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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vid SR Feb 22. 2016

4. 기획과 생산

스타트업의 기획이 제조기반 회사들에게 빼앗기고 있다

스타트업은 제조보다는 기획에 힘을 싣고 경쟁력을 가져가는  수밖에 없다. 제품기획과 상품기획에 대해 설명하기에 앞서 스타트업의 제조기반이 채 여물기도 전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먼저 설명하고 스타트업이 기획과 생산에 대해 생각해 볼 화두를 던진다. 제품기획과 상품기획을 다음 글로 생각했던 분들께는 미안하다. ^^ 실은 제품기획과 상품기획에 들어가는 Intro 글이기도 하다.

*제조와 생산은 혼용하여 쓰고 있지만 이후에서는 '제조와 생산'은  구분하여 의미를 쓸 것이다.


스타트업들의 신제품 개발은 기술보다는 굿 아이디어에서 시작하여 제품을  구체화해 나가는 경우가 많다.  그다음은 시제품을 만들어야 하고 생산을 준비하는 여정으로 가는데 시간을 빠르게 돌려 스타트업이 생산을 준비, 완료했을 때를 상상해보자.


내가 만들고자 하는 제품이 아이디어 제품이라면 재질, 기능에 따라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비슷한 제품을 만드는 공장에 제작을 의뢰하면 될 것 같은데 비슷한 제품을 만드는 공장이 없다면 비슷한 재질, 비슷한 기능을 가진 공장에 의뢰하면 될 것 같다. 여기까지도 쉽게 가는 길은 아니지만 디자인 제품은 기존 '생산'우위를 점한 기업들에게 쉽게 추격을 당한다.


감자칩을 컨셉으로 한 메모지 상품을 만든 디자이너 이성진 씨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제품뿐 아니라 패키지 디자인, 감자칩 향이 나는 디테일까지 '이랜드'가 중국 공장에서 dead copy 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사과한 이랜드도 중국 인터넷 쇼핑몰 강자인 타오바오왕(淘寶網)을 상대로 ' '티니 위니(TEENIE WEENIE.小態威尼)'와 '이랜드(E-LAND.衣戀)' 짝퉁 소송을 6년간 했던 경험이 있다.


도예작가 김예헌 씨는 '스타벅스'의 대량생산 MD 상품이 자신의 수공 제품 '엄마새 아기새' 프로젝트를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내용은 진행 중이다.


인디고고나 킥스타터에서도 이러한 제품 카피는 빈번한데 크라우드 펀딩을 위해서 제품의 디자인, 컨셉 등을 이미지, 동영상으로 출시 전 자세히 설명할  수밖에 없는 프로세스라서 다른 기업이 스타트업이 기획한 제품을 그대로 카피하여 선  출시하는 경우도 있다.


샤오미도 킥스타터에서 펀딩 하던 제품들을 카피하여 출시하였다. 예로 프레시는 스마트폰 이어폰 잭에 끼워서 버튼처럼 짧거나 길게 누르는 형태로 스마트폰 특정 동작이 가능한 기능을 제공하는 27달러짜리 제품인데 샤오미는 0.79달러의 '미키'란 명칭으로 출시하였다.


