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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vid SR Feb 15. 2016

3. 제품과 상품

 나는 무엇을 만드려 하는가 II

창업자들에게 물어보면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제품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니 앞에 있는 심사위원이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 대박 날 아이디어이니까 극비로 친한 친구나 선후배 등에게 조심스레 PT를 하니 투자하겠다 같이하자는 찬사가 쏟아졌다.  내 친구들은 기똥찬 제품이라고 하는데  심사위원들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까대기만 한다.


디자인 제품이나 아이디어 제품이라고 불리는 것들은 시장성에 관한 논의가 많아지기 때문에 이 글에서 다루진 않겠지만 기술 제품과 공통적인 것은 시제품 제작 전 아이디어 단계에서는 '대박'날 아이디어라고 극찬을 받는 경우가 많다. 당신  머릿속의 제품과 이야기를 듣는 친구 머릿속의 상상이 달라서 그런 것이다. 우호적인  친구일수록 친구는 fancy 한 제품을  머릿속에 그릴 것이다. 시제품을 본 친구는 눈동자가 흔들린다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친구야 뭐가 문제인거야

기술 제품의 경우에는 기술에 대한 견해 차이가 '제품'에 대한 견해 차이이다.

내가 직장에서 선행개발업무를 담당할 때 주기적으로 시달렸던 전화가 '무한동력엔진' 개발을 업으로 하시는 울산 거주 발명가분이었다. 찾아와서 설명하겠다는 것도 여러 번 거절했고 실제 검토하라고 여러 경로로 전화 청탁이 왔었다. 어느 힘 있는 분의 보좌관은 회장에게 직보 하겠다고 하길래 읍소 했다. " 회장님께 전화하시면 창창한 젊은 나이에 저 짤립니다" 아직도  잊을만하면 무한동력을 개발하였다는 신기술 발표회를 하는 분들이 나타나신다. 이분들의 공통점은 50세 이상 남성으로 20여 년 정도 재야에 은둔하신 채 기술개발을  몰두하신 것이다. 여러분도 조심하셔라.

펜로즈 삼각형, 이걸 만드시겠다굽쇼?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제품은 앞서 이야기한 무한 동력처럼 현재의 이론으로 불가능하거나 XX단물처럼 고장 난 세탁기를 고치고 바르면 쌍꺼풀이 생긴다는 신앙 제품으로 신앙을 가지신 분들이 아니면 검증하기 어려운 경우 그리고 기반기술이 제품을 구성하기 힘든 경우이다. 지금 한국 일류제품인 초박형 디스플레이나 스마트폰은 반도체 공정을 응용한 각종 기반기술이 동시에 성장하였기 때문이다. 같은 목적이라도 기반기술이 다르면 최종적으로 나오게 되는 제품의 기능, 성능, 특징이 틀려지게 된다.

일회용 카메라로 360 View를 구성한 시대를 앞서간 발명품과 Go-Pro의 제품, 파노라마/ 360 View 기술은 최근에 hot하다.


평가자의 입장에서는 스타트업의 제품은 기반기술을 중심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창업자 자신만의 원천/기초기술을 사용할 경우 명확한 연구 결과가 없다면  제품 개발 시간은 무한대에 수렴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즉 기업의 경쟁력이  R&D라곤 하지만 스타트업은 자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하드웨어는 목표가 분명한 개발(Development) 중심이어야 한다. 우스개 소리로 기반기술이나 다른 업체의 기 개발된 기술을 받아서(Receive)  개발하는  Receive &  Development를 하라고 한다. 국가에서 공공기술을 이전(출자, 연구소기업) 받은 기업의 사업화(R&BD) 과제를 지원해주는 것도 이러한 개념이다.

