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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ER Apr 26. 2016

막간극: Aphorism #1

1.누군가가 나에 대한 비판을 하는 것은 나에게 강점이 될 수도 있는 어떤 것을 나에게 가르쳐주는 것이다.

2.선택을 하지 않는 선택 보다 쉬운 선택은 없다.

3.죽음과 생명은 동등한 선상에 있다.

4.죄인은 어떠한 벌을 받을지조차 스스로 정할 수 없다. 그렇기에 누군가가 어떠한 벌을 받을지 스스로 정할 수 있다는 것은 그가 기실 죄인이 아니거나 최소한 죄인인 척을 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5.아무것도 버릴 수 없는 사람은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6.인생을 헛살았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자신의 인생이 가치 있었는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은 끝까지 갔을 때, 그 마지막 지점에서 비로소 할 수 있다. 그리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끝에 도달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삶의 가치에 대해 침묵해야 한다.

7.현실은 지옥이 아니다. 지옥은 현실의 해석에만 존재할 뿐이다.

8.사람들은 감정을 망각하는 방식으로 삶을 살아간다.

9.어렵기에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기 때문에 어려워지는 것 같다.

10.주장은 믿음을 전제한다.

11.자신에게 컴플렉스가 없다는 것을 필요이상으로 부각시키는 사람은 컴플렉스가 있는 사람일 확률이 높다. 컴플렉스가 없는 사람은 아예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이미 그것은 자신의 것이 아니니까.

12.노력한다고 반드시 되는 건 아니지만 노력하지 않는 자에겐 그마저도 주어지지 않는다.

13.공격적인 태도와 잘난 척은 열등감에서 기인하는 것처럼 보인다.

14.사람들은 어떠한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을 때 손쉽게 그것에 대해 욕설을 내뱉으며 냉소한다. 그러나 그 욕설과 냉소는 기실 그들이 인정하고 싶지 않은 어떤 것들을 함의하고 있는 사실들을 보다 분명하게 만들 뿐이다.

15.살아있다면 기회는 반드시 다시 온다.

16.많은 사랑을 받는 존재라는 것은 그만큼 많은 증오를 받는 존재라는 의미도 된다.

17.세상에는 왕왕 자신이 어떤 책을 얼마만큼 읽었다고 자랑하기 위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18.자신이 교만하지 않다는 생각이 바로 가장 큰 교만이다.  

19.소통의 부재는 오해를 낳고, 오해는 또다시 증폭되어 원한을 만든다. 원한이 분노가 되고 증오가 되어 나와 너의 공백을 씹어 먹는 순간 관계는 단절된다.

20.사랑하지 않고서 어찌 사랑받기를 기대할 수 있는가.

21.자기 자신이 무지하다는 선언은 왕왕 자기 자신이 똑똑하다는 잘난 척의 또 다른 표현일 수도 있는 것 같다.

22.인간은 연약할수록 난폭해진다. 욕을 하고 주변의 모든 것을 때려 부수는 사람은 자신이 기실 그만큼 연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결코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를 기어코 완전하게 박살내고서야만 안심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난폭하게 행동할수록 자신의 연약함이 은연중에 더더욱 극명하게 드러나는 탓에, 혹은 자신에 대한 타인의 실망스러운 평가를 억지로 외면하기 위해, 그들은 그것을 스스로 인정하기 보다는 오히려 더 난폭하게 행동함으로서 자신의 치부를 숨기는 데에 모든 것을 바칠 만큼 안쓰러운 사연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인간은 자신이 연약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참말로 강해지는 법인데.

23.시대는 계승된다, 그래서 시대는 바뀐다.

24.법은 법을 어기는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

25.알지 못하는 사람보다는 알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 더 위험하다. 이들은 알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알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처참하게 매장시킬 준비가 되어있는, 바로 그런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26.나는 어떤 사람이 혐오스럽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내 자신이 혐오스럽지 않다고 생각할 자신이 없다.

27.별다른 연습도 하지 않으면서 역사에 길이 남을 정도로 위대한 연주를 하고 싶어 하는 배부른 음악가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침묵뿐이다. 연습은 그냥 똑같은 곡을 천 번 만 번 리플레이하듯 하는 것이 아니라, 할 때마다 발전되어가는 변화의 과정이어야 한다. 곡을 정교하게 다듬고, 프레이징과 표현법을 정리하며, 이미 발전시켜놓은 부분이 퇴보되지 않도록 끊임없는 연습을 통해 곡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그것이 관객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고 음악가로서의 자신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인 것이다. 그것이 결여된 연주를 나는 쓰레기라고 부른다.