'감자칩'의 경우는 deadcopy 즉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을 그대로 재현한 제품이고 기획과 생산을 모두 카피한 경우이다. '엄마새 아기새'의 경우에는 어떨까? 만약 디자인을 표절하였다고 하면 기획과 생산을 모두 카피한 경우일까? 중요한 차이점은 '엄마새 아기새'의 경우에는 수공업으로 만든 작품이고 스타벅스의 'MD 러브버드'는 공장 생산체계를 따른 작품이란 것이다. 이러한 경우는 상품기획(디자인)은 동일하지만 제품기획은 다른 경우이다. MD 상품이라 불리는 것들은 대부분 제품기획을 따로 한다기 보다는 외주공장에 가격에 맞춰서 오라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프레시의 경우는 데드카피이긴 하지만 오리지널이 출시하기도 전 샤오미는 양산체제를 갖추고 유통을 진행을 하였으니 실제 프레시의 기획을 보고 자체적으로 개발한 제품이다. 즉 상품기획은 동일하지만 제품기획은 오히려 앞선 경우이다.  IP의 유사성은 있겠지만 재질, 부품의 구성 등이 프레시와 차이가 생긴다. 출시된 제품을 분해해서 리버스엔지니어링으로 재설계하여 생산하는 방법(deadcopy)에서 제품의 디자인, 기능 등 추정만으로 전혀 다른 공간에서 복제되어 출시되는 실정인 것이다. 즉 디자인  제품뿐 아니라 스타트업들이 만드는 IOT제품군도 기존 '생산'우위를 점한 기업들에게 수시로 추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제조기업들은 데드카피 전쟁 중이다.

유사한 제품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데 제조업체 또한 피해갈 수 없다. 짝퉁전쟁의 결론은' 따라올 수 없는 기술력을 발휘한 제품을 만들고 신제품 주기도 최대한 단축하며 전략적 유통망 구축, 수시로 단속과 고소를 진행하는 것'이다. 말은 쉽다.


카피의 제왕, 샤오미 조차도 레이쥔(雷軍,CEO)이 공식 석상에서 "샤오미 대리점에서 파는 어떤 물건도 사서는 안 된다"면서 "샤오미의 모방 제품을 사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샤오미는 모든 제품을 온라인에서만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샤오미 간판을 내건 매장들은 모두 짝퉁 업체라는 것이다.

화창베이의 수많은 샤오미 매장, 진짜 아닙니다.


그렇다면 제조업의 Copy는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는 것일까? 플라스틱 재질의 제품은 조금만 상품성이 좋으면 영세한 중국 업체들의 조악한 모조품부터 전문가도 구분하기 힘든 모조품까지 유통망에 넘쳐나게 된다. 그런데 유리나 특수 플라스틱 소재로 만든 제품들은 형태를 흉내  낼뿐 기능성까지는 베끼지를 못하여 확연한 품질 차이를 나타낸다.

당신의 선택은? 국산? 신소재? 최상급?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용기의 경우 원재료를 화학회사에서  사 온 뒤 찍는 사출 과정이 매우 간단하다.  유리나 특수소재의 경우에는 중국 영세업체가 제조를 시작했다 하더라도 고급 기술인력을 확보하기 힘들고 공정별로 꾸준한 노하우 관리와 재고관리 비법도 필요하다. 게다가 일반 플라스틱과 달리 설비투자비가 높아 영세업체들의 진입장벽이 애초부터 높은 제품이다. 결국 전통적 제조업에서는 기술력과 첨단 양산 설비가 제조업의 가장 큰 안전막이 되는 셈이다.


나이키도 샤오미도 공장이 없다

홍콩의 자가제조 시설을 보여주며 기술력을 자랑했던 '짝퉁 스마트폰의 끝판왕' 구폰(Goophone)도 실은 공장이 없다. 첨단 스마트 디바이스는 되려 설비의 제약이 훨씬 줄어드는 것이다.

* 아이폰5가 정식으로 출시되기 전부터 유출됐던 루머들을 종합해  '구폰 i5(안드로이드)'를 제작해 판매하였다. 하드웨어인 버튼 배치, 알루미늄 외형, 8핀 라이트닝 연결 단자 그리고  전원을 켜면 나타나는 시작화면까지 똑같다. S5는 발표된 지 하루 만에 '구폰 5S'를 30만 원에 '정품'보다 빨리 시장에 선보였다. 루머를 모아 상품기획을 하고 외주공장을 컨트롤하는 제품기획이 가장 빠른 현존하는 copycat이다.

