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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ER Apr 28. 2016

루시드 상태에서의 송신방법구축에 대한 논문

I.서론 


 1913년, F. V. 에덴이 루시드 드림의 개념을 최초로 확립한 이후 100년이 지난 현재까지 꿈에 대한 생리학적, 생화학적, 그리고 심리학적 연구는 언제나 있어왔다. 그러나 꿈의 세계라는 미지의 공간으로의 접근과 꿈에 대한 자연주의적 해명 시도의 역사는 기술의 한계와 꿈 회상의 어려움이라는 장애물에 막혀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몇몇 가설들이 제기되었긴 하나 무의식 상에 저장되어있는 정보의 방대함과 꿈의 연관관계를 해명하는 데엔 역부족이었고 꿈을 꾸는 주체가 꿈속에서 만나는 소위 <최상위 투사체>의 정확한 정체가 무엇인지와 꿈의 세계 그 자체의 형이상학적 구조 내지 작동방식에 대해서조차 극히 일부의 사실만이 밝혀졌다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20세기 후반 루시드 드림 연구를 시작한 라버지와 디멘트, 홉스나 레인골드 같은 저명한 꿈 연구자들을 통해 꿈의 미스터리함이 조금이나마 풀려가고 있다는 사실은 그런 의미에서 불행중 다행이라 아니할 수 없다. 특히 라버지(S. LaBerge)는 이례적으로 루시드 드리머들을 피험자로 초대하는 혁신적인 실험을 통해 종래의 꿈 연구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성과를 낸 바 있다. 바로 이에 대한 라버지의 연구가 이 논문에서 핵심적으로 다루게 될 내용이 될 것이다. 이 논문에선 편의상 꿈 연구에 임하는 피험자 혹은 꿈을 꾸고 있거나 잠을 자고 있는 사람을 <드리머>라 부르도록 할 것이며 자각몽을 꿀 수 있는 피험자들을 <루시드 드리머>라 지칭하도록 하겠다. 나는 또한 드리머가 꿈의 세계 내에서 움직이는 자기 자신의 가상의 육체를 <드림바디>로, 현실 세계에 있는 드리머의 본체를 <리얼바디>라 지칭할 것이다.


 라버지는 자신의 논문 『Lucid dreaming: Evidence and methodology』에서 루시드 드림 연구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LaBerge, 2000) 라버지는 물론 홉슨과 좀스를 비판하려는 의도로 위 논문을 발표했지만 나는 라버지가 주목하고 있는 홉슨과 좀스의 주장보다는 (1) 그 비판의 근거로 제시된 연구결과에 초점을 맞추려고 하며 (2) 라버지가 고안한 드리머의 송신수단에 있는 문제점을 제기하고 (3) 이에 대한 보완점을 검토함으로써 최종적으로 (4) 이러한 송신수단이 루시드 드림 연구, 그리고 더 나아가 꿈 연구에 어떠한 기여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려보고자 한다.


II.꿈의 세계와 현실 세계 사이의 송신수단.


 수면단계(sleep stage)는 일반적으로 비역설수면기(non-Rapid Eye Movement Phase, nREMP)와 렘수면인 역설수면기(Rapid Eye Movement Phase, REMP)로 구분된다. nREMP는 추가적으로 1단계(얕은 잠), 2단계(조금 깊은 잠), 3단계(깊은 잠), 4단계(매우 깊은 잠)까지 총 4단계로 나뉘게 된다. nREMP에서의 드리머는 수면단계가 상승할수록 뇌파속도가 현저히 떨어지며 낮은 주파수의 델타활동이 나타나는 3-4단계의 서파수면기(Slow Wave Sleep Phase, SWSP)에 진입하게 된다. 뇌는 이에 따라 4헤르츠 미만의 주파수를 보내는 동시에 급속안구운동과는 달리 느린 안구운동(Slow Eye Movement Phase, SEMP), 즉 셈(SEM)수면단계에 진입한다. nREMP와 REMP가 교체되는 주기는 일반적인 수면단계에서 대략 90분정도인데 이를 그래프로 표현해보면 다음과 같다.


 Figure 1: 수면 주기


 SEM이 포착되는 nREMP 1단계와는 달리 REMP는 1단계의 얕은 수면임에도 불구하고 빠른 안구운동을 수반한다. 아마 인간의 수면단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nREMP에서 REMP로 넘어가며 생기는 생리적 변화일 것이다. 가장 깊은 수면단계인 nREMP 4단계에서의 뇌파는 nREMP 1단계에서의 뇌파보다 대략 열배는 낮은 2헤르츠 미만의 주파수를 방출하면서 SWSP에 돌입하게 된다. 이와 동시에 REMP에 대조적인 SEMP가 수반된다. 주목할 부분은 nREMP가 끝나고 나서부터 시작된다. 각성상태, 즉 입면기인 w단계에서 수면주기에 들어간 지 약 90분 후에 nREMP 4, 3, 2단계를 역으로 거친 드리머는 SEMP에서 갑작스럽게 REMP에 돌입하게 된다. 드리머는 REMP에 진입하는 순간 nREMP에 비해 혈압, 심박동, 심박출량은 물론 호흡빈도와 산소소비량과 체온까지 순간적으로 증가하게 되고, 뇌파는 깨어있을 때와 비슷한 속도(알파파)로 방출됨으로서 드리머는 결과적으로 SWSP에서 RWSP에 진입하게 된다.

