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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ER Apr 26. 2016

막간극: Aphorism #2

1.생명은 죽음을 깨부수며 온다.

2.따뜻한 위선보다는 차가운 솔직함이 상대를 더 존중하는 행위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전자보다는 후자에 더 큰 상처를 받는 것 같다. 결국 수단과 결과를 같이 생각할 때 어느 쪽이 상대를 더 존중하는 태도인지에 대한 문제는 딜레마가 된다.

3.<상식>이라는 말은 왕왕 <내 생각>과 동치로 사용되는 듯이 보인다. 요컨대 상식적으로 이러이러하다는 말은 결국 내가 보기에 그러하다는 의미일 뿐일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상식의 남용에서 논증의 엉성함에 대한 일종의 회피를 발견한다.

4.문제가 있다면 얘기를 나누면 되고 해결방안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면 서로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논의하면 되거니와, 문제가 생길 때마다 마치 그 순간만을 기다려왔다는 듯이 함부로 말하며 싸움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부류가 도덕적으로 선하거나 나쁘다고 말할 생각은 없다. 단지 싸움을 하고 싶다면 적어도 대화를 원하는 사람이 아니라 싸움을 하고 싶어 하는 다른 사람과 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하고 싶을 뿐이다.

5.분란을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이 역설적으로 분란의 원인일 때가 있는가하면 평화와 자유를 주장하는 사람이 평화와 자유에 걸림돌이 되는 가장 큰 요소가 될 때도 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사람일수록 자신이 그렇다는 것을 알지 못할 때가 많은 것을 보자면 자기성찰과 자기객관화의 중요성에 덧붙일 말이 있는가.

6.시간과 공간이라는 단어만 넣으면 그럴싸한 문장이 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시간과 공간이라는 단어에 대해 우리의 무의식 수준에 형성되어있는 프레임의 디폴트값은 무엇에 영향을 받은 것인가. 그것은 설혹 시간과 공간이 인간에게 있어 본유적인 혹은 경험-초월적이자 선험적인 개념이기 때문인 것이 아닌가. 아니라면 그것이 후험적으로 형성된 추상적 관념의 집합체이거나 그것이 내포하는 막연한 개념적 내용들이 우리로 하여금 이러한 단어에 대한 알지 못할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그 막연한 개념적 내용들에 대한 앎은 어디서 기인하는 것인가. 만약 그 앎이 우리의 경험에 대해 메타적인 앎이라면 시간과 공간은 그 자체만으로 경험-초월적인 개념이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7.무엇이었거나, 무엇이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존재하는 것은 지금 뿐이다. 순간을 놓치는 자가 어떻게 미래를 잡을 수 있겠는가.

8.인간은 사랑을 담기위한 그릇이다. 이 그릇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서 그릇의 모양 역시 달라진다. 우리는 그 그릇을 마음이라고 부른다.

9.방향이 먼저다. 얼마나 빨리 그곳으로 가느냐는 그 다음 문제이다.

10.욕망의 극단은 강박이고 만족의 극단은 안일이다.

11.완벽하게 자신이 틀렸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신이 틀렸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역시 자신이 틀렸다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12.여유가 없기에 사랑할 수 없다는 얘기는 별로 사랑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돌려서 표현한 말에 다름 아니다.

13.알면서도 바뀌지 않고 있는 것은 모르기에 바뀌지 못하고 있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것이다. 하지 못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은 질적으로 다르다.

14.조급은 미숙한 자의 이름이고 여유는 성숙한 자의 얼굴이다.

15.목숨 걸고 지킬 것이 있다는 것,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기꺼이 내걸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위대한 것이 아닌가.

16.오지랖과 호의의 경계가 종이 한 장 차이이듯, 무모함과 대담함 역시 종이 한 장 차이다.

17.가만히 앉아 가볍게 냉소하는 것은 쉽지만 그것은 단지 본인의 진지함과 치열함의 결여에 대한 패배의 징표 이상을 의미하진 않는 것 같다.