구폰, 안드로이드로 아이폰를 카피하였다. 다만 뒷면만 다르다

불과 몇 년 전 2010년 안드로이드 개발사로 시작한 샤오미가 하드웨어 스타트업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부품의 표준화,  생산기술의 표준화로 설비에 대한 제약이 사라지고 기업 간 비즈니스(B2B) 그리고 기업 고객 간 비즈니스(B2C) 내의 공급자와 수요자 간의 접점 확대가 인터넷의 발달로 급격히 가속되었기 때문이다. 폴더폰(2G) 시절엔 각 회사 제품은 운영체계(소프트웨어)와 충전기 핀 모양(하드웨어)조차 모두 다른 이유로 호환도  불가능할뿐더러 스타트업은 부품 공급이나 개발 외주업체만 가능했었다.

충전기 규격을 통일 안 한 것은 통신사와 제조업체가 젠더 팔아먹기 위해서라는 음모론이 있었다

구글 안드로이드 OS의 존재는 샤오미의 성공, 스마트폰 제조업체 증가에 크게 기여했다. 애플(iOS)이나 삼성전자(타이젠)처럼 자체 OS가 없는 제조사들은 스마트폰 1대당 2~5달러 수준의 로열티를 구글에 지급하기만 하면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다. 샤오미는 스마트폰 대당 가격의 약 10%(20~60달러 수준)가 로열티 형식의 특허료를 창사 이래로 제대로 낸 적이 없다.

샤오미(小米)는 좁쌀이란 뜻이다. 안 낼만도 하다.


샤오미의 상품기획

상품기획과 제품기획은 회사의 전사기획(회사 전체의 전략기획)과 일치해야 한다. 지금은  샤오미의 전략을 화웨이, ZTE,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너도나도 모방하기 시작했다. ‘기획과 생산의 분리’, ‘온라인 판매망’, ‘충성고객을 활용한 입소문’ ‘초도 물량을 수 분 내 완판 하는 헝거 마케팅’, ‘자체 플랫폼의 주 단위 업데이트를 통한 고객 접점 유지’ 등 샤오미 전략을 그대로 따라 했다.


샤오미는 어떠한 전략으로 상품 기획을 하였을까? 불과 2~3년 전만 해도 출시 전날부터 소비자들이 줄을 설만큼 아이폰과 갤럭시 신제품에 대한 기대감은 뜨거웠다.  응용 프로세서(AP) 성능, 고성능 카메라 렌즈 그리고 OS의 혁신적 판 바꿈 등은 항상 기대의 대상이었다. 스마트폰이 ‘혁신의 아이콘'이었기 때문에 프리미엄 상품의 제조원가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가성비가 좋은 스마트폰을 찾으며 구매력이 떨어지는 시장의 보급형 제품이 확대되고 있다. 스마트폰이 범용화  될수록 신기술의 감흥이 사라기 때문에 신제품의 파급력이 상대적으로 축소되는 것이다. 집채만 한 컴퓨터가 책상 위로 올라오는 동안 가격은 상대적으로 내려가고 가성비가 좋은 PC를 찾게 되는 IT제품의 경향과 다를 바 없다.

구매자 40%가 18만원 미만의 스마트폰을 구입하고 있다.

레이쥔은 하드웨어를 원가로 판매하고 플랫폼을 구성하는 게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구글 안드로이드 책임자 휴고 바라 부사장을 영입해 실리콘밸리에서 유행하는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데 공을 들였다. 스마트폰(하드웨어)은 플랫폼 구축을 위해 원가 수준으로 고객들에게 배포하고 그 대신 소프트웨어에서 수익을 올린다.  겉으로는 스티브 잡스 흉내를 내지만 실제로는 스마트폰의 소비형태 이동을 확실하게 읽고 중저가 시장에서 또 다른 전략으로  포지셔닝한 것이다.

레이쥔은  스티브 잡스 흉내를 내지만 비즈니스는 알리바바 마윈 스타일같다.