 여기까지가 라버지의 논문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가벼운 배경지식이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SWSP/SEMP에서 RWSP/REMP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급진적인 생리적 변화가 바로 우리가 핵심적으로 다루게 될─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라버지의 루시드 드림 연구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만한─문제라고 할 수 있겠다. RWSP/REMP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드리머의 운동뉴런은 전부 비활성화 되므로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는데, 이는 신경흥분을 뇌에서 근육으로 전달하는 루트가 REMP에선 차단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RWSP/REMP에서는 신체의 모든 근육이 마비되는 것, 즉 모든 운동뉴런의 전기신호경로가 비활성화 되는 것은 아니다. REMP돌입시에도 운동할 수 있는 근육은 자율신경을 따르는 내장기관, 예컨대 심장이나 소화기관 같은 불수의적 근육을 제외할 때 정확히 두 종류가 있다. 안구운동을 가능케 해주는 안구 근육(ocular muscle)과 호흡을 통해 체내에 원활한 산소공급을 가능케 해주는 호흡근육(respiration muscle)이 그것이다. 라버지는 이 사실관계로부터 꿈의 세계 내에서 임무수행중인 루시드 드리머가 현실세계에 있는 사람에게 신호나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세 가지 방법을 구축했다. 다음의 자료를 보자.

 

Figure 2: 루시드 상태에서의 안구운동을 통한 시그널 포착


 Figure 2는 중추신경 뇌파도(Central electroencephalogram, central EEG[C3-A2]), 왼쪽외면안각(Left Outer Canthus, LOC), 오른쪽외면안각(Right Outer Canthus, ROC), 그리고 볼 근육 및 이근의 전기적 활성도를 측정하는 근전도 검사(Electromyography, EMG)까지 네 개의 채널로 이루어진 수면폴리그램(Polysomnogram, PSG)의 데이터로서 드리머가 돌입한 30분간의 REMP 중 마지막 8분의 기간을 보여주고 있다.(LaBerge, 2000) 위 수면폴리그램 측정에 응한 드리머는 루시드 상태 돌입 이후 다섯 번의 신호를 보냈다고 보고했으며 우리는 위 자료에서 그 다섯 번의 신호들을 손쉽게 포착할 수 있다. PSG 기록이 시작된 기점으로부터 135초경에서 우리는 드리머의 안구가 왼쪽과 오른쪽으로 두 번 움직였다는 것을 볼 수 있다.(1,LRLR) 그 후 1번 시그널로부터 128초 후인 263초 경 2번 시그널이 왔는데(2,LRLRLRLR), LRLR-LRLRLRLR-LRLR-LRLRLRLR의 패턴을 갖는 시그널을 보내기로 사전합의 한 드리머는 3번 시그널에서 실수를 했다. 360초경에서 볼 수 있다시피 3번 시그널은 <LRLR>이어야 하는데 <LRLRLRLR>을 보내버린 것이다. 자신이 실수했다는 사실을 지각한 드리머는 곧바로 교정된 신호인 <LRLR>을 보냈고, 우리는 4번 시그널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드리머는 5번 시그널 <LRLRLRLR>을 보냄으로서 임무를 끝마쳤다. 피험자의 실수 덕분에 꿈의 세계에서의 안구운동을 통한 현실세계와의 교신이 가능하다는 점이 밝혀진 셈이다. 이는 REM수면 도중 드리머가 꿈의 세계에서 지시하는 방향과 현실세계에서 자고 있는 드리머의 실제 눈이 응시하는 방향은 동일하다는 Herman과 Roffwarg의 연구결과와 정합적이다.(Herman et al., 1983)


 첫 번째 실험이 REMP에서 움직일 수 있는 유이한 근육 중 하나인 안구근육과 관련되어 있다면 라버지의 두 번째 실험은 호흡근육과 관련되어 있다. 다음의 자료를 보자.

 

Figure 3: 루시드 상태에서의 호흡빈도 조절을 통한 시그널 포착


 Figure 3는 드리머가 REMP 도중 활성화 되어있는 호흡근육의 의식적인 제어여부를 확인하고자 이행한 실험에서 얻은 데이터이다.(LaBerge, 2000) 왼쪽 안구의 움직임을 기록한 EOG(Electrooculargram)를 본다면 드리머는 총 세 개의 신호를 보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드리머가 꿈의 세계에서 보낸 첫 번째 신호 이전까지 10초에 두 번 정도였던 호흡 속도는 신호 이후 10초에 14번 정도로 빨라졌고 5초 이후 두 번째 신호와 함께 다시 느려졌다. 두 번째 신호가 끝나고 드리머는 약 10초간 숨을 멈췄다. 그후 참았던 숨을 다시 쉬겠다는 마지막 신호와 함께 드리머는 호흡을 재개했다. 라버지는 대부분의 수의근 운동이 차단되는 REMP에서조차 호흡근육과 안구근육의 운동마저 막지는 못한다는 점에 착한, 이를 역이용해 꿈속에서 현실로 시그널을 보내는 실험에 성공한 것이다.

The eye-movement signalling methodology mentioned above forms the basis for a powerful approach to dream research: Lucid dreamers can remember pre-sleep instructions to carry out experiments marking the exact time of particular dream events with eye movement signals, allowing precise correlations between the dreamer's subjective reports and recorded physiology, and enabling the methodical testing of hypotheses.(LaBerge, 2000)