18.회의와 논증은 이성의 강력한 무기이지만, 세상에는 왕왕 이 무기를 거꾸로 들고 있는 자도 있는 것이다.

19.누군가에게 있어서 빛이 된다는 것은, 어둠 속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20.바로 앞에 있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그 다음도 해결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바로 앞에 있는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하는 사람이 그 다음에서야 벌어질 일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인가?

21.문제는 자신이 어떤 환경에 처해졌는가, 또는 자신에게 필요한 무언가가 있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현재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어떻게 사용하는 가다.

22.신중은 현명한 자의 날개이고 자만은 미련한 자의 족쇄다.

23.깨어날 수 있는 현실이 있기에 꿈은 비로소 꿈이 된다. 꾸어질 수 있는 꿈이 있기에 현실은 비로소 현실이 되듯.

24.가짜의 존재는 진짜의 존재를 증거한다. 진실이 없다면 거짓 역시 없기에.

25.사랑의 주인공은 자신이 아니라 상대방이다. 오늘날의 사람들은 상대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통해 자신이 느끼는 어떤 기분을 사랑하는 것처럼 보인다. 상대방에게 도취되는 것이 아닌, 자신의 감정에 도취되는 사랑, 그런 사랑 말이다. 상대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의 중요성은 이 지점에서 상실되고 사랑의 대상은 장식품이 된다. 결별은 이것으로 설명된다. 상대의 어떠어떠함이나 상대를 통한 자신의 어떠어떠한 감정보다 상대의 있음 그 자체를 사랑한다면 헤어짐이 있을리 만무하다.

26.에로스는 상대의 어떠어떠함에 대한 사랑이고 아가페는 상대의 있음에 대한 사랑이다. 때문에 전자는 상대의 어떠어떠함이 바뀜에 따라서 가변성을 띠지만 후자는 불가변성을 띤다. 사랑은 본질과 관계하지 않으며 단지 존재와 관계할 뿐이라는 마르셀의 주장은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다.

27.사랑은 느낌이 아니라 행동이다.

28.진실이기에 믿는 것과 진실이라고 믿고 싶기에, 혹은 진실이기를 원하기에 믿는 것은 서로 다른 층위의 믿음이다. 우리는 우리가 믿고 있는 바가 전자의 사실인지 후자의 망상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29.두려움은 예측불가능성의 경계면, 말하자면 미래의 불확실성에서 나타난다.

30.자신이 한심하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진정 한심한 이유는 무언가 더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에 자신이 한심하다는 말을 되뇌고 있기 때문이다. 한심한 사람을 한심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결국 자신의 한심함을 탓하는 한심한 책임전가에 있다.

31.사진은 순간을 쥐고 있기에 의미가 있다.

32.끝은 모든 이야기의 시작점이며 시작은 모든 이야기의 결말이다.

33.잘하는 것보다는 일단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하지도 않는다면 어떻게 잘 할 수 있겠는가?

34.우리가 놓치는 모든 것들은 의식되지 않은, 의식하지 않은, 그리고 의식하지 못한 모든 것들의 지평선에 존재한다.

35.후회와 아쉬움은 다른 선택의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데에서 발현된다.

36.존중에는 정도(degree)가 없다.

37.사랑은 헌신과 용서, 그리고 이해와 존중이라는 네 가지의 굳건한 기둥으로 이루어져있다.

38.세상에 악한 사람은 없다. 단지 악한 행위와 악한 선택만이 있을 뿐이다.


39.믿음은 과거를 보며 미래를 희망하는 것이다.


40.방향성 없는 토론은 학문적 가치는 전무할 수 있지만 그것이 적어도 배움의 기회가 되고 성장의 기회가 되고 또한 미래에 누군가와 나누게 될 진짜 토론을 위해 날을 가는, 감을 재정비하고 단어를 정렬하고 핵심적인 문제를 찾아서 화살처럼 쏘아낼 수 있는 단련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몇 번이라도 대화를 나눌 준비가 되어있다.