28.다시 되돌아 갈 수 있다면, 그래서 다시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되돌아간다 해도 결국 똑같은 선택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면,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새로운 비극에 부딪힐지도 모른다면, 그래도 결과를 바꿀 수 있다면, 선택을 할 수 있다면, 무엇을 더 갈망할 것인가?

29.이 세상엔 놓치지 말아야 하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한 쪽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고, 다른 한 쪽은 자신에게 쓴 소리를 하는 사람이다.

30.어떤 사람들은 긴 글이 무작정 소모적인 글이라고 생각한다. 기실은 긴 글을 읽기 싫은 귀차니즘에 대한 핑계에 불과한데도─

31.시간이 없다는 말을 하는 사람처럼 시간이 많은 사람도 없다.

32.모든 사람들은 각자 자신만의 선입견에 둘러싸여있다. 하여 선입견은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열려있다는 둥 객관적이라는 둥 하는 표현을 붙일 수 있는 사람은 엄밀히 말하면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인간의 생각이 열려있다는 것은 결국 그 인간의 생각이 또 다른 의미로 닫혀있다는 표현일 뿐인 것이다. 상대방이 편견에 물들어 있다는 비판은 그래서 무용하며, 오히려 본인에게 선입견이 없다고 생각하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은연중에 드러내줄 뿐이다. 누군가가 상대방에게 할 수 있는 지적은 어떠한 생각이 어째서 잘못되었는지 조리 있게 말하는 것이지, 그 생각이 선입견이자 편견이라고 고래고래 소리치는 방식의 지적은 아니다. 이는 비판과 억지의 차이이자, 덜 편협한 사람과 더 편협한 사람의 차이이다.

33.상대방을 뛰어넘는 것이 목표인 사람의 정열은 어느 한순간 식기 마련이다. 그러나 자신을 뛰어넘는 것이 목표인 사람의 정열이란 결코 꺼지지 않는 불과도 같다. 자신이라는 거대한 장벽 안에 갇혀있는 우리에게 있어서 자신을 초월하는 것은 가장 이루기 어려운 목표이자, 바로 그렇기에 무엇보다도 우선시 되어야하는 목표인 것이다.

34.여행은 일상의 자연스러움에서 벗어나 부자연스러움을 맛보는 행위이다. 떠나는 것은 그래서 두려운 일일 수 있고, 일상의 안락함에서 벗어나야하는 힘들고도 귀찮은 일일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을 통해 겪는 예기치 못한 상황의 한 가운데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은 왕왕 자연스러운 삶에서 느끼는 안락함과 맞바꿀 정도의 가치와 신선함을 갖고 있는 것이다. 경험을 쌓는 가장 좋은 방법이 새로운 환경에 자신을 던져보는 것이라는 말은 이러한 측면에서 어느 정도 옳은 말이 아닌가.

35.비판받기를 거부하는 것은 곧 발전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36.사랑을 모르는 사람일수록 사랑에 대한 말을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37.자신의 무지─그보다 더 분명하게 빛나는, 그럼에도 그보다 더 철저하게 외면당하는 진실이 있던가!


38.자신의 단면을 드러내는 것은 쉬워도 자신의 실체를 드러내는 것은 어렵 듯이 상대의 단면을 포용하는 것은 쉬워도 상대의 실체를 포용하는 것은 어렵다.

39.상대방을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또 다른 방식으로 상대방을 무시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우리는 이해하는 척을 하거나 이해한다고 믿고 싶은 것일 뿐 실제로 이해하진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하려는 시도가 필요한 것은 그것이 상대의 세계에 최대한 점근해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40.우리가 망각하는 것은 언어보다는 언어가 주는 느낌이다.

41.오래 살았다고 해서 언제나 삶의 여러 국면들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늙는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무수한 경험과 그로인해 축적된 통찰력을 통해 우리가 진리라고 부르는 그것에 더 가까이 다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어두워진 눈으로 인해 세상과 자기 자신을 바로 볼 수 없는 상태에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늙는다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좋은 것일 수도 좋지 않을 것일 수도 있으며, 바로 그 이유로 인해 늙음 그 자체는 가치중립적이다.