 라버지가 지적하고 있듯 안구운동과 호흡빈도를 통해 꿈의 세계에서 현실세계로 신호를 보내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 즉 꿈의 세계 내에서 드리머의 드림바디가 숨을 쉬고 눈을 움직이는 대로 현실세계에서의 드리머의 안구와 호흡근육이 동시에(simultaneously) 움직인다는 것은 꿈 연구는 물론 루시드 드림에 대한 심화적인 연구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라버지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또 다른 실험을 이행했다. 안구근육과 호흡근육외에 드리머가 꿈속에서 송신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의근이 있는가 하는 물음에 답하는 흥미로운 실험이었다. 앞서 언급했듯 운동뉴런이 중추신경계로부터 보내는 전기신호의 경로는 REMP 돌입 시 차단된다. 그러나 우리는 <운동뉴런이 비활성화 된다>는 표현과 <운동뉴런이 중추신경계에서 근육으로 보내는 경로가 비활성화 된다>는 표현을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차단되는 것─좀 더 정확히 말해 억제(inhibit)되는 것─은 신경흥분을 알리는 전기신호의 루트이지 운동뉴런 그 자체의 활성도가 아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후자의 표현은 경로의 비활성화라는 개념의 사용에서 <활성화 정도(activation degree)>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REMP 돌입 시 드리머의 운동뉴런이 중추신경계에서 근육으로 보낼 수 있는 전기신호는 기실 100% 차단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LaBerge, 2000) 우리는 REMP에 진입한 드리머의 사지(리얼 바디)가 종종 보이는 미세한 경련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REMP에 진입한 드리머의 신체는 선술했듯 완전히 이완된다. 그런데 근육의 수축과 이완은 어느 쪽이든 운동뉴런으로부터의 전기신호를 필요로 한다. 근육수축에 신경전달물질 아세틸콜린이 사용되듯 근육이완엔 아세틸콜린에스터라아제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로써 우리는 REMP에서의 수의근에 대한 전기신호가 완전히 억제될 수 없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전기신호가 완전히 차단된다면 근육은 이완될 수조차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REMP에서 종종 포착되는 미세한 경련은 과연 불수의적인 현상이라 볼 수 있는 것인가?

 드리머가 꿈의 세계에서 특정근육을 사용한다면 드리머의 운동뉴런은 실질적으로 전기신호가 필요 없는 가상의 공간에서 드림바디의 운동을 돕기 위해 자동적으로 실제 전기신호를 보내게 된다. 즉 두뇌는 꿈의 세계에서 받아들이는 감각소여(sense datum)를 현실세계에서 받아들이는 감각소여로 착각하게 된다. 결국 실제 전기신호를 받은 드리머의 리얼바디는 이를 의도치 않게 현실세계에 있는 드리머의 신체에 있는 근육─드림바디를 움직일 때 사용한 가상의 근육에 대응하는 부위의 근육─을 움직이기 위한 신호로 오인하게 된다. 그러나 REMP에서의 운동신경의 활성화는 강하게 억제되어 있으므로 드리머의 신체는 해당 근육을 완전히 사용하지는 못하게 되고, 때문에 미세한 움직임(예컨대 경련)에서만 그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하나의 의문점이 생긴다. 만약 꿈속에서 사용하는 드림바디의 운동에 의해 드리머의 실제 근육에 보내지는 전기신호가 해당 수의근으로 하여금 특정한 경련을 유발시키게 한다면, 그것은 곧 현실세계에서 EMG 측정을 통해 꿈의 세계의 드림바디가 어떤 가상근육을 사용했는지 추적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근육에 보내지는 전기신호를 EMG로 측정해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 라버지가 고안해낸 아이디어는 바로 이러한 물음에서 시작되었다. 다음의 자료를 보자.

 

Figure 4: 루시드 상태에서의 수의근 운동을 통한 시그널 포착


 Figure 4는 라버지와 나이젤, 그리고 디멘트와 자콘의 실험결과 중 일부로서 꿈의 세계에 있는 드리머가 특정한 근육 움직임을 통해 보낸 전기신호를 EMG로 기록한 것이다.(LaBerge, 2000) 우리는 EOG를 통해 피험자가 임무 시작신호를 보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피험자는 루시드 상태에서 시작신호를 보낸 직후 가상의 왼쪽 주먹을 쥐었다 펴는 방법으로 현실세계에 모스부호를 보냈다. 메시지는 SL(... .-..). 피험자인 드리머의 이니셜이다. 이 실험을 통해 꿈의 세계에 있는 드리머가 단지 수의근 운동만으로 현실세계에 구체적인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바가 실증된 것이다:

These and related studies show clearly that in REM sleep, dreamed bodily movements generate motor output equivalent at the supraspinal level to the patterns of neuronal activity that would be generated if the corresponding movements were actually executed.(LaBerge, 2000)

 여기까지의 논의를 통해 우리는 REMP에서 루시드 상태에 돌입한 드리머가 안구운동으로 보낸 신호는 수면폴리그램의 EOG측정으로 포착 가능하며, 호흡빈도를 통해 신호를 보내는 방법은 물론 골격근의 움직임이 강하게 억제되어있는 REMP에서도 여전히 EMG측정을 통한 시그널 전송이 가능하다는 점을 살펴보았다. 우리에게는 꿈과 현실을 이을 수 있는 세 가지의 송신수단이 주어진 것이다.


III.라버지가 제안한 송신수단에 대한 나의 지적과 개선방안


  3.1.안구운동을 통한 드리머의 송신수단이 갖는 문제점과 그에 대한 개선방안

 앞서 살펴본 드리머의 송신방법이 루시드 드림연구에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엔 문제점이 있는 듯하다. Figure 2를 생각해보자. 우리는 어렵지않게 드리머가 꿈의 세계에서 보낸 총 다섯 번의 신호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8분간의 LOC와 ROC에서 안구는 지속적으로 불안정하게 운동하고 있는 것 역시 볼 수 있다. REMP의 성향 상 불안정한 안구운동은 불가피한 현상이지만 이는 곧 안구운동을 통한 신호가 REMP 돌입 시 억제되는 다른 근육이 보낼 수 있는 신호에 비해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는 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지게 된다. 물론 라버지는 이러한 비판에 대해 안구운동을 통한 드리머의 신호를 포착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었다고 역설한다. 그러나 문제는 안구운동으로 보낼 수 있는 신호가 대단히 한정되어 있으며 그마저도 REMP에서 나타나는 불수의적인 안구운동에 의해 포착하기가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즉 신호가 아닌 안구운동이 EOG에 기록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게다가 인간의 양쪽 눈은 한 번에 한 방향만 바라볼 수 있으므로 신호체계의 다양성은 더욱 한정된다. 가령 드리머는 <LRLR-LRLRLRLR-LRLR-LRLRLRLR>의 패턴을 갖는 신호를 보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큐(cue)에 불과할 뿐 메시지는 아니었다. 안구운동을 통한 이러한 송신방법의 한계는 라버지 역시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라버지 자신마저도 안구운동을 큐 이상으로 사용하지는 않고 있기 때문이다.(LaBerge, 2000)