샤오미의 이러한 전략과 상품기획은 후발주자에게 영향을 주었는데 중국판 넷플릭스라는 ‘Letv’를 서비스 중인 러스왕도 Letv에서 볼만한 동영상을 추천해주는 ‘Le Recommendation Engine’이 탑재된 스마트폰을 출시했고 지금까지 500만 대를 팔았다. 하드웨어는 싸게 뿌리고 서비스에서 돈을 버는 샤오미식 플랫폼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한국에선 없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샤오미의 제품기획

샤오미는 전략의 실행을 위해 원가 수준의 하드웨어 배포를 위해 각종 특허와 로열티를 무시하고 스마트폰 원가를 순수 하드웨어 비로만 구성하였다. 전문가들은 인도에서 판매금지가 된 사례를 볼 때 샤오미의 특허 무임승차가 향후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나 한편 스마트 TV를 비롯해 공기청정기, 휴대폰 보조 배터리, 체중계, 멀티탭, 배터리 등 다양한 제품을 쏟아내는 플랫폼 전략은 샤오미의 성장을 확대할 것이라는 의견으로 갈린다.

샤오미의 전략적 성장과 지속 가능한 상품 출시는 낮은 원가의 제품기획, 협력사를 통한 빠른 제품화가 가능하여야 한다. 샤오미의 원가 수준에 가까운 발 빠르고 다양한 제품 공급은 부품을 스스로 조달하고 완제품 생산까지 마치는 중국식 공급망인 ‘홍색 공급망(紅色供給網)’의 위력이다. 중국 광둥성(廣東省)의 심천(深圳)과 둥관(東莞) 지역에는 화웨이, ZTE 등 중국을 대표하는 스마트폰 제조사들과 새롭게 떠오르는 오포, 비보 등의 업체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아이폰', ‘루나’를 제조한 대만 기업 폭스콘의 공장도 심천에 자리 잡고 있다. 스마트폰의 핵심 경쟁력인 모바일 AP 제조사들인 하이실리(화웨이 자회사), ZTE 마이크로 일렉트로닉스(ZTE자회사), 올위너, 락칩 등이 심천에 기반을 두고 있다

스마트 디바이스의 부품업체부터 완성업체까지 모든 인프라가 집중되어 있고 이에 협력하는 중국 디자인 업체와 부품 업체가 포진되어 있다. 수많은 디자인 업체에서  수십수백 개의 디자인이 하루아침에 제안되고 부품 업체도 품목마다  수십수백 개씩 몰려 가격 경쟁으로 인한 조달원가가 낮다. 게다가 개발, 생산, 조립, 배송까지 전문적으로 해주는 EMS(Electronics Manufacturing Service) 대형업체들이 수십 개씩 포진되어 '물량'만 담보된다면 낮은 가격에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것이 심천의 강점이다.


샤오미는 기획과 생산을 분리하면서 파트너로 지목한  윙테크는 정해진 물량에 최소한의 마진으로 스마트폰을 제작해 샤오미에 납품했다. 담보하는 수량과 재고 최소화를 통한 최저 가격 납품 압박은 샤오미 제품기획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최근 출시한 샤오미의 개인용 모빌인 '나인봇 미니'도 원 제작사의 제품과 비교해도 가격이 절반 이하이다.

샤오미 나인봇 출시에 대한 국내 대리점 입장


기획과 생산

앞에서 상품기획과 제품기획이 실제 시장에서 반영되는 모습을 기획과 생산을 분리한 샤오미를 예로 보여드렸다. 필립스, 브라운 같은 전통적인 EMS 이용업체들은 한눈에 보기에는 역사도 길고 스타트업들의 생태계와는 동떨어진 상황이어서 샤오미를 선택한 것이다.  상품기업과 제품기획은 제조자들이라면 기획을 두 가지의 영역으로 나누어서 생각해야 하는 기본적인 업무단위이다. 자기 브랜드로 판매하는 삼성, 현대 같은 제조업체 경우 상품기획은 본사에 제품기획은 연구소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스타트업과 같이 기획과 생산을 나누어 생산한다면 '위탁'을 해야 할 것이고 이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먼저 위탁생산에 관한 지식을 간단히 정리해 드리고 가려한다. 앞으로 연재될 글의 생산 부분에서도 다루어질 부분이다.


