사합니다.
색깔과 모양만 다를뿐이고 제가 씻어서 준비했던 그 모양과 상황이 똑같아서 눈물이 났습니다. 두 개뿐만아니라 추가로 필요했던 한개도 그렇게 마련해서 삼남매를 태워서 다녔습니다. 그러다보니 삼남매에게는 미안했고 미안합니다. 그렇게밖에 못한 그당시 제 모습을 한번도 비난하지않은 아내에게 제일 고마웠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지나가다가 울컥했고 눈물을 흘리고 감사했던 눈 내리는 저녁이었습니다.
깨알들은 길거리에 널려있어서 하찮고 별거아니지만 늘 소중합니다.
아름다움을 느끼게도 하고요. 카시트 두 개처럼 저의 한심하고 부족한 모습, 그 모습을 그래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받아준 아내를 다시 깨닫게 해주는 깨알도 있어서 늘 소중한 것같습니다.
의도하지 않은 것이 아름답다.
한번도 의도한 사진을 찍지 않았습니다. 대단한 사진기가 아니라, 그냥 손에 쥐고 다니는 휴대폰으로 보이는대로 찍은 깨알들이 늘 재미를 줍니다. 사진작가도 아니고 감각도 있는 것이 아니다보니 그냥 눈에 보이는 대로 찍은 - 의도하지 않은 - 사진 속 깨알이 아름다워서 감사하고요.
토토즐
토요일은 즐겁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즐겁고 재밌는 깨알들을 나누는 시간이라서 제일 행복합니다. 깨알들을 재밌게 읽고 즐겨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깨알프로젝트를 발행한 토요일 밤은 행복하게 잠에 듭니다. 일반인인 제게 이런 행복이 있어서 그 자체만으로도 힘이 됩니다.
오늘도 제 글을 읽어주시는 그 자체만으로도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일상 속에서 깨알들이 마음 속 빈 구석을 채워주는 하루되세요.
늘 사랑합니다.
큰사람(by 바람없이 연 날리는 남자D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