 그렇다면 이 한계는 어떻게 극복될 수 있는가? 나는 두 가지 방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그것은 (1) 신호체계에 사용되는 안구운동의 다양성을 확보함으로서 꿈의 세계에서 현실세계로 보낼 수 있는 신호의 범위를 최대한으로 확장시키는 것이고, (2) 신호체계의 복잡성은 (1)을 통해 강화될 것이므로 PSG를 업그레이드해서 LOC와 ROC의 안구운동 추적범위, 혹은 추적시야를 넓히는 것이다. 즉 (1)은 드리머(피실험자)가 꿈의 세계에서 현실세계로 보내는 송신방법강화에 해당하고 (2)는 현실세계에서 대기하고 있는 실험자가 그 신호를 받고 정확히 분석하는 과정에 대한 강화에 해당한다. (1)에 대해 생각해보자. 안구는 왼쪽과 오른쪽은 물론 위아래와 대각선으로도 움직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다양한 패턴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이 방법을 사용한다면 요컨대 대단히 정교하고 복잡한 신호체계를 만드는 것이 가능해진다. 오른쪽을 R, 왼쪽을 L, 아래쪽을 D, 그리고 위를 U로 표현하고 중앙을 M으로 표현해보자면 우리는 드리머의 시야에서 다음과 같은 아홉 개의 포인트를 찾을 수 있다.


Figure 5: ESS에서 응시가능한 방향

 안구운동을 통한 시그널을 포인트 L과 R로만 국한해 실험한 라버지의 신호체계에 비해 아홉 개의 포인트를 사용하는 신호체계는 훨씬 더 복잡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 가능하다. 사용할 수 있는 변수가 증가할수록 신호체계를 다양하게 배치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를 안구신호체계(Eye-Signalling System, ESS)라 부르도록 하자. ESS에는 크게 세 가지의 주요 변수가 있다: (1) 안구운동 속도(speed), (2) 응시지속기간(duration), 그리고 (3) 응시 방향(direction)이다. 우리는 빠르거나 느리게 안구운동하는 것이 가능하며 길거나 짧게 응시할 수 있다. 우리에겐 마찬가지로 (1)과 (2)를 적용해 사용할 수 있는 응시방향이 최소한 아홉개 존재한다. 수의근을 통해 메시지를 보낼 수 있듯 안구운동을 통해 메시지를 보내는 것 역시 가능한 것이다.


 신호체계가 강화되었다면 그 신호를 분석하는 방법도 함께 강화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안구운동의 범위를 단순한 오른쪽-왼쪽 패턴에서 아홉개로 확장시켰기 때문에 이제 PSG의 안구운동추적범위를 넓히는 방안이 필요하다. 현재의 PSG는 안구가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움직일 때만 측정 가능하도록 만들어져있기 때문에 ESS를 채택하게 된다면 기존의 PSG로는 그 신호를 전부 포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왼쪽과 오른쪽 말고도 위와 아래, 그리고 대각선까지의 안구운동을 추적할 수 있는 PSG가 필요하게 되며, 심화형태의 신호를 곧바로 해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해진다. 하여 (1)과 (2)를 통해 라버지가 사용한 기존의 송신체계를 업그레이드하고 (3)을 통해 이러한 업그레이드를 따라잡을 수 있는 기술이 동원된다면 안구운동만으로 모스부호를 사용하거나 제법 긴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다. 쉽게 예상할 수 있듯 ESS는 드리머가 사용할 수 있는 송신수단 중 가장 다양한 방식의 변수조합이 가능한 송신체계이므로 그만큼 가장 비중있는 송신수단으로 취급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3.2.호흡운동을 통한 드리머의 송신수단이 갖는 문제점과 그에 대한 개선방안

 여기까지가 ESS에 대한 논의였다면 이번엔 호흡신호체계(Breath-Signal System, BSS)를 다루도록 하자. 호흡을 이용한 송신은 드리머가 꿈속에서 사용가능한 세 가지의 송신방법 중 가장 비효율적이자 여러 한계가 있다. (1) 안구운동을 통한 송신방법과는 달리 호흡빈도를 사용하는 BSS에는 사용할 수 있는 변수의 다양성에 한계가 있는 만큼 여러 가지 신호를 보내기에는 실용성이 떨어지며, (2) 호흡빈도를 변화시키거나 호흡의 강도를 변화시켜 메시지를 보내고자 한다면 빠른/느린 호흡과 강한/약한 호흡을 구분할 수 있는 일종의 기준점이 필요한데 이를 스케일로 나타내는 것은 애매할뿐더러 쉽게 습득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고, 마지막으로 (3) REMP에서 거의 자율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할 수 있는 호흡근육은 안구운동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움직이고 있으며 꿈을 꾸는 중에도 원하는 곳을 응시할 수 있는 ESS와는 달리 호흡빈도 조절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ex.계속 호흡을 멈춘다거나 할 순 없으므로) 신호포착이 어렵다. 예컨대 호흡강도가 1부터 10까지의 스케일로 나뉜다면 실험자는 레벨 6의 호흡강도와 레벨 7의 호흡강도의 차이를 알 수 있어야하며 오차 없이 각 스케일에 맞는 강도의 호흡을 내쉴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결국 드리머의 감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므로 신호의 정확도는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 이는 연습을 통해 어느 정도 극복될 수도 있겠지만 이와 같은 애매성 때문에 실질적인 꿈 연구에서 사용될 가능성은 상당히 낮은 편이다.