한림원 연구보고서에서 업어온 기술의 종류

내가 무엇을 만들 것인가는 결국 내가 만들고자 하는 제품의 기술 단위를 나누고 조달할 기술과 제품화를 위해 개발할 내가 개발할 기술에 대해서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팀 빌딩을 제대로 할 수 있고 개발 협력체를 찾을 수 있다. 내가 만들고자 하는 것이 꿈에서도 컬러로 입체감 있게 보인다면 제품을 구성할 기술을 종이 한 장에 적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

만화가들이 젤 잘 한다..특히 일본 아저씨들


나는 어떠한 차별성 또는 핵심 경쟁력을 가지고 있을까? II

심사위원들은 제품의 기술에 대해서 이해를 하고 난 다음 시장에 진출하였을 때 차별성을 평가하게 된다. 결국 내가 구체화하는 제품이 다른 제품과 차별성, 혁신성을 가지고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에 진출하였을 때는 판매에 관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판매요? 그건 나중에 기술 제품의 마케팅에 대해서 따로  이야기합니다. 물론 이 연재가 인기가 좀 있어야 하겠지만


제품과 상품의 차이점에 대해 물어보면 대부분 머뭇거리지만 회계지식이 있는 분들은 제품은 자기 공장에서 만든 것이고 상품은 다른 공장(회사)에서  사 와서 파는 것이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어떤 분은 제조사가 팔면 제품이고 유통회사가 팔면 상품이라고 한다. 다들 맞는 말이다.

그렇긴 한데 전철에서 단돈 천 원짜리 한 장으로 모신다는 수출문턱에서 좌절된 벤처 우수기업 '제품' 판매를 하시는 분은 유통업에 종사하시는 것 같은데 왜 상품을 안 팔고 제품을 팔까? 망한 벤처기업의 임원이셨단 말인가?


아래 공식으로 설명하면 쉽게 이해할 거라 싶다.

                                             기술 + 생산 = 제품,   제품 + 마케팅 = 상품

기술을 아이디어로 치환해도 되겠다. 자신의 기술이 아니라 아이디어로 보편적인 기술을 통해 생산 가능하니까.


차별성과 핵심 경쟁력에 관한 이야기를 제품, 상품 구분에서 시작하는 이유는 아이디어(기술)는 생산을 통한 제품화 그리고 마케팅을 통한 실제 상품까지 긴 여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 여정에서 짧은 시간에 최소한의 비용 또는 전략적으로 플러스섬을 만들기 위해서 단계별로 나누는 것을 로드맵에서 마일즈 스톤을 세운다고 한다.

로드맵, 이런 식이라는 거지 이렇게 하라는건 아니다.

차별성과 경쟁력은 기술에서 상품까지 각각의 부분별  기획/검토되어야 하지만 상호 복잡한 인과관계로 엮여있어서 대부분 첫 스타트업들은 뭉뚱그려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제품 제작 후에 황당한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대리석 외벽에 스티로폼 보온재를 넣고 시멘트로 붙였다.      한국 리모델링

앞서 말한 로드맵, 마일즈 스톤을 확장한 프로젝트 관리가 가장 발달한 산업이 건설업과 소프트웨어 산업이다. 파워포인트에 도식적인 로드맵을 작성하다가 프로젝트 관리의 필요를 느끼면 엑셀 작업을 시작하게 되는데 마이크로소프트의 Office Project는 유명한 관리 툴이고 무료 관리 툴들도 꽤 많다.  눈치채셨겠지만 한 번 일이 꼬이면 전체적으로 수습이 불가능한  사업영역일수록 보수적인  산업일수록 프로젝트 관리를 강력하게 하는 것이다. 일정관리를 못 맞추는 대부분의 경우는 일이 안되어서가 아니라 제때 일에 대한 관리가 안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관리해야 하는 '행동'보다 중압감에 눌려서 '놓치고 지나가는 실수'가 많다. 이 부분은 나도 항상 고민이고 같이 일하는 직원들에 대해서 장기적으로 가르치는 수 밖엔 없는 상황이다. 보이지 않으면 관리될 수 없다. 어떤 툴을 쓸 것인가는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모든 경우에 탁상머리 캘린더에 적든 스마트폰 앱에다 기입하든 꼭 사용하여야 한다.


제품의 차별성과 경쟁력에 프로젝트 관리를 강조하는 것은 실제 아이디어 단계에서 차별성을 가진 제품이 프로젝트 말미에 특성이 여러 사유로 흐지부지되거나 실제 출시를 못하는 제품들을 많이 봐 왔기 때문이다.

