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by 리브레



나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유학 생활을 시작했다.

만 11세의 나이로 스페인에 도착했다.

덕분에 한국보다 좋은 환경에서 축구를 배울 수 있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유학에 대한 환상이나 갈망을 느낄 것이다.

그래서 나의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유학 생활 동안 배우고 느낀 점,

그리고 현재 시점에서 바라본 유학에 관해 이야기해 보겠다.


유학의 본질은 무엇일까?

한국에서 배우기 힘든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기 위함일 것이다.

혹은 더 효율적으로 배울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어린 시절엔 필리핀이나 말레이시아 같은 동남아 국가로 유학을 갔던 친구들이 꽤 있었다.

그들은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 유학을 떠났는데, 시간이 지나니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고 있었다.

나 또한 지금도 수려하게 스페인어를 구사할 수 있고, 이처럼 대표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것은 새로운 언어이다.


또한 나라마다 강점을 나타내는 부분이 있다.

브라질과 스페인은 축구로 유명한 나라들이고, 독일은 교육과 건축이 유명하며, 프랑스는 철학과 패션이 유명하고, 이태리는 음식과 커피가 유명하다.

이처럼 특정 분야에 두각을 보이는 나라들에서 유학을 한다면 한국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본인이 배우고자 하는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모두가 자유롭게 유학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닐 것이다.

부모의 경제적 조건이 뒤받쳐 주지 않는다면 유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아까 말한 환상과 갈망은 점점 더 부풀어 오를 것이다. 유학 생활에서만 얻을 수 있는 가치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유학이 더 나은 삶을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이 있다.

유학 생활이 그닥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사실이다.

나의 경우 힘들었다. 매우 힘들었다.


특히 부모와 떨어져 혼자서 생활하는 학생들은 생각지도 못 한 큰 책임감과 부담감을 느끼게 된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은 부담감이 되어 돌아오고, 어떤 업적을 달성해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렸다.

신기하게도 6년간 유학 생활을 하면서 온갖 이상한 일들이 발생했다.

때로는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사건 사고들이 많았다.

그리고 중학생이었던 나는 그 당시 모든 감정을 혼자서 통제해야 했다.

사춘기 같은 건 올 틈이 없었고, 멸시와 조롱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공부와 축구를 열심히 병행했다.


나는 그때부터 책 읽는 것에 재미를 들렸다. 할 게 그것밖에 없었다.

유튜브나 SNS도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였고, 방학 때 한국에서 산 책을 가져와 여러 번 읽었다.

집에 돌아오면 자신이 유일한 대화 상대였고, 한 없이 왜소하고 축구 밖에 모르던 아이를 좋아해 주는 이성 친구는 없었다.

교우 관계는 훌륭했다. 나이를 먹어가며 인종 차별을 일삼는 아이들이 생겼지만, 좋은 친구들은 항상 곁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늘 함께 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행운이었다.

유학 생활에서 무엇보다 큰 가치를 가져다준 것은 역경과 고난이었다.

지나칠 정도로 힘들고 무거운 순간과 감정들이 시간이 지나 커다란 지혜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챌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을 더 넓은 세계에서 인식하도록 도와줬고, 다른 문화를 존중하는 법을 배웠으며, 의미부여만이 있을 뿐 절대적인 선과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줬다.


정체성이 형성되는 시기에 부모님의 사고관에서 벗어나 조금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다.

독립적인 가치관을 형성하고 남들이 쉽게 하지 못하는 경험들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모든 유학생들에게 통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개인적으로 판단하기에 유학을 통해 진정 삶에서 가치 있는 무언가를 얻으려면 힘들고 불편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여느 사람들이 가기 싫어하는 여행을 떠나야 한다. 어리다는 것을 잊고 큰 짐을 메고 다녀야 한다.


유학을 가지 않은 사람들도 충분히 할 법한 경험이지만, 혼자서 유학길에 오르는 학생들은 더할 나위 없이 취약한 존재가 된다.


기품은 개인이 걸어온 삶과 경험에서 나온다.

여러 경험을 통해 지혜를 손에 넣은 사람들은 비범함이 드러난다. 그들은 온화하고 여유롭다.

독립적인 선택과 결정을 내린다. 야망이 있고 고유한 스타일이 있다.


그들은 겪은 시련과 고난은 다양한 능력을 축적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자문자답을 마치면, 목적과 목표를 생성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은 결과보다 과정이 가치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유학의 진정한 가치는 특정 학문을 학습하는 것보다, 어린 시절 타지에서 홀로 경험하는 모든 사건들과 느끼는 감정들이 아닐까 싶다.


둘러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틀 안에서 사고하고 행동한다.

이미 짜여진 범위 안에서만 생활하고 그 밖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여정은 틀린 것으로 간주한다.

우리는 세상을 더 크게 볼 필요가 있다.

흥미와 취향을 찾는 데도 큰 도움이 될뿐더러 주어진 세상을 최대한으로 누릴 자격이 있다.

그렇기에 여러 사람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소설이나 영화를 통해 타인의 삶도 간접적으로 살아보고, 음악과 예술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느껴보고 하는 것 아닌가.


세계는 넓고 할 수 있는 경험 또한 방대하다.

삶은 광활한 세상에서 나의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다.

나는 유학 생활을 훌륭한 경험으로 여긴다.

보통 사람들이 겪거나 느끼지 못 한 스토리가 만들어진 소중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개인의 태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학 생활을 한 모든 개인이 나처럼 인식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에겐 악몽이었을 수도 있고, 또 다른 이에겐 유토피아였을 수도 있다.


어떤 시간을 보내는지, 그리고 유학 생활을 어떤 태도로 여기는지에 따라

누군가에겐 금이 되고 누군가에겐 독이 될 것이다.


글을 쓰며 반추해 보니, 매 순간 감사해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고난과 시련에 무너지지 않은 나를 더 존중하게 되었다.


배울 의지가 있는 사람은 모든 곳이 학교일 테고,

자신을 믿는 사람은 모든 꿈이 현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