 혹자는 물론 호흡근육의 움직임의 일정함을 이유로 오히려 미세한 변화를 관측하는 것이 더 쉽다고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지적 역시 (1)과 (2)의 문제점을 피해갈 수는 없으며, 호흡근육의 움직임은 기실 불규칙적인 움직임에 가깝기 때문에 현실세계에서 드리머가 꿈의 세계로부터 보내는 신호를 받기 위해서는 규칙적인─즉 눈에 띠는─신호를 보내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말로 하자면, 호흡을 위한 숨의 집합 P와 신호를 위한 숨의 집합 Q를 상정할 때 우리는 P와 Q를 구분하기 위해서 어떠한 약속 내지 규칙을 정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P와 Q가 겹치는 일이 벌어지면 안 되므로 결과적으로 Q를 사용하는 데엔 많은 제약이 생기게 된다. 이를 고려해본다면 호흡빈도(frequency)의 변형이나 호흡강도(intensity)를 변형하는 송신방법은 큐 이상으로 쓰이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연하지만 <호흡강도 변형>이라는 변수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역시나 PSG의 추가적인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혹자는 <느리게 호흡하거나 빠르게 호흡을 하는 상황-강하게 호흡하거나 약하게 호흡하는 상황>까지 사용할 수 있는 변수가 네 개 이므로 다양한 신호체계 구축이 가능하다고 지적할 수 있으나 앞서 언급했다시피 다양한 신호체계의 구축은 해당 신호의 정확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무용하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개선 방법은 없는 것인가? 아마 호흡운동을 사용하는 드리머의 송신방법은 두 가지 방법으로 사용 및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선술했듯 BSS는 일정한 호흡패턴을 불규칙하게 흐트러놓는 방식으로 기능하기 때문에 좋은 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큐는 메시지를 보내는 데에는 부적절 하다. 즉 답은 간단하다. BSS는 큐에 최적화된 송신방법으로 사용하면 된다. 그리고 이를 앞서 언급한 안구운동과 곧 언급하게 될 근육신호체계(Muscle Signalling System, MSS)에 대해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송신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기존의 송신체계는 훨씬 더 강화될 수 있다. 요컨대 호흡패턴이 규칙적이라는 이유로 계속 사용하기 어렵다는 BSS의 단점을 역이용, 불규칙적인 패턴을 통한 신호체계를 구축함으로서 ESS와 MSS에 대한 보조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BSS는 호흡강도/속도/빈도에 대한 어느 정도의 연습 및 기준점 상정을 통해서라면 충분히 업그레이드를 기대해볼 수 있는 신호체계라 사료된다.

  3.3.근육운동을 통한 드리머의 송신수단이 갖는 문제점과 그에 대한 개선방안

 이제 마지막으로 MSS를 다뤄볼 차례가 왔다. Figure 4에서 볼 수 있듯 운동뉴런에서 보내지는 전기신호는 골격근의 움직임이 억제되어있는 REMP에서도 EMG를 통해 측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MSS의 가장 큰 장점은 수의근의 움직임이 REMP에선 억제돼 있기 때문에 ESS나 BSS와는 달리 시그널에 해당하는 근육운동과 시그널 아닌 근육운동을 구분하기 손쉽다는 점이다. 즉 근육운동은 신호로도, 메시지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이점을 갖는다. 물론 라버지 또한 지적하고 있듯 MSS에도 나름대로의 한계가 있기는 하다.(LaBerge, 2000) (1) 송신체계를 업그레이드하지 않는 이상 긴 문장을 짧은 시간 내에 보내는 데에는 무리가 있고, (2) 드리머 본인이 특정한 송신방법을 전부 외우는 것은 물론 그러한 특정 신호체계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어야 하며, (3) 메시지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메시지에 대한 오독의 가능성이 높아지며, (4) 전기신호의 경로가 REMP에서 강하게 억제되어있는 이상 근육의 움직임을 모두 포착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수의근의 억제는 요컨대 MSS의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라 할 수 있다.

 

 아마 이러한 근육경련을 통한 메시지 송신방법은 두 가지 측면에서 업그레이드 될 수 있을 듯이 보인다. 바로 (a) 근육운동의 세기, 좀 더 정확히 말해 특정 근육으로 보내지는 전기신호의 세기 그 자체를 증폭시키거나, (b) 신호체계 혹은 송신체계 자체를 꿈의 세계 내에서의 임무수행에 적합한 방식으로 보완하거나 변형함으로서 메시지 송신방법을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다. 전자가 현실세계로 보내지는 신호/메시지의 전달 정확도 상승에 기여한다면 후자는 신호를 보내는 방식의 업그레이드라고 할 수 있다. (b)에 대해, EMG는 충분히 민감한 장비이므로 굳이 업그레이드가 필요하진 않을 수 있지만 메시지 전달에 사용되는 매체 그 자체는 다양한 방식으로 변조될 수 있다. 예컨대 라버지는 수의근을 통해 모스부호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을 택했지만 굳이 모스부호가 아니라도 드리머의 편의와 ESS/BSS/MSS의 언어적 성격에 최적화된 독자적인 꿈 언어(Dream language)를 고안해낼 수 있다면 좀 더 꿈 연구에 최적화된 신호체계를 구성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a)는 어떠한가? 드림바디의 사용을 통해 현실세계의 근육에 보낼 수 있는 전기신호의 증폭은 다음의 세 가지 방법을 통해 가능할 듯이 보인다.