경진대회 연쇄 수상, 각종 언론 홍보, 무슨 협회 위촉된 스타들이 몇 년째 제품을 출시하지 못하거나 흐지부지한 제품으로 나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일정관리라도 하라고 하였지만 일정관리는 프로젝트 관리의 시간 축일뿐이다. 프로젝트 관리는 제품의 차별성과 경쟁력(품질)을 출시까지 유지하고 기한과 비용을 조절하며 인력과 자원을 총체적으로 관리하여야 한다.


기획, 협업을 위한  첫걸음

다음의 질문에 답해보자

     내가 만들고자 하는 제품이 아이디어 제품인가 기술 제품인가?

     아이디어 제품이라면 동일한 아이디어 제품과의 차별성은 무엇인가?

     기술 제품이라면 이 기술의 조달은 누구에게 가능한 것인가? 특허 등으로 선별될 수 있는 특징이 있는가?

     나의 제품은 제조방식이, 판매방식이 가방 제조에 가까운가 인공위성에 가까운가?


생산을 시작하기 전에 상기의 질문에 명확하게 답하지 못한다고 하면 기술(아이디어)에 대해서 좀 더 고민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주위 사람들과 논의하고 검색, 방문을 통해서 시장조사를 하는 것이 필요로 할 것이다. 가끔은 최소한의 비용을 들여 간단한 시제품을 만들어서 구체화된 의견을 수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대부분 이런 질문에 대해서 명확하게 답을 구하지 못한 채 시제품을 만들거나 생산을 찾으러 다닌다.


생활의 불편함을 아이디어로 떠 올린 사람들은 혹시 누가 내 아이디어를 훔쳐갈까 봐 노심초사한다. 친한 친구들에게 조심조심 꺼내놓는 아이디어, 맞장구치니까 낼모레면 한몫 잡을 수 있을 거 같다. 친구들은 다 도와준다고 한다. 맘이 급하다. 하루빨리 생산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아이디어(기술)는 기업이 영업기밀로 분류하는 것처럼 보호되어야 마땅하긴 한데 제품으로 구체화되기 힘든 초기단계의 아이디어는 움켜쥐고 있어봐야 별 의미가 없다. 영업기밀은 구체화되지 않으면 법원에서 조차 인정받지 못한다.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기획이라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기획이란 말은 전략과 더불어 참으로 포괄적인 개념이다. 창업교육에 각종 기획서 만드는 법,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로 사업 전체를 명료화하는 법도 배웠고 각종 멘토들이 붙어서 기획에 대해서 가르치지만 '제조업'에 대해서는 구체화된 기획에 대한 '전달론'이 부족하다. 나도 속아서 산 책이 몇 권이더냐...

사업초기에는 사업 계획을 공유할 수 있는 내부 타당성 검토가 필요하다

신제품 개발은 초기 기획에서 신제품 출시를 위한 디자인, 생산, 허가까지 개별 항목에 대한 비용과 시간의 총량을 결정하게 된다. 잘못하면 비용이 늘어난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시간과 비용에 대해서 의사결정을 하고 개별 항목에 대해서 취사선택하여 쌓아 올리는 방향성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제품의 개발과 비용


특히 외주공장을 생각하는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디자인 이후로는 자기 손을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 남의 손에 들어있는 연장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획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고객(스타트업)이 개떡같이  이야기해도 찰떡처럼 알아듣는 생산 협력업체를 찾기 위해서는 가장 필요한 것은 돈이다. 없는 돈에 제대로 만들려면 협력업체에게 제대로 전달해야 하는 것은 설계도면만이 아니다.


생산기능의 주기 (기획 vs 생산)

내가 만들고자 하는 제품의 고객, 판매, 재무, 기술에 대해서 얼마나 정리가 되어 있는가?

내부참여자가 모두 공유하고 협력업체에 전달할 정보들이 구체적으로 상품기획과 제품기획으로 정리 되어 있는가?

이 물음을 던지고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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