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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용규 Dec 04. 2018

기술사만 설계도서 작성?
SW산업후진법 만드려고 하나

SW산업 후진기어를 어디까지 넣으려고 하나



기술사만 소프트웨어 설계도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하는 SW후진법안을 몇몇 국회의원분들께서 발의했다고 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설계'라는 것은 누구나 알 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설계의 고도화는 기술 고도화 그리고 구현 능력과 함께 가는 것이지 '설계'만 잘하는 엔지니어는 있을 수 없다는 사실 또한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논쟁의 출발점은 현재 '기술사'의 역량과 역할이 과연 소프트웨어 설계를 전담시킬 품질이라는 것인가에 있다.



'기술사' 제도를 비롯한 SW 기술 능력 등급제 논란은 하루 이틀의 이슈 아님


   기술사의 역량, 기술사 보유 기업의 역량이 SW 기술 역량과 비례한다는 객관적 증거는 없다. 소프트웨어 개발 영역은 실무적 능력과 '시험 잘 봐서 취득하는 능력 인증제'와 비례적 능력이 증명되고 있지 않는 현실임에도 이를 무시한 법안 발의라고 할 수 있다. 업계의 공감을 전혀 얻지 못하고 있는 개발 경력 기간 위주의 능력 등급제 역시 이번 이슈와 맥을 같이 한다 할 수 있겠다. 개인 능력의 편차가 심하고, 같은 기간의 경력자라도 경험 경력이 무엇이냐에 따라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이나 기술 차이가 매우 극심한 상황이지만, 등급제라는 틀에 맞춰 반강제적으로 제도를 실행하고 있는 한심한 현실에서, 이번 법안은 거의 핵펀치급 뒤통수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과거 모 대형 SI기업의 광고 카피 중 "대한민국에서 기술사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이라는 것이 있었고,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매우 차가웠다. 뭘 모르는 발주처를 대상으로 한 카피라 그리 했겠지만,  "얼마나 내세울 소프트웨어 기술이 없으면, 기술사 보유 숫자 가지고 자랑하는 광고를 할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해당 기업은 자사의 솔루션 하나 없이 십수 년 동안 우려먹는 SI 공법으로 차세대 프로젝트 몇 개 진행하며 실퍠하고, 자기 솔루션은 하나 없이, 외산 솔루션 패키지 들여와 딜리버리 하는 기업이니 "뭐 그냥 웃지요"했지만, 해당 법안 발의 내용을 보며 그때의 광고 카피가 새삼 더 우습게 떠오르는 것을 어쩔 수 없다.


4차산업혁명 시대를 논하는데, 기술사 이슈를 왜?


   직접적으로 '기술사'의 역량에 대해 논하기 싫었지만, 이 논쟁의 끝을 보려면, 반드시 '기술사'만 해야 할 만한 이유를 업계 관련자 모두에게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기술사 자격증 보유자들은 그런 역량이 있다는 것에 대한 분명한 답을 기술사들이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소프트웨어 관련 일을 27년여간 해오며 많은 '기술사'분을 만났지만, 내가 (혹은 우리가) 만들 소프트웨어의 설계를 맡길 수 있는 사람은 단연코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현재의 기술사 제도의 출발점은 SI 산업에서의 정보시스템 구축, 즉 건설 공사하듯 하는 후진적 산업이라는 점이, 현재의 기술사 역할과 능력에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만들기도 한다. '오래된 학문 우려먹기 하는 존재'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분야는 매우 창의적이면서도 다양한 접근과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 분야이다. 과거에 비해 특정 기준이나 표준화 요구를 자제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정 프레임에 갇히는 순간 본질적 경쟁력을 잃게 만든다. SW관련 자격증이나 등급제는 이제 버려야 할 패다. 소프트웨어 로봇이 설계까지 할 수 있는 시대를 준비해도 시간이 부족할 때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시대에 살 고 있다. 업무 자동화를 위한 소프트웨어 로봇이 등장하고, 기존 정보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의 절반도 안 되는 소요 기간으로 정보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시대임에도, 마치 건설 공사하듯 수 십 년 동안 바뀌지 않는 산업 프레임(특히 공공)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케케묵은 공법을 사용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에서, 이런 예상치 못한 '기술사만 설계'라는 이슈까지 등장하니, 국내 소프트에어 산업은 정말 망할 수도 있겠다는 걱정과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 논쟁을 기회로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전반적이고 근본적이 대책을 세웠으면 한다. 


(참조) 기술사만 설계도서 작성 가능하게 하는 입법예고 링크
https://goo.gl/FAA68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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