우선 Stumbrys와 Erlacher가 지적하듯 꿈을 꾸는 것은 비단 REMP 뿐만이 아니라 nREMP에서도 가능하다.(Stumbrys et al., 2012) 차이가 있다면 nREMP에서 꾸는 꿈은 회상하기가 어렵고 REMP에 비해 선명도가 낮기에 루시드 상태돌입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nREMP에서 꾸는 꿈과 근육의 움직임 증폭에는 어떠한 관계가 있는가? 운동뉴런이 보내는 전기신호는 REMP 진입 시 차단되지만 nREMP에서는 운동뉴런이 골격근에 전기신호를 보내는 루트가 활성화 되어있기에 REMP에서 볼 수 있는 이러한 차단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 즉 nREMP에서 꿈을 꾸는 드리머는 현실세계에서 어떠한 제약 없이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자면서 몸을 움직이거나, 걸어 다니거나, 편지를 쓰기도하는 몽유병이 바로 nREMP에서 포착되는 증상이라는 것도 이것으로 설명이 된다. 즉 nREMP에서 루시드 상태에 돌입할 수만 있다면 드리머는 MSS를 통해 현실세계에 다양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가능하리라는 가설을 세워볼 수 있다.

 이에 대한 비판점에는 무엇이 있는가? (1) nREMP에서 꾸는 꿈은 상대적으로 덜 선명하고,(Nielsen, 1999) (2) nREMP에서의 루시드 상태 돌입은 가능하긴 하지만 (Stumbrys&Erlacher, 2012) 이 방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드리머 본인이 근육사용에 제한이 없는 nREMP에 돌입했다는 사실을 지각해야 하는데 드리머가 nREMP와 REMP에서 꾸는 꿈을 구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므로 우리는 꿈의 세계에서 보내는 송신 이외에 추가적으로 현실세계에서 꿈의 세계로 보내는 수신방법을 구축하거나 좌우간 드리머가 nREMP와 REMP를 구분지을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내야 하고, (3) nREMP에서 수의근의 움직임이 얼마나 증폭될 수 있는지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운동뉴런이 정상적으로 활성화 돼있는 nREMP의 특성상 리얼리티 체크(RC)도중 드리머가 즉사하는 경우가 있다는 루머는 이러한 맥락에서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드리머가 nREMP에서 자신의 목을 조르는 RC를 한다면 드리머의 신체는 현실세계에서도 목이 졸리고 있을 수 있다. 또한 nREMP에서의 루시드 상태돌입이 가능하다해도 꿈이 희미한 nREMP의 특성상 전기신호의 강도가 REMP에 비해 약할 수도 있다는 결함이 있다.


 루시드 상태에서의 드림바디 사용시 실제 근육에 보내지는 전기신호의 증폭을 기대해볼 수 있는 두 번째 방법은 REMP에서 운동뉴런이 골격근에 보내는 전기신호의 루트차단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는 방법이다. 허나 이 방법은 장점에 비해 단점이 더 많다. (1) 인간의 자연스러운 생리메커니즘을 인위적으로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신경계가 손상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며, (2) 설령 REMP에서 전기신호 루트차단해제에 성공한다 해도 그것이 골격근의 움직임 증폭정도에 얼마만큼의 기여를 할진 불확실하고, (3) 이러한 방법을 통한 REMP에서의 운동뉴런 강제 활성화가 드리머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아직까지 확인된 바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는 어떻게 극복될 수 있는가?


 브룩스와 피버는 일련의 실험을 통해 비필수 아미노산으로서 포유류의 중추신경계에서 억제성 신경전달물질로 사용되는 감마아미노낙산(gama-aminobutyric acid, GABA)과 비대칭 탄소원자를 갖지 않는 유일한 아미노산 글리신이 REMP 마비를 트리거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Peever, 2012) 흥미로운 부분은 여기부터다. GABA 수용기는 GABAa(Ionotropic)과 GABAb(metabotropic)으로 나뉘는데 전자는 CL⁻(chloride ion)에 투과적이므로 신경세포의 흥분성을 억제하는 수용기인 반면 후자는 K+와 Ca2+의 흐름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신경세포를 과분극(hyperpolarize)해 흥분성을 조절한다. 이 때 GABAa는 신경전달물질 분자가 결합부위에 붙으면 이온통로를 직접열고, GABAb 수용기는 그와 대조적으로 이온통로를 직접열지 않는 대신 대사성 수용기(metabolic receptor)와 결합되어있는 G-단백질(guanine nucleotide-binding protein)을 활성화시켜 postsynaptic neuron내에서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G-단백질은 수용기가 자극될 경우 2차 전령을 활성화 하게 된다. 종래의 연구에 의하면 신경전달물질 수용체(neurotransmitter receptor)인 이온성 GABAa 수용기와 글리신 수용기가 전기신호 루트차단을 야기하는─정확히는 신경흥분에 대한 역치를 높여서 운동뉴런의 점화기준을 높이는─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브룩스와 피버의 실험에선 이온성 GABAa 수용기와 글리신 수용기를 차단할 때도 운동뉴런의 전기신호루트차단은 해제되지 않았다.(Peever, 2012) 이는 REMP 마비의 원인이 다른 데에 있거나 적어도 복합적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실험쥐를 대상으로하는 실험에서 곧 그 원인을 찾아냈다. 전기신호 루트차단은 이온성 GABAa 수용기와 대사성 GABAb 수용기를 동시에 차단할 때만 가능했다. 즉 운동뉴런이 모든 GABA 수용기 및 글리신 수용기와 분리될 때만 REMP에서의 전기신호 억제가 해제되는 것이다. 실제로 GABAa와 GABAb 수용기가 억제된─원래는 REMP 돌입과 함께 몸을 움직일 수 없어야 할─실험쥐는 REMP에서 활발한 근육운동을 보였다. 그러므로 우리는 마찬가지의 테크닉을 인간에게 적용하는 것으로 REMP에서의 EMG 측정을 통한 메시지 판독을 용이하게 만드는 동시에 MSS에서 사용가능한 변수들을 확장시킬 수 있다. 이 방법을 인간에게 적용할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은 아직까지 알려진 바 없으므로 이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한에서 좀 더 신중히 검토해봐야 하는 방안이라 생각된다.