41.타고난 기질과 반대되는 것을 하라는 것은 파멸을 야기할 뿐이며 그것은 결국 개인의 천재성을 짓밟는 결과를 낳는다. 교육의 실패는 그런 비극에 있다.

42.자신의 한계를 알지 못한다는 것은 그가 어떤 일에 대해 유능하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보다는, 그가 아직 그 분야에 대해 미숙하다는 것을 나타내주는 증표일 뿐이다.

43.우리 모두에게는 다양한 믿음이 있다. 존재에 대한 믿음, 타자에 대한 믿음, 내일도 태양이 떠오르리라는 믿음, 내일도 오늘과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믿음. 그러나 그것이 믿음이라는 것을 우리는 때때로 잊는 것 같다. 요컨대 예상외의 일, 그러니까 다음 순간이 이제까지와 다르다는 사실에 놀란다는 것은 단순히 우리가 다음순간도 이제까지와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무의식적인 믿음을 은연중에 갖고 있었기 때문인 것이다. 미래에 어떤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지각하고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이제까지 있었던 일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것일 가능성이 언제나 있다면, 우리가 무수히 많은 사건사고들에 그토록 놀라는 이유는 도무지 미래도 과거와 동일할 것이라는 믿음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면 무엇인가?

44.외로움은 지각되는 순간 선명해진다.

45.처음부터 자신이 하고픈 것만 하고 살 수 있었다면 세상에 천재라 불리는 사람들이 이렇게 조금밖에 없지는 않았으리라.

46.말은 짧을수록 좋고 행동은 간단할수록 좋다.

47.웃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같이 웃어주는 사람이고 우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함께 울어주는 사람이다.

48.현실과 대면하는 것은 고통스럽고도 두려운 일이지만 그것은 현실과 대면하는 상상에 비하면 별로 두려운 일은 아니다.

49.세상에는 왕왕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보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더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50.모든 사람은 어리석지만,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가장 분명한 것은 자신의 부족함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자신의 부족함을 아는 사람보다 어리석다는 점이다.

51.우리는 모든 것에서 이유를 찾으려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찾는 진리는 어쩌면, 정말로 어쩌면 이유를 찾는 이성과 논리로는 결코 찾을 수 없는 그 무엇일지도 모른다.

52.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인 것 같기도 하다.

53.거만한 현인이 될 바에야 차라리 겸손한 백치가 되는 것이 낫다.

54.책임지지 못할 호의는 상대에 대한 기만이다.

55.우울증은 우리가 자신의 감정에 귀 기울일 때 비로소 그 모습을 드러낸다.

56.다치지 않는 자가 강한 게 아니라, 다친 후에 다시 일어설 줄 아는 자가 진정으로 강한 것이다. 쓰러지느냐 마느냐보다는 쓰러진 후 일어서느냐 마느냐가 더 중요하다.

57.어떤 일을 하건 간에 일단 사람부터 돼야 한다.

58.다른 사람에게 인정받는 것보다는 자신에게 인정받는 것이 더 값어치 있는 일이다.

59.세상에는 어둠 속에 가려져있는 것이 너무나도 많다. 말해질 수 없는 것들과 물어질 수 없는 것들, 무수히 많은 미시적인 시공간의 비밀들부터 베일에 싸인 거시적인 차원의 불가사의들, 그리고 베일에 가려져있는 사실들의 집합들. 그 모든 것을 감싸고 있는 어둠은 그러나 진실과 거짓, 허위와 진리를 머금은 피상적인 실체들을 감싸고 있는 심연 바깥의 빛에 가려 쉽사리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그 심연의 어둠보다는 우리 앞에서 어지럽게 빛나는 가짜 등불에 의해 제대로 앞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60.어쩌면 우리 모두는 도통 우리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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