전통적인 제조업의 위탁 생산은 OEM과 ODM이란 용어로 익숙해져 있다.

고객관점의 중요성이 점차 커짐에 따라 대형 메이커들은 R&D, 마케팅 등을 핵심역량으로 추구하고, 생산은 전문업체에 아웃소싱하는 것인데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은 주문자의 의뢰에 따라 주문자의 상표를 부착하여 상품을 제작하는 업체를 의미하며 일반적인 '주문자 생산방식'을 일컫는 말이다.  주문자로부터 설계(디자인)를 받아 자체 생산설비를 이용해 제조 및 납품에 관한 서비스를 일괄 제공한다. 기술력 있는 제조업체들이 ODM(Original Design Manufacturer), 즉 주문자의 생산 위탁을 받아 그 제품을 자체 기술로 개발 및 생산하는 납품하며 ' 제조자 개발 생산'이라고 일컫는다.

해외 유명 메이커를 생산하는 국내 패션기업

나이키는 R&D, 마케팅 등을 핵심역량으로 추구하는 대표적 회사이며 한국기업도 주요 OEM업체들이다. 반도체 업계는 첨단 설비투자가 필요한 산업이며 미국의 퀄컴(Qualcomm) 같은 회사는 자체 공장이 없이 반도체의 설계와 판매만을 담당하고, 실제 생산은 반도체 공장을 가진 업체에 위탁 생산한다. 퀄컴 같은 회사를  '팹리스(Fabless)' 업체라고 하고 이를 전문적으로 위탁생 산하는 '첨단 설비투자' 업체를 '파운드리(Foundry)'라고 한다. 기아자동차의 모닝도 협력사인 동희오토에서 위탁생산하며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회사 마그나 인터내셔널도 부품뿐 아니라 BMW, 메르세데스까지 위탁생산한다. 위탁생산방식은 제조업의 경쟁력을 위해 옷가지에서 자동차, 첨단산업부품 전 영역에 일반적 방식이다.


스마트 디바이스를 생산하려 업체를 찾다 보면 EMS라는 단어를 들을 것이다.

EMS(Electronics Manufacturing Service)는 주문자로부터 설계(디자인)를 받아 자신의 글로벌 생산설비를 이용해  주문자의 전자제품 제조 및 납품에 관한 서비스를 일괄 제공하는 제조전문서비스 산업을 의미한다. OEM이나 ODM 중 전자제품 제조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를 통틀어 EMS라 하기도 하고 엄격히 나누어 단순조립업체를 EMS라고 칭하기도 한다. 필립스, 브라운 등 많은 제조기업들이 중국, 동남아나 동유럽의 위탁공장에서 자사 제품을 생산하는데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은 물량이 적어 이러한 대형 EMS는 접근하기 힘드므로 중소규모 EMS를 이용하여 제품을 양산하는 것이다. 스타트업들이 업체를 고르는 것 같지만 주문량 그리고 제품 파급력에 따라 EMS업체들이 계약 여부를 결정한다. 이때 OEM이나 ODM에 대한 가능 여부와 실제 '생산'능력이 있는 업체인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특히 한국에서 모집하여 중간에 소개를 해준 업체라면 각종 비용에 '수수료'가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누군가 중개를 해주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책임과 업무를 다하지 않고 수수료를 챙기는 '심천 관광'이 성행하니 걱정되어서 하는 말이다.  EMS업체들을 만날 때 OEM이나 ODM에 대한 가능 여부를 파악하는 가장 간편한 질문은 '자체 브랜드로 판매하는 제품이 있는가', '자체 개발인력이 있는가'를  물어보아야 한다. 중소 EMS는 합종연횡으로 브랜드와 개발을 하는 경우가 많아 이에 대한 실사도 중요한데 생산 경험이 적은 스타트업들은 보아도 파악하기 힘들고 실제 계약을 진행하더라도 언어, 관습 차이가 큰 한국 스타트업은 불리하다.