 

 리얼바디로 보내지는 전기신호 증폭을 위한 마지막 방법은 강력한 암시를 통한 전기신호 증폭방법이다. 우리는 앞의 논의를 통해 (1) 드리머가 꿈의 세계에서의 드림바디를 움직일 때 두뇌는 프로세싱 오류로 인해 드림바디를 실제 몸(리얼바디)으로 착각하게 되므로 수의근에 실제 전기신호를 보내게 되고, (2) 근육의 움직임은 REMP에서 강하게 억제되어있으므로, (3) 현실세계의 근육은 미세하게만 움직인다는 것을 알았다. REMP에서 루시드 상태에 돌입한 드리머가 드림바디를 사용할 때 드리머의 본체(리얼바디)에서는 두 가지의 현상이 벌어진다. 골격근의 운동을 위해 신호를 보내는 운동뉴런의 점화와, 점화에 대한 역치를 높임으로써 근육운동을 억제하게되는 GABA 수용기의 활성화가 그것이다. 요컨대 REMP에서 골격근의 움직임을 증폭하는 것은 (1) 운동뉴런의 점화를 위한 전기신호 내지 신경흥분을 증폭하거나, (2) GABA 수용기를 무력화하는 것으로 성사될 수 있다. 우리는 이미 후자에 대해 논했으므로 이번엔 전자에 대해 생각해보자. 아무리 REMP의 수의근 운동이 억제되어있다 해도 미세하게나마 근육운동이 가능하다는 것은 억제성 수용기인 GABAa 수용기와 GABAb 수용기가 운동뉴런이 보내는 전기신호의 100%를 억제하는 것은 아니라는 바를 의미한다. 때문에 드리머는 꿈의 세계 내에서 암시의 강도를 높임으로서 직접 운동뉴런이 보내는 전기신호를 증폭하는 것─즉 뇌의 착각정도를 인위적으로 강화함으로서 더 강한 전기신호를 보내는 것─이 가능하다.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라버지가 지적하듯 드리머가 꿈의 세계에서 취하는 행동의 강도와 실제 근육 운동의 강도가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갖는지는 전적으로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Note that the amplitude of the twitches bore an unreliable relationship to the subjective intensity of the dreamed action. Because all skeletal muscle groups except those that govern eye-movements and breathing are profoundly inhibited during REM sleep, it is to be expected that most muscular responses to dreamed movements will be feeble. Nonetheless, these responses faithfully reflect the motor patterns of the original dream.(LaBerge, 2000)

 라버지가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시피 REMP에서의 골격근의 움직임은 강하게 억제되어있으므로 드림바디 사용을 통한 리얼바디의 근육운동은 미세한 움직임 이상으로 활성화 될 수 없다. 허나 라버지가 말하는 <Unreliable relationship>은 <그것에 관한 실험을 해본 결과 루시드 상태에서의 드림바디의 운동강도와 리얼바디의 운동강도엔 별다른 관계가 없었다>는 주장인가, 아니라면 <그것에 관한 실험은 해보지 않았으므로 양자에 어떤 관계가 있는진 아직까지 알 수 없다>는 주장인가? 어느쪽이든 라버지는 관련 실험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체계적인 암시의 정도 변화에 따른 골격근의 운동과 강도변화 실험이 정밀하게 이행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지 않은 이상 암시의 정도변화가 수의근의 운동강도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부가적인 실험과 연구가 필요할 것처럼 보인다. MSS는 BSS와 마찬가지로 활용할 수 있는 변수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BSS와 더불어 이용할 수 있는 큐-베이스 신호체계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IV.결론, 그리고 꿈 연구의 미래


 우리는 여기까지의 논의를 통해 라버지가 드리머와 교신하기 위해 사용한 송신수단의 특징과 한계를 살펴보았으며 그에 대한 개선방안을 검토하고 기존의 송신체계를 업그레이드시킨 ESS, BSS와 MSS를 제시해보았다. 나는 이러한 신호체계를 종합해 <통합 꿈 교신체계(Integrated Dream Communication System, IDCS)>을 완성함으로서 꿈의 세계와 현실세계에 다리를 놓는 계획을 완수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선 앞서 살펴보았듯 꿈의 세계와 현실세계를 잇는 송신체계에 대한 여러 방식의 보완이 필요하며, 여기에는 송신체계 자체의 기능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송신체계를 통해 확보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받아들이고 해독하는 PSG/EOG의 안구운동 추적기능 개선과 좀 더 체계적인 실증적 연구가 필요한 것도 있으며 드리머의 연습에 의해서만 개선될 수 있는 부분도 있으므로 최종적인 송신체계 개선을 위해서는 단계적인 업그레이드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IDCS에도 분명 한계는 여전히 있을 수 있다. 루시드 상태에서 꿈의 세계 내의 드리머가 현실세계의 실험자에게 메시지나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는 해도 ESS, BSS나 MSS는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에 국한돼 있기 때문에 실험자가 루시드 상태에 돌입한 드리머에게 신호를 보내는 방법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구축된 적이 없다. Dream incorporation 테크닉, 예컨대 현실에서 재생시킨 음악을 꿈속에 있는 드리머에게 들려줌으로써 신호를 보내는 것이 가능하긴 해도 이 테크닉은 수면상태에 있는 드리머를 깨워버릴 리스크가 있을 뿐더러 큐 이상으로 사용되기 힘들기 때문에 실험자가 꿈의 세계에서 임무수행중인 루시드 드리머에게 특정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상태이다. N1 루시드 드림(1차 NREM에서의 루시드 드림)과 N2 루시드 드림에 대한 피험자들의 꿈회상도가 낮아 연구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Nielson, 1999) 획기적인 통신체계의 개발이 시급하다.