42.히틀러의 반유대주의를 비난하면서 일본인의 열등함이라거나 중국인의 도덕적 빈곤함을 토대로 모든 중국인들의 정신적인 열등함을 주장하는 것과 같은 아이러니가 따로 없다. 일정한 공통분모를 갖고 있는 사회구성원들로 이루어져있는 특정 집단을 전부 열등한 디폴트값을 갖는 존재로 전락시켜서 자신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구시대 전략을 사용한다는 것은 결국 피장파장이 아닌가. 우월성이나 열등성의 문제에서 언급되는 명분이란, 거의 언제나 특정 집단이 자신의 마음에 드느냐 마느냐를 점잖게 표현한 것에 다름 아니지 않은가.

43.세계는 행동의 집합체다.

44.왕왕 세상에는 증오하지 않으면 사랑할 수밖에 없기에 증오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45.칠흑 속에 들어가본적 없는 사람이 칠흑 속을 이해할리 만무하다.

46.아는 것은 힘이다. 그러나 아는 것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아는 것이 더 큰 힘이다.

47.자신이 가장 비참하고 초라한 순간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을 발견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을 발견하는 위대한 순간이 아닌가.

48.현실에서 깨는 순간 우리는 꿈을 꾼다.

49.하나의 행동이 백 마디의 가치를 갖는 경우가 있나하면 하나의 마디가 수많은 행동의 가치를 갖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를 둘 다 해낼 수 있는 군자는 거의 없는 것 같다.

50.진짜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며 행동으로 자신을 증명한다. 그러나 가짜는 도무지 길을 가지도 않으면서 시끄럽게 떠들곤 하는 것이다.

51.‘할 수 있다’에서 그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할 수 있다’에서 ‘할 것이다’ 그리고 ‘할 것이다’에서 ‘한다’로 연결되어야 한다. ‘I can, I will, I do‘는 행동까지 다다르는 핵심적인 단계이다.

52.냉소내지 비아냥을 위한 목적으로 비논리적인 사람들의 특징을 줄줄이 열거하는 사람들치고 논리적인 사람을 목격한 적이 없는 듯하다. 이러한 역설은 거의 모든 상황에서 포착된다. 누구누구를 싫어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가장 그 누군가에 가깝다는 역설, 상대방의 무지를 비웃는 사람이 가장 어리석다는 역설이 예컨대 그렇다. 이를 본다면 어떤 말을 하기 전에 자신부터 잘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냉소는 그 다음이거니와, 자신도 그렇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냉소하는 것이 가능한지는 다른 문제겠다.

53.익숙한 것들에서 벗어나는 데에는 언제나 고통이 따른다.

54.떨어졌기 때문에 올라올 수 있는 것이고, 넘어졌기 때문에 일어설 수 있는 것이며, 잃었기에 얻을 수 있는 것이고, 다쳤기에 나음 입을 수 있다. 모든 것이 무너진다면 다시 쌓으면 그만이다.

55.기대가 없다면 절망도 상처도 없다. 그렇기에 모든 기대는 위험한 기대이다. 세네카의 말처럼 기대가 클수록 기대와 부합되지 않는 결과가 나올 때의 절망도 커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기대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하나밖엔 떠오르지 않는다. 기대가 사라진 세상에서의 역사는 멈춰서기 때문에.

56.자신의 생각이 절대적으로 옳을 것이라는 생각이 자신을 틀리게 만들지만 옳은 것을 옳은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문제시 되지 않는다. 문제시되어야 하는 것은 외려 그것이 옳은 것이라는 결론의 근거로 제시된 이유가 정말로 합당한지의 여부이다.

57.빛이 강해질수록 그림자는 어두워진다.

58.자신의 의견에 대한 비판과 자신에 대한 비판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논의와 토론에 익숙지 않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59.나이가 많다는 것을 명목으로 다른 사람들이 <받들어주고 핥아주는 것>을 늙음의 재미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안타깝지만 자신이 연장자라는 이유로 어떤 종류의 대접을 받고자 한다면 그는 나이 이외에는 뽐낼 것이 단 하나도 없는 인물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여기서 모종의 인정투쟁을 발견한다. 대접을 받을 만한 사람이라면 나이가 어떻든 간에 그는 그에 합당한 대접을 받을 게다. 자신의 나이가 어떻고 위치가 어떠하기 때문에 어떤 대접을 기대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대접을 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60.잘난 척에 물든 가짜는 진짜에게 몇 번 깨지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는 법이다. 주제를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철저한 패배를 경험해보는 것은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자 성숙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값어치 있는 일이다. 패배는 가짜를 진짜로 만든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나는 나의 패배를 다른 사람의 승리와 바꿀 생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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