어설프긴 하지만 한글 메뉴까지 제공하며 홍보하는 EMS업체들이 많다.

국내에도 EMS업체들이 있는데 해외에 비하면 중소규모이고 그 숫자도 많지 않다.  앞서 2장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한국의 제조업은 대기업의 제조하에 하청이란 이름으로 1차, 2차, 3차 그리고 그 뒤의 수많은 개인사업자들을 생계를 유지하는 형태로 발전해 왔고 국내 대기업들은 제조분야가 기업의 핵심역량이며 계열사를 통한 종속적인 수직통합이 효율적이라는 인식이 크고 수익이 제조부문에 기인하기 때문에 EMS 도입이 미미하다. 해외 수주의 경우도 전기, 가스요금 빼곤 싼 게 없으니 위탁제조에 대한 입지 경쟁력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OEM과 ODM 그리고 EMS는 엄격한 차이가 있는데 주문자의 권한으로 비교하면 쉽게  이해될 듯한다.

OEM의 경우 주문자가 개발 비용을 부담하므로 제조업체는 해당 제품을 타사에 판매할 수 없는데 다만 주문자에 로열티 지급 등으로 판매되는 경우가 있다. ODM의 경우 주문자가 제조업체에 공급하는 동일 디자인만 아니라면 디자인 변경을 통해 타사에도 판매할 수 있다. 즉 아이덴티티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존재한다. EMS는 제품에 대한 어떠한 권한도 제조사가 가져갈 수 없는 임가공 형태이다. 중국과 일하다 보면 래료가공, 진료가공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것은 EMS를 위해 재료, 부품을 주문자에게 지급받아 가공 후 수출할 것인지 자체에서 구매하여 가공 후 수출할 것인지를 말하는 것이다. 품질뿐 아니라 제조원가, 세금과도 관련이 있으니 실제 생산단계 이점을 확인하고 계약단계에서 고려하여야 한다. 사업의 진화 형태로 보면 대형 주문자의 EMS를 하면서 기술력을 축적한 이후 OEM 혹은 ODM Partnership을 거쳐 자가 브랜드 판매로 전개된다.


EMS 업체라는 생소할 수 있는 단어를  이야기하는 것은 앞서  이야기했듯 우리나라 하청업체 구조처럼 '원가'에 의한 품질 문제 등이 생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MS 업체는 원청 업체에게서 박한 마진을 받기 때문에 부품 업체의 단가를 쥐어짜고, 대금 지급기한을 최대한 늘려서 이자 수입까지도 만들어 내려한다. 대형 EMS업체는 어떻게든 하부 EMS의 의존도가 적지만 중소 EMS는  합종연횡 하여 생산하기 때문에 저급 부품의 사용, 가공문제 등의 제품의 품질 문제나 대금 지급 문제로 인한 납품문제 등이 종종 발생한다.

예로 구매 특수성이나 기밀보호를 위해 국내에서 조달한 원재료(부품)를 중국에 보내어 가공, 조립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가공, 조립 불량에 의한 '품질문제'가 발생할 경우 국내에서 재구매 후 배송하여야 하기 때문에 납기는 심각해지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추가 물량을 배치하거나 항공 특송을 통해 조달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제품 원가는 상승하게 된다. 중국에서 구매한 원재료가 불량일 경우 완제품의 '품질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앞서 이야기한 '원가 압박'과 중국 내수시장 특유의 '짝퉁' 문제가 이런 문제들을 심심치 않게 발생시킨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기술 생산 컨설팅 업체를 사용하고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이다.


*용어를 약자로 사용할 때 EMS업체들이 간혹 주문자를 OEM(Original Electronis Maker)라고 부르기도 하니 주의해야 한다.


앞서 이야기한 기획과 생산을 분리할 스타트업이라면 상품기획과 제품기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이 물음을 던지고 글을 마친다.


sonminsung@david-s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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