 이러한 문제점은 이 논문에서 제시된 것과 다른 새로운 통신수단의 개발이나 IDCS 그 자체에 대한 강화를 통해 꿈속으로의 메시지 전송 필요성을 소거시키는 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전자는 아직 연구가 필요하지만 후자에 대해서라면 뇌과학의 발전과 기술력의 발달에 해답이 있을지 모르겠다. 최근 UCB의 뇌과학자 Gallant는 두뇌의 활성화 정도 및 시신경 흥분도 분석을 통해 피험자가 어떤 이미지를 상상하거나 보고있는지 입체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일종의 리얼타임 뇌파-이미지 재구성 테크닉을 개발했다.(Kay et al., 2008) 뇌파-이미지 재구성 기술은 MRI를 통해 특정 시각자료(인풋)에 따른 뇌활동(아웃풋)을 저장한 다음 마치 역함수처럼 특정 뇌활동(인풋)을 디코드해 이미지(아웃풋)을 그대로 재현하는 기술이다. PILM 연구소의 윌슨이 이미 REMP에 돌입한 실험쥐의 뇌파 대조분석을 통해 실험쥐가 꿈의 세계에서 관측하고 있는 내용을 디코드할 수 있었다는 점(Kenway & Wilson, 2001)을 보면 Gallant의 연구는 놀랄만한 발견까지는 아니지만 이미지-뇌파 재구성 테크닉을 인간에게 적용하면 실험자는 드리머가 꿈속에서 맞닥뜨리는 모든 이미지들을 말그대로 실시간으로 관측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므로 기대를 걸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여 이 기술을 응용한다면 우리는 예컨대 (i) MRI를 사용하는 범국가적 연구를 통해 최대한 다양한 두뇌활동을 리코드해서 하나의 거대한 디폴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그러한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특정 두뇌활동을 나타내는 MRI 사진만으로 드리머가 꿈속에서 관측하고 있는 이미지를역으로 디코드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며 (ii) MRI 이미지 대조의 표본이되는 디폴트 데이터베이스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디코드할 수 있는 이미지의 정확도는 선형적으로 향상될테니 저조한 꿈회상도에서 빚어지는 꿈 연구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고, (iii) 모든 꿈회상도 부족에서 비롯되는 문제가 사라질 것이므로 nREMP 관련 리서치를 진전시키면서 N1, N2, N3 루시드 드림에서의 드리머가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알 수 있으며 (iv) 개인의 무의식에 대한 분석과 꿈의 세계 및 루시드 상태를 통한 여러가지의 실험이 좀 더 객관화되면서 많은 경우 루시드 드리머의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기존의 루시드 드림 연구에 큰 발전을 가져오리라는 바를 시사한다. 물론 라버지는 드리머의 진술에만 의존하지 않는 대신 안구운동이나 모스부호를 사용해 루시드 드림에서의 송신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밝혔지만 이제까지 루시드 드리머가 꿈의 세계 내에서 목격하는 이미지들은 꿈을 꾸고 있는 드리머 본인밖에 볼 수 없었다는 점에서 Gallant의 연구업적은 IDCS와 함께 체계적인 꿈 연구에 병행될 수 있는 강력한 연구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교신할 수 있다는 것은 곧 연결 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드리머가 꿈의 세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신체계가 개발되고 보완될 수 있다는 것은 그렇기에 비단 추상적 실재로만 생각되어왔던 꿈의 세계가 기실은 드리머의 본체가 있는 현실세계와 결부지어 생각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하며, 더 나아가 꿈 회상의 어려움으로 인해 많은 난관을 거쳐야 했던 종래의 루시드 드림 연구 방법론에 있어 하나의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성과라 아니할 수 없다. 꿈의 세계와 현실세계 사이에서의 교신가능성을 열어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는 가히 혁명적이라 부를 수 있는 업적인 것이다. 이와 같은 꿈의 세계에서의 교신가능성확보는 차후 루시드 드리머들의 임무수행능력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고, 드리머의 루시드 상태돌입과정 규명과 꿈의 세계에서의 송신방법이 개선되는만큼 루시드 드림 연구와 꿈 연구는 물론 심리학과 정신분석학 전반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많은 기여를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 문헌


Brooks, P. L., & Peever, J. H. (2012). Identification of the transmitter and receptor mechanisms responsible for REM sleep paralysis. The Journal of Neuroscience. (32)(29). 9785-9795.


Herman, J. H., Barker, D. R. & Roffwarg, H.P. (1983). Similarity of eye movement characteristics in REM sleep and the awake state. Psychophysiology 20:537-43.


Kay, K. N., Naselaris, T., Prenger, R. J. & Gallant, J. L. (2008). Identifying natural images from human brain activity. Nature 452, 352–355.


Kenway, L., & Wilson, M. A. (2001) Temporally Structured Replay of Awake Hippocampal Ensemble Activity during Rapid Eye Movement Sleep. Neuron, Vol. 29, 145–156.


LaBerge, S. (2000). Lucid dreaming: Evidence and methodology. Behavioral and Brain Sciences 23(6), 962-3.


Nielsen, T. A. (1999). Mentation during sleep: The NREM/REM distinction. In R. Lydic & H. A. Baghdoyan (Eds.), Handbook of behavioral state control: Cellular and molecular mechanisms (pp. 101–128). Boca Raton: CRC Press.


Stumbrys, T., Erlacher, D., Schädlich, M., & Schredl, M. (2012). Induction of lucid dreams: A systematic review of evidence. Consciousness and Cognition, 21, 